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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산물특화시장에서 9년째 장사를 해온 산호초 횟집 박현주씨와 김경순 부부는 소문난 칼잡이다.
 여수산물특화시장에서 9년째 장사를 해온 산호초 횟집 박현주씨와 김경순 부부는 소문난 칼잡이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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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모가 여름철 보양식으로 좋은 이유가 뭐예요?"
"붕장어는 사시사철 나오지만, 깊은 바다에 사는 하모는 1년 중 여름 한철에만 나오기 때문에 힘이 장사죠."

하모가 좋은 이유를 묻자 여수산물특화시장에서 9년째 장사를 해온 박현주(40)씨는 이렇게 대답했다. 부부횟집으로 소문난 산호초 횟집은 요즘 '하모회'와 '하모유비끼'를 하루 평균 30kg정도 팔고 있다. 활어회만 전문적으로 썰어 파는 이곳은 밀려드는 주문에 한시도 쉴 틈이 없단다.

여름은 보양식의 계절. 음식 하면 뭐니 뭐니 해도 제철음식이 최고다. 철 따라 즐기는 제철음식은 맛과 향이 좋고 영양소가 풍부해 우리 몸에 좋다. <한국어위키백과>에 몸에 좋은 제철어류는 '봄 도다리, 여름 민어, 가을 전어, 겨울 넙치'가 으뜸이라고 나와 있다.

일년 중 여름한철만 나는 하모는 다른 장어에 비해 힘이 세서 원기회복 보양식으로 각광받고 있다.
 일년 중 여름한철만 나는 하모는 다른 장어에 비해 힘이 세서 원기회복 보양식으로 각광받고 있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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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시기 여수의 여름철 대표 보양음식은 단연 갯장어라 불리는 '하모'다. 하모는 '갯장어'라는 뜻을 가진 일본식 표현이다. 갯장어는 흔히 하모(ハモ)로 잘 알려져 있다. 이는 갯장어가 잘 무는 습성을 가져 일본어 '물다'라는 뜻의 하무(ハム)에서 유래되었다. 잘못된 일본어는 고쳐 써야 맞지만, 하모 요리가 일본에서 유래했기 때문에 필자는 하모로 표현하기로 했다. 왜냐하면 이곳 사람들은 갯장어보다 '하모'로 표현해야 더 감칠맛을 느끼기 때문이다.

하모 샤브샤브...3대 보양식과 안 바꾼다

육류로 대표되는 3대 보양식 하면 삼계탕, 흑염소, 보신탕이 떠오른다. 하지만 여수에선 이런 보양식은 명함도 못 내민다. 바로 제철 보양식 '하모' 때문이다. 올해 수요가 많으니 당연히 몸값도 껑충 뛰었다. 하모에 이어 전복, 낙지도 여수에서 인기 높은 보양식 중 하나다. 말하자면 이곳은 육군(육식)보다 해군(해산물)이 더 인기가 높다.

여름철 제철 보양식 하모는 여수에서 가장 인기 있는 보양식 중 하나다. 양파와 깻잎에 싼 하모(위쪽)와 하모 내장과 육수에 끊고 있는 하모샤브샤브(아래) 모습.
 여름철 제철 보양식 하모는 여수에서 가장 인기 있는 보양식 중 하나다. 양파와 깻잎에 싼 하모(위쪽)와 하모 내장과 육수에 끊고 있는 하모샤브샤브(아래) 모습.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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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양식은 뭐니 뭐니 해도 기력이 딸릴 때 먹어야 원기회복에 좋다. 하모는 한철 음식이다. 붕장어는 사철 나오지만 갯장어인 하모는 일년에 한 번 여름철에만 볼 수 있다. 해마다 6월~8월 여수 가막만과 여자만에는 하모 잡이가 한창이다.

20~50m의 깊은 바다에 사는 하모는 갯벌을 좋아해 하절기 남해안에 잠시 머물러 왔다가 하모잡이 어선에 잡혀 우리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이 시기 깊은 바다에서 힘을 길러온 하모의 몸에서는 기름기가 좌르르 흐른다.

하모는 8월 이후 수심이 깊은 바다로 다시 이동한다. 8월이 지나면 하모는 잔뼈가 굵어지고 뼈가 억세져 먹기 불편하다. 8월 이후에 잡힌 하모는 주로 즙을 내서 먹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하모 맛의 진미는 바로 지금이 적기다.

