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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대는 개인 미디어로서 소셜네트워크(SNS)를 전략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스마트폰 사용자의 인구가 늘어나면서 SNS의 사용법에 점점 더 익숙해지고 있다. 우리는 SNS를 통해 소통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다. 누군가 포스팅한 글에 리트윗하거나 좋아요를 누르는 일에 주저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SNS는 개인적인 의사를 표현하는 도구를 벗어나 사회·문화 및 정치·경제의 변화에도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필요에 의해 SNS를 사용하게 된 것인가. 우리 세대에게 있어, SNS란 무엇이며 그 역할은 어떤 것이어야만 하는가.

유창선, 그는 누구인가

여기, 지난 10여 년 동안 지상파 방송을 비롯해 하루 5~6개씩 고정 방송을 해오던 시사평론가가 있다. 하루를 분 단위로 쪼개가며 바쁘게 살아왔던 그가, MB정권이 들어선 후 멀쩡하게 진행하고 있던 시사 프로그램에서 하차 통보를 받는다. 시사평론가로서의 생업을 강제로 빼앗기면서 길거리로 나앉게 되자, 부당한 현실에 맞서는 대안책을 마련하기에 이른다.

권력의 억압에 굴종하지 않는, 지속가능한 소통의 활로를 마련하고자 한 것이다. SNS를 통한 시사평론 개척, 1인 미디어 선봉장으로 변신한 유창선 박사가 그 장본인이다. 그는 소통하지 않는 정치가 낳은 폐단을 날카롭게 꼬집는다. 미디어 혁명을 넘어 정치의 패러다임까지 바꾸고 있는 SNS의 실체를 <정치의 재발견>을 통해 깊이 있게 조망하는 것도, 미디어의 일방적 소통 체계가 낳은 부정적 결과를 쇄신하는 데 있다.

소통이 막힌 그, 야생의 '아프리카'로 가다

<정치의 재발견> 겉표지
 <정치의 재발견> 겉표지
ⓒ 지식프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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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Afreeca) TV는 인터넷 개인방송을 위한 플랫폼이다. 이는 그 방송을 시청하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인터넷 공론장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 많은 사람들이 광장에 모여 정치가의 연설을 들었다고 한다면 이제 사람들은 TV앞에서도, 인터넷을 하면서도 정치가의 연설을 들을 수 있게 됐다.

소통의 창구가 가로막힌 유창선 박사는 이 채널을 현명하게 활용한다. 바로, 연고도 없는 야생의 아프리카 TV 인터넷 방송에서 맨 몸으로 시사방송을 하기에 이른 것이다. 지상파에서의 화려한 이력을 과감히 내려놓고, 그야말로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버티자'는 마음 하나만으로 그는 새로운 미디어를 발굴하게 이른 것이다. 방송을 시작하자, 채팅창에 들어온 시청자들의 반응은 놀랍고도 뜨거웠다.

"저기, 지상파에 나오던 그 유창선 박사가 맞나요?"
"어쩌다가, 이곳에서 방송을... 하지만 유창선 박사 님! 응원합니다."

시청자들의 반응도 가지각색. 그때까지만 해도 지상파에서 나름 이름이 알려진 사람이 아프리카 TV를 하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매일 같이 오후 11시, 생방송으로 시청자들을 만났다. 지상파 뉴스들이 피해가거나 축소하고 있던 많은 이슈들을 찾아내 시청자들에게 전했고, 채팅창과 전화를 통해 함께 토론하는 장을 마련한 것이다.

그러한 노력이 지상파 뉴스에 실망하고 있는 많은 시청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것은 당연지사. 그는 방송을 시작한 지, 4개월가량만에 베스트 BJ(Broadcasting Jacky) 랭킹 5위 자리를 꿰찬다.

그야말로 권력의 노리개로 전락한 지상파 미디어에 대응 사격할만한 강력한 대척자로서 그의 1인 미디어 활동이 새롭게 두각을 드러낸 것이다. 

SNS, 정치 참여의 새로운 지평을 열다

그는 왜 SNS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을까. 아니, 그에게 SNS로의 망명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볼 수 있다. MB정권으로 대변되는 오프라인 소통 채널은 그를 완강히 거부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할 수 없었다. 위기에 봉착했다고 생각한 순간, 그 것이 유창선 박사에게는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고,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전진하기 시작했다.

