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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 타워
 펭귄 타워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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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 파크는 충북 보은읍 길상리 25번 국도변에 있다. 펀 파크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캐릭터 건물이다. 펭귄을 형상화한 건물로 높이가 25m가 넘는다. 일명 펭귄타워로 불리는 이 건물은 4층의 체험박물관과 전망대로 사용될 예정이다. 체험박물관은 현재 수학박물관으로 거듭날 준비를 하고 있다.

우리는 진입로를 따라 매표소로 간다. 입구에서부터 금속으로 만든 로봇과 꿩 모양의 새 등 입체적인 조형물이 우릴 반긴다. 이게 바로 정크아트다. 정크아트란 쓰레기 또는 고물을 이용해 만들어낸 예술작품을 말한다. 자동차 등 생활용품에서 나온 폐자재를 구부리고 연결하고 땜질해서 가시적인 형상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런데 그 조형물이 예술성을 띠고 우리에게 감동과 즐거움을 준다.

사전 연락이 되어선지 매표소에서 직원이 나와 우리를 맞아준다. 펀 파크의 입구는 동심을 자극하는 형상들로 만들어져 있다. 주사위로 만든 아치를 지나면 너구리, 개구리, 양철통 등 동화 속 캐릭터들이 입장객을 환영한다. 이곳을 지나면 길은 자연스럽게 왼쪽 엔터테인먼트 오름으로 이어진다. 엔터테인먼트 오름은 일종의 야외전시장으로 동물 형상들이 전시되어 있다. 내 눈에는 이들이 모두 살아있는 것 같다.

오대호 정크아트의 대표적인 캐릭터는 '동물'

멧돼지
 멧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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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내 눈에 들어오는 것은 멧돼지다. 멧돼지의 몸통은 일명 와랑으로 불리는 탈곡기의 몸통이다. 네 다리는 오토바이의 거치대로 만든 것처럼 보인다. 이빨, 눈, 귀, 등짝의 표현도 적절한 소재를 구해 사실성을 더했다. 그리고 꼬리도 살아있는 듯하다. 오대호라는 작가의 관찰력과 표현력을 실감하게 된다. 예술이란 과장을 통해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데, 오대호는 기본적인 사실성에 과장을 더해 예술성을 최대로 확장시킨다.

두 번째 만나는 동물 역시 멧돼지다. 그런데 재질이 다르다. 첫 번째 것이 금속이라면 두 번째 것은 고무다. 폐타이어를 잘라 연결해서 멧돼지의 각 부위를 만들었다. 주둥이 끝부분과 이빨, 네 개의 발굽만 금속 재질을 사용한 것 같다. 그런데 타이어를 어쩜 저리도 완벽하게 연결했을까? 멧돼지의 근육까지 완벽하게 표현되어 있다. 타이어의 무늬가 오히려 멧돼지의 역동성을 더해준다. 이게 바로 예술이다.

나무로 만든 황소
 나무로 만든 황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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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만난 동물은 스테인리스로 만든 고슴도치다. 스테인리스는 오대호가 사용하는 중요한 재질 중 하나다. 스테인리스는 은빛이어서 우선 고급스런 느낌을 준다. 고슴도치는 온몸이 가시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스테인리스관으로 표현하는 게 좋다. 그리고 스테인리스관은 상대적으로 무게가 덜 나간다. 오대호의 스테인리스 작품으로 유명한 것은 청남대에 있는 봉황이다. 여기 전시된 고슴도치보다 대작일 뿐 아니라 예술성에 있어서도 한 수 위이기 때문이다.

네 번째 만나는 동물은 황소다. 이 황소는 각기 다른 재질로, 다른 주제로 만들어져 있다. 하나는 소싸움이다. 두 마리의 황소가 머리를 맞대기 직전의 모습이다. 다른 하나는 스테인리스로 만든 투우다, 어깨를 잔뜩 올리고 있는 것으로 보아 공격하기 직전의 자세다. 또 다른 하나는 나무로 만든 성난 황소다. 이중섭의 그림 황소를 연상시킨다. 이들은 모두 금속이나 나무로 만들었는데 대단한 역동성을 지니고 있다. 죽은 금속이나 나무에 생명을 불어 넣어주는 예술가가 바로 오대호다.