고전에 실린 하모에 관한 기록도 흥미롭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입은 돼지같이 길고 이빨은 개처럼 고르지 못하다"는 견아려(犬牙鱺)로 나온다. 또 허준의 <동의보감>에서는 해만(海鰻)이란 이름으로 "악창과 옴, 누창을 치료하는 것"으로 소개되어 예로부터 보양식품으로 인정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하모가 보양식으로 으뜸인 이유는 피로회복은 물론 성인병 예방, 허약체질 개선에 효과가 탁월하기 때문이다. 하모는 단백질, 지방, 비타민A 와 E, 미네랄 등이 풍부하다. 특히 껍질에는 콘드로이틴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피부미용과 노화방지에도 효과가 커 여성들에게 '인기 짱'이다. 또한 DHA와 EPA가 풍부해 두뇌의 활동을 향상시킨다. 하모에 풍부한 비타민 E는 혈액순환을 활발하게 해주어 고혈압, 동맥경화 등의 성인병 예방에 효과적이란다.

즉석에서 잡은 힘좋은 하모를 손질해 접시에 담아 놓은 하모 유비끼의 모습
 즉석에서 잡은 힘좋은 하모를 손질해 접시에 담아 놓은 하모 유비끼의 모습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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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모는 또 무는 힘이 엄청 세다. 낚시로 하모를 잡으면 사람이 제대로 서 있지 못하고 휘청거릴 정도다. 하모가 원기회복 식품으로 각광받는 이유는 그 힘 때문이다. 어부들은 주낙에 물려온 하모의 낚싯줄을 빼지 않고 바로 잘라 버린다. 왜냐면 하모 이빨에 물리면 손가락이 잘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모 고장 여수, 싸고 푸짐하게 먹으려면...

하모 요리는 여수의 10미(味) 중 하나다. 엑스포를 보기 위해 여수에 오면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엑스포'와 '하모 요리'다. 하모 집으로 유명한 '경도'와 봉산동 '하모거리'에는 요즘 하모요리를 찾는 손님들로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가격도 각각 다르다. 참고로 여수에서 저렴한 가격에 하모를 맛보려면 '여수수산물특화시장'을 이용해도 좋다. 이곳에서는 시중보다 20~30% 저렴한 가격에 하모를 푸짐하게 맛볼 수 있다.

하모 요리를 먹기 위해 19일 오후 여수시 남산동에 있는 수산물특화시장을 찾았다. 횟집이 즐비한 1층 특화시장에서 하모를 주문한 후 안내에 따라 2층 식당으로 갔다. 식당에는 손님으로 가득했다. 무진장식당 성현숙(41)씨에게 이곳에서 먹으면 장점이 무엇인지 물었다.

"이곳은 일반식당에 비해 스끼다시(밑반찬)가 없는 반면 좋아하는 회와 해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맘껏 먹을 수 있어요. 식당은 1인당 4000원이 기본입니다. 다른 곳에 비해 20~30% 저렴한 가격에 싱싱한 수산물을 먹을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하모 샤브샤브를 먹고 난후 육수에 라면사리를 넣으니 그 맛이 별미로다.
 하모 샤브샤브를 먹고 난후 육수에 라면사리를 넣으니 그 맛이 별미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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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모 요리는 '하모회' 내지는 '하모 샤브샤브'로 먹어야 제 맛이다. 이곳은 생선뼈와 한약재를 푹 달인 육수에 녹각, 대추, 감초, 무우, 양파, 대파를 넣어 또다시 육수를 끊이니 완전 보양식이 따로없다. 끊는 육수에 하모를 약 20초 정도 담그니 '하모꽃'이 핀다. 양파나 깻잎에 살짝 데친 부추를 곁들인 하모쌈은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이게 바로 정통 샤브샤브(데침회) 요리의 기본이다. 샤브샤브를 먹은 후 마무리는 하모라면이다. 샤브샤브 육수에 라면사리를 넣으니 그 맛이 별미다.

올 여름 여수는 엑스포에 이어 버스커버스커의 <여수 밤바다> 그리고 여름철 보양식 하모 요리로 인기 최고다. 엑스포 도시 여수에 오거든 그 맛과 추억에 한 번 빠져보시라. 올 여름 하모 샤브샤브 하나면 삼복더위는 끝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전라도뉴스> <여수넷통>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하모, #하모샤브샤브, #갯장어, #여수수산물특화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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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말해도 좋다. 단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라!" 어릴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늘 그맘 변치않고 살렵니다. <3월 뉴스게릴라상> <아버지 우수상> <2012 총선.대선 특별취재팀> <찜!e시민기자> <2월 22일상> <세월호 보도 - 6.4지방선거 보도 특별상> 거북선 보도 <특종상> 명예의 전당 으뜸상 ☞「납북어부의 아들」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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