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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수능 시험이 한 달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그러나 이제 고등학교 3학년 대입 준비생에게 있어 무조건 공부만 열심히 하면 대학 합격이 보장되는 시대는 지났다. 대학마다 기준이 다른 전형조건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으면 평소 충분한 성적을 받아도 입시에 실패하는 경우가 허사하다.

8월 21일 자로 발표된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2013학년도 수시 모집요강 주요사항'에 따르면, 내년 대학입학 정원의 64.4%를 수시 모집으로 뽑는다고 한다. 쉬운 수능 탓에 학생들의 변별력 저하로 대학마다 수시모집 비율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4년제 대학교의 대부분(200개 중 195개 대학)이 수시모집을 실시하며, 이번 수시는 지원횟수가 6회로 제한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모든 전형에 해당되며 특별법에 의해 설립된 대학(KAIST·경찰대학 등)과 산업대·전문대학은 제외된다. 또 수시모집 충원 합격자도 등록의사에 관계없이 정시 및 추가모집에 지원할 수 없다.

특히 수시 모집 중 대학 독자적 기준에 의한 특별전형의 경우, 이는 각 대학이 지원 자격과 전형 방법을 자율적으로 정하는 전형이기 때문에 대학이 원하는 인재상에 따라 지원 자격이나 전형 방법이 천차만별이다. 교과서와 문제집을 독파하는 것만큼 입시의 차이를 알고 나에게 맞는 전형을 구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왜 정시와는 달리 일관적이지 않고 대학마다 복잡한 수시라는 제도가 등장하게 된 것일까. 오늘날 우리나라 학부모의 높은 교육열과 학생들의 입시 경쟁은 매우 치열하며 그에 따른 학력상승의 욕구 역시 매우 강하다. 그만큼 입시생들은 그동안 공들여 쌓아온 결과를 바로 수능 당일 제대로 발휘해야 하는 부담이 커지게 되는 것이다. 단 한 번의 정시에서 모든 것이 판가름되는 대학으로의 길. 하지만 대학에서도 학생들의 부담이 큰 만큼 개인적인 사정이나 컨디션 등의 이유로 한 번의 기회만으로 학생의 모든 것을 판단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고 봤고, 이를 막기 위해 수시라는 제도가 등장하게 된다.

수시는 기본적으로 학교 성적·생활기록부를 중심으로 학생을 평가한다. 그동안의 학교 성적과 출석률·봉사활동시간이나 특이활동 등을 먼저 보고, 그 후에 면접이나 논술시험을 보아 변별력을 높이는 대학도 있다. 이제 수시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고 정시에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을 만큼 많은 수의 학생들을 선별한다. 많은 수의 학교가 ▲ 일반논술전형 ▲ 리더십전형 ▲ 글로벌리더전형 ▲ 21c인재전형 ▲ 외국어우수전형 ▲ 입학사정관제도까지 도입되어 능력을 갖춘 다양한 학생들을 선발하고자 다양한 분야의 전형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필자 역시 논술전형 수시로 대학에 합격한 케이스로, 수시의 확대는 학생들에게 암기식 위주의 학습이 아닌 보다 창의적이고 다양한 측면에서의 평가가 가능하다는 장점과, 자신이 가진 능력을 실제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기회라고 본다. 그에 비해 정시는 대부분 수능 성적이 전부다. 옛날과 달리, 표준편차까지도 성적표에 나타나기 때문에 1점 하나하나가 곧바로 대학 입시에 직결된다. 물론 내신 또한 비중을 차지하지만, 수능 점수가 잘 나온다면 입시에 매우 유리한 전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다양한 수시제도는 단순히 성적에 맞는 학과 진학이 아니라, 우리가 직접 꿈의 방향을 설계하고 어떻게 도전해야 하는지를 깨닫게 해주는 방법이다. 간혹 정시로 들어온 수능 등급이 높은 학생들이 비교적 수시합격생들의 수준이 낮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도 있으나, 수시 합격생 역시 자신의 고난과 역경을 이기고 자신과의 싸움에서 당당히 이긴 자들이다.