흑룡
 흑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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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 두꺼비도 있고, 용도 있고, 물고기도 있다. 두꺼비는 폐타이어로 만들었다. 용은 폐타이어로 만든 것도 있고 금속으로 만든 것도 있다. 각기 다른 형상을 하고 있는 흑룡이다. 올해가 임진년 흑룡의 해여서 특별히 제작한 것이다. 그러나 용은 오대호가 즐겨 만드는 대표적인 캐릭터다. 용은 다른 작품들에 비해 대작이어서 야외에 전시되고 있다. 이곳 펀 파크뿐 아니라 오대호의 음성 스튜디오, 청남대 등에 전시되어 있다.

그리고 정크아트 중 분위기가 완전히 다른 것이 물고기(생선)다. 먼저 초록색의 철판을 연결해 물고기의 틀을 만들었다. 등지느러미와 꼬리를 만들고, 머리 부분은 떼어내고 대신 받침대를 만들었다. 거기다 물고기의 비늘을 표현하기 위해 가는 철사를 얽어맸다. 조금 아쉬운 것은 비늘에 통일성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생선의 비늘은 무늬가 기하학적이고 대칭과 통일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오대호의 물고기
 오대호의 물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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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크 게리의 물고기 페익스
 프랑크 게리의 물고기 페익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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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을 보면서 나는 프랑크 게리(Frank Gehry)의 페익스(Peix)를 생각했다. 페익스는 바르셀로나 올림피코 해변에 있는 물고기 작품으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조형물 중 하나다. 페익스는 카탈루냐어로 물고기을 말한다. 머리와 꼬리를 자른 물고기가 접시에 놓여 있는 모습이다. 물고기 조각의 재질은 청동이다. 쇠막대를 얽어 만들었기 때문에 겉에는 구멍이 생겨나 속을 들여다 볼 수 있다.

두 작품의 차이는 첫째가 통일성이다. 둘째 스케일에 있어서도 상대가 안 된다. 셋째 정교함이나 들인 공력도 페익스가 훨씬 앞선다. 다만 오대호의 물고기가 동화적인 측면에서 앞선다. 오대호의 물고기는 꼬리부분의 계단으로 올라가서 몸통 안을 걸어간 다음 입으로 나가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올 수 있는 구조다. 물고기는 내가 지금까지 본 오대호의 정크아트 중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로봇랜드와 펀스터디 건물로 이어지는 갤러리 O

태양과 불사조
 태양과 불사조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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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우리 일행은 갤러리 O로 간다. 가기 전에 체험교육장인 펀스터디 앞에 놓인 조형물을 잠시 살펴본다. 태양과 꽃 그리고 새를 표현했다. 둥근 태양 속에 꽃이 피어나고, 불꽃에는 새가 앉아 있다. 말 그대로 불사조 피닉스다. 이 작품은 작가의 말을 들어보아야 정확한 주제를 알 수 있겠다. 그렇지만 작품에 대한 해석은 관객의 자유다. 나는 이렇게 보고 싶다.

생명의 근원인 햇볕 속에서 꽃이 핀다. 꽃은 생명이고, 어린이고, 희망이다. 그 희망 속에서 태양은 불꽃을 피운다. 그 불꽃에는 영원히 죽지 않는 새 불사조가 앉아 있다. 그 불꽃은 세월의 수레바퀴이기 때문에 불사조가 영원히 앉아있을 수는 없다. 불꽃 위에 새가 없는 경우는 이미 날아간 것이다. 그러나 영원히 돌아가는 수레 위에는 계속해서 새들이 날아들 것이다.