SNS의 등장으로 말미암아 일어난 파장은 컸다. 그 것은 단순히 소통 채널 플랫폼의 변화만을 가져온 것은 아니다. 근본적인 소통의 폐해였던 기존 사회의 수직적 질서를 창조적으로 파괴하며 수평적 네트워크의 시대를 열어주기 시작했다. 이는 국내에서 벌어진 굵직한 정치적 이슈들을 통해 증명됐다. '10·26 서울 시장 재보선'과 '4·11 총선'에서 정치에 무기력하게 대응했던 유권자들을 자극했고, 투표권 행사에 회의를 가졌던 젊은 사람들을 투표장으로 끌어들였기 때문이다. 또한 넓게는 올 12월에 있을 대선에도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유창선 박사는 소셜네트워크의 힘에 대해 한 마디로 '혁명'이라고 정의한다. '혁명'이라는 표현은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라고도 강변한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등과 같은 모바일 기기를 손에 쥔 시민들은 시간적·공간적 제약을 넘어서서 실시간으로 자신의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이 책에서 그는 SNS 시대의 정보는 단지 여론을 형성하는 수준에만 그치지 않고, 결국 오프라인의 시민행동으로까지 촛불처럼 타오르며 집단지성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나는 좀 편파적이고 싶다

유창선 박사는 온라인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의 기형적인 붐에 대해 통쾌하게 정리한다. 아니, 그 붐은 예견된, 혹은 당연한 결과라고 말한다. '나꼼수'가 현 정부에 위협을 가할 정도로 엄청나게 인기를 끌게 된 것은, 어느 미디어도 감히 하지 않았던 현 정부에 대한 '노골적'인 비판을 서슴없이 가했다는 것에 있다. '새로운' 비평과 해석에 목말라 있던 국민들에게 말 그대로 카타르시스를 제공해줬기 때문이다. 또한 이 팟캐스트의 인기는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는 것은 어느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또한 그는 일각에서 주장하는 '나꼼수'의 편파성에 대해 강력하게 동의한다. 나꼼수가 편파적이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오히려 고개를 갸웃거린다. 오늘날 모든 미디어가 편파적이면 안 되고 중립적이어야 한다는 주장에 거부감을 드러낸다. 왜냐하면, 오늘과 같은 SNS 시대에는 모든 미디어나 매체가 중립적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SNS 시대의 미디어가 어디 수백 수천 개인가. 수백만 개의 미디어가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 개인방송을 통해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말 그대로 1인 미디어의 시대이다. SNS 가운데 어느 하나를 기반으로 해서 자신의 발언을 하면 그 것이 1인 미디어가 되는 세상인 것이다.

그는 좀 더 편파적이어도 된다고 말한다. 하나 같이 같은 목소리, 같은 색깔을 드러내려면 무엇 하러 저마다의 미디어를 양산하려고 애쓰는가. 우리 각자는 소신을 갖고 권리를 행사하면 그만이다. 누구도 거기에 절대적인 잣대를 들이대며 특정한 논리를 강요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것이 곧 표현의 자유이고, 그 것이 곧 SNS가 궁극적으로 가야 할 다양성에 대한 올바른 방향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SNS이 향유는 바로, 이 지점에서 발생된다고도 할 수 있다.

SNS를 통한 진정한 '소통'의 힘

유창선 박사는 이 책이 단순히 SNS를 찬미하는 내용에 그치지 않길 바라고 있다. SNS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SNS의 역할과 한계에 대해 균형 있는 인식을 가져야만, 제대로 된 소통의 문화가 정착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SNS 환경이 도래하면서 정치적 소통의 중요성이 커졌고, 소통의 리더십이 우리 정치사회를 이끌어가야 함은 분명한 사실이 되고 있다. 우리가 SNS를 통해 우리의 생각을 표현하기 시작한 것도 그 때문이다.

이제 곧, 12월 대선이 다가오고 있다. 단절의 벽을 넘어 소통의 정치 사회를 만들려는 노력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불통의 모습으로 일관한 현재의 정권을 겪으면서, 사람들은 진보하는 역사가 아닌, 퇴행적 역사의 쓴 맛을 경험했다. 이는 현 정부를 경험한 사람들에게 잊지 못할 트라우마를 남겼고, 그것은 쉽게 치유될 수 없을 하나의 증상으로 남았다.

더 이상 그러한 역사를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다짐을 하게 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부터 귀를 열고, 아니 가슴을 열고 소통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래야 세상을 바라보는 힘이 생긴다. 분명, SNS는 이러한 다양한 생각의 확장에 기여할 것이다. 지금 우리가<정치의 재발견>을 읽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덧붙이는 글 | <정치의 재발견> (유창선 씀 | 지식프레임 | 2012.06 | 1만4000원)



정치의 재발견 - 소셜미디어, 대한민국 정치의 판을 바꾸다!

유창선 지음, 지식프레임(2012)


태그:#유창선, #정치의 재발견, #소통,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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