충분한 잠재력이 있으며 현 사회도 그것을 인정했기 때문에 수시생 선발 비율을 늘리고 있는 것이다. 수시는 가고 싶은 대학에 갈 수 있는 확률을 조금이나마 넓히는 길이다. 누구나 가고 싶은 대학의 선이 있고, 수시 지원은 정시에서 예상되는 자기 점수와 등급 컷을 바탕으로 그보다 상위권 대학 중 가고 싶은 대학들의 목록을 현실적으로 짜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런 과정에서 자신의 위치를 알게 되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알아가는 것이다.

야간자율학습을 위해 늦도록 불을 켠 학교의 모습.
 야간자율학습을 위해 늦도록 불을 켠 학교의 모습.
ⓒ 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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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형성이론은 학급에서 수행하는 과제와 평가방식에 따라 학생들의 지적 능력의 형성 차원이 달라진다는 관점에서 시작한다. 이는 학교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평소 학생들의 태도를 통해 능력이 형성되는 것이다.

특히 과제수행이나 평가가 다차원적인 경우, 어떤 학생들의 능력이 우수하다고 서열을 매길 수 없기 때문에 그 학생들은 일렬로 늘어서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능력수준에 대한 지각을 다양하게 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다양한 능력의 형성이 바로 대학에서 자율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수시의 기준이 되는 것이다. 수능을 앞둔 수험생은 마치 대학의 취업 준비생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주어진 기회는 모두 활용하고, 입시 원서를 낼 수 있다면 다 내보고, 면접시험을 볼 수 있다면 다 보는 것이다. 정시와 수시 지원 중 하나에만 올인하는 태도에서 벗어나 주어진 기회를 모두 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학생들이 유리한 입시 환경이 됐다.

예를 들어 입학사정관제도를 생각해 보자. 수시의 한 종류인 입학사정관제도는 입학사정관이 주도하는 전형이며 사정기준에 따라 학생들을 평가한다. 즉 이 사정 기준에 가장 부합하는 학생이 합격하는 제도인데 모든 대학교에서는 절대로 이 사정 기준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으며 사정기준 또한 대학마다 다르다. 입학사정관이 직접 개입하지 않는 한 모든 입학사정관제도 관련 사교육은 추측에 전적으로 의존할 뿐 정답을 제시할 수 없기에, 이는 절대로 사교육으로 메울 수 없는 구멍인 것이다. 이런 점에서도 역시 수시의 효율성을 발견할 수 있다.

교육의 어원은 한자로 보았을 때 '보살피며 지도한다'는 뜻으로, '길들이며 형성해 간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교육이라는 큰 테두리 안에 학습을 넣을 수 있으며 보다 인간다워지고자 교육을 중요시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재의 우리나라는 교육은 사라지고 학습만 남아버린 사회가 됐다. 무조건 입시에만 맞춰진 학습에 길들여져 인간답지 못한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만일 정시로만 학생들을 평가한다면 더더욱 이러한 경향은 커질 것이다.

톨스토이의 말처럼 '인간은 습득된 지식의 양이 아니라 자기반성을 통해 성장하는 동물'이며, 지식의 습득은 '이해와 실천'이 동반돼야 한다. 학습은 단순히 자신의 환경뿐만 아니라 지금까지의 사회·역사·문화적 환경이 중요한 의미를 가지기 때문에 그에 적응해 변화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축적된 과거 경험의 수동적인 사용에 그치지 않고, 나아가 그것을 가지고 환경에 대해 적극적으로 작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수험생들은 머리로만 이뤄지는 학습이 아니라, 자신의 총체적 능력을 형성할 수 있는 학교 생활부터 충실히 해 나가면서 미래를 준비하는 교육을 받아야 할 것이다.


태그:#수시, #입학사정관제도, #대학 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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