다른 불꽃에는 비둘기가 날아와 앉는다. 비둘기는 평화를 상징한다. 이 세상의 평화를 염원하는 작가의 의도가 보인다. 그럼 태양과 꽃과 새라는 구체적인 대상에서 생명과 희망과 평화라는 추상적인 개념이 생겨난다. 오대호의 예술은 아직 구상이다. 그러나 언젠가 추상으로 갈지도 모른다. 나는 오히려 그러한 날이 오기를 바란다. 그게 바로 새로운 그 무엇(etwas Neues)이기 때문이다.

갤러리 O의 원형
 갤러리 O의 원형
ⓒ (주)정크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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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O는 로봇랜드와 펀스터디 건물로 이어진다. 갤러리 O 안으로 들어가니 갤러리 O의 원형이 축소모형으로 전시되어 있다. 현재 갤러리 O와 상당히 다른 모습이다. 펀 파크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현재의 모습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보은군과 ㈜정크아트, 오대호 작가의 합의로 이루어졌겠지만, 좀 아쉬움이 남는다. 현재의 모습이 원형에 비해 훨씬 더 직선적이기 때문이다. 안타까운지고.

갤러리 O에서는 화관이라는 작품이 눈에 들어온다. 나무, 새, 인간, 개, 은행잎, 지구, 수레바퀴가 있다. 3차원의 세계에 사는 존재들을 표현했다. 거기다 수레바퀴를 더해 시간을 표현했다. 요즘 말로 하면 4D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 새롭게 해석할 수 있는 게 은행잎이다. 은행잎은 둘로 나눠진 것처럼 보이지만 하나라는 점에서  음양사상과 관련이 있다. 그런데 제목이 어째 화관일까?

졸리는 생각: 사진을 찍는 필자의 모습이 들어 있다.
 졸리는 생각: 사진을 찍는 필자의 모습이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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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랜드에는 안내 로봇이 있어 우리에게 가는 방향을 안내한다. 로봇랜드에서 눈에 띄는 로봇은 '졸리는 생각'이다. 이 로봇의 가슴은 TV 모니터로 되어 있어 관객의 모습을 비춰준다. 또 재미있는 것은 '로봇합창단'이다. 꽃밭에 로봇들이 모여 합창을 한다. 지휘자가 있고, 작동로봇이 있고, 에일리언이 있고, 팔색조가 있고, 메롱이가 있다. 여기서 나오는 합창은 소리까지 보일 것 같다.

펀스터디에는 동화의 세계, 영화의 세계, 소설의 세계, 키네틱의 세계가 들어 있다. 소인국에 간 인간의 이야기를 표현한 '대장을 찾아보세요'는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상상력을 키워줄 수 있다. '구두 한 짝 찾아보세요'는 신데렐라 이야기다. '심청이를 찾아보세요'는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선원들에 팔려가는 심청이 이야기다. 심청이는 인당수에 몸을 던지기 위해 뱃전에 올라가 있다.

이티(E.T)는 한 때 애들이 가장 좋아하던 영화 캐릭터였다. 그 외 '도치 가족' '삼색 양', 못으로 만든 개, 꽃, 물고기와 어패류 같은 수중생물이 있다. 고슴도치는 오대호 작가의 중요 모티브 중 하나다. 삼색 양은 세 가지 색깔을 가진 양을 말하는데, 빨강색, 파랑색, 초록색이다. 못을 가지고 하는 작업도 오대호만의 전매특허다. 그는 못을 가지고 개도 만들고, 새도 만들고, 고슴도치도 만든다.

오대호 정크아트의 새로운 경지는 오디오아트(Audio Art)와 키네틱아트(Kinetic Art)다. 여기서 오디오아트는 조형물과 소리의 결합이고, 키네틱아트는 움직이는 조형물을 말한다. 오디오 아트에서는 버려진 스피커를 이용, 소리를 끄집어낸다. 그리고 키네틱 아트에서는 조형물을 동력장치와 연결 움직이게 한다. 더 나가 그는 오디오와 키네틱을 결합한 오디오 키네틱 아트를 구상하고 있다.

오디오 아트
 오디오 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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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펀 파크, #정크아트, #오대호, #엔터테인먼트 오름, #갤러리 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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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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