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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은 기억하고 있다. 5년 전 이명박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아준 후 6개월도 안 되어서  이명박 대통령의 쇠고기 수입개방에 반대하는 촛불을 들어야 했던 기억을 하고 있다. 당시에 쇠고기 수입개방 반대와 함께 큰 공감을 이끌어냈던 의제는 수도, 전기, 가스 등 국민 필수재 영역에 대한 민영화 반대였다. 이후 이명박 정부는 민영화를 대대적으로 추진하기는 어려워졌다. 물론 산업은행 민영화, 인천국제공항 민영화, 공적자금 투입 기업 민영화 등 사실상의 민영화는 조용하게 계속 추진되어 왔다.

서울시 메트로9호선이 심각한 적자로 운임인상이 불가피하다며 일방적인 요금 인상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4월 1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다산플라자 앞에서 공공운수노조연맹과 참여연대 회원들이 '지하철 9호선 요금 인상 반대 및 KTX 민영화 강행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재벌 특혜의 9호선 요금 폭등을 반대하며 민자사업의 특혜의혹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서울시 메트로9호선이 심각한 적자로 운임인상이 불가피하다며 일방적인 요금 인상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4월 1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다산플라자 앞에서 공공운수노조연맹과 참여연대 회원들이 '지하철 9호선 요금 인상 반대 및 KTX 민영화 강행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재벌 특혜의 9호선 요금 폭등을 반대하며 민자사업의 특혜의혹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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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모든 대선 후보들이 반신자유주의자가 되어 '신자유주의 시장만능사고와 시장의 실패'를 비판하고 있다. 심지어 박근혜 후보조차도 대선후보 출마 선언문에서 "'원칙을 잃은 자본주의'가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면서 지금의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있다. 박근혜 후보는 지금의 자본주의가 어떤 원칙을 잃었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그 중의 하나는 '효율성과 수익성'의 이름으로 공공의 영역을 무리하게 시장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이제 '근본적인 변화'(박근혜)를 추구하고, '시대의 교체'(문재인)를 해야 하며, '낡은 체제를 청산하고 미래 가치'(안철수)를 열기 위해서라도 신자유주의 핵심 정책인 '민영화 정책'에 대한 포괄적인 대안이다. 그렇다면 세 후보의 민영화에 대한 대안전략은 무엇인가? 불행한 일이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후보들은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물론 개별 사안에 대해 민영화를 거부하는 발언들은 제법 있었다. 박근혜 후보는 지난봄에 KTX민영화 문제가 불거지자, 그 결정을 차기 정부로 이월해야 한다며 책임을 피해 간 적이 있다. 문재인 후보는 한국항공주산업(KAI)의 민영화 시도를 반대하면서, 이 영역은 국가가 먼 미래를 내다보고 장기적인 투자를 해야 할 사업이라고 적시하기도 했다. 의사출신인 안철수 후보는 영리 병원에 대해 분명한 반대의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것뿐이다. 개별적 사안의 민영화에 대한 호불호는 있는데, 총체적인 전략과 기조가 잘 보이지 않는다. 이 문제는 국지적 사안에 대한 임기응변적 대처로 끝날 문제가 결코 아니다. 본원적으로는 우리의 미래 사회경제 시스템이 과연 '시장의 틀 안에서 사적 기업들의 이윤경쟁 형태를 통해서만' 작동하도록 할 것인가, 아니면 시장의 문턱을 넘어 공공영역과 사회적 경제 영역까지를 포괄하는 다양한 소유와 경영, 서비스 형태를 추구할 것인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시장을 벗어난 다양한 소유와 경영형태 

경제는 시장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시장의 제한을 넘어 보다 다양한 소유와 경영 방식으로 경제를 작동시킬 수 있다. 특히 고용 없는 성장의 시대, 경제 위기의 시대에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최소한 정의로운 시장경제, 숙의 민주주의에 기초한 공공경제, 지역 공동체에 뿌리박은 사회적 경제가 함께 우리 국민경제 안에서 어울려야 한다. 그럴 때 경제 민주화도, 보편 복지도 실현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공공재와 공공서비스, 사회서비스는 공적인 기업이 책임을 지고, 이윤의 원리가 아닌 공적 서비스의 원리에 의해 운영해야 한다. 은행이 그러해야 한다. 통신 산업과 석유 등 에너지 산업이 그러해야 한다. 특히 이명박 정부가 추진해온 광범한 민영화 사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함은 물론이다. 또한, 협동조합과 같은 사회적 경제가 체계적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국가가 여건을 마련해주는 것은 경제 민주화의 내용을 심화시키고 불황의 위기를 돌파하는데 상당히 의미 있는 전략이 될 수 있다.

대선후보라면 이런 전망과 비전을 가지고 과거의 민영화 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그나마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이런 부분에 대한 최소한의 문제의식은 보여주고 있어 다행이다.

예를 들어서 문재인 후보는 한 타운홀 미팅에서 "경쟁과 효율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가 우리 사회를 지배했는데 이명박 정부에서 공공기관도 경쟁과 효율을 평가지표로 삼아 너무나 잘못된 방향으로 끌어왔다"며 적절히 짚고 있다. 또한 그의 책 <사람이 먼저다>에서는 "경제 민주화를 통해서 재벌 대기업을 개혁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사회적 경제와 지역 순환경제, 곧 지역 공동체가 지역의 자원을 활용하는 비즈니스 구조가 경제의 한 축이 될 수 있도록 북돋워 주고 보완해야 합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안철수 후보도 그의 책 <안철수의 생각>에서 "과거에는 민영화가 효율성과 선진화의 상징인 것처럼 받아들여질 때가 있었습니다, 별다른 고민 없이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중략) 이제는 더 이상 공기업의 민영화가 만병통치는 아니라는 시각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중국의 차이나 텔레콤은 정부가 소유하고 있는데 민간 기업 이상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죠" 라고 말한다.

공기업 혁신은 민영화가 아니라 국민 참여형 경영구조로

그러면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이 필요할까? 민영화를 도입하지 않을 경우, 각종 낙하산 인사와 비효율 등으로 여전히 국민으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는 공공기관과 공기업을 어떻게 혁신할 수 있을까?

우선은 이명박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모든 공기업 민영화 계획을 중단해야 한다. 인천국제공항, KTX철도 등 국민의 서비스를 책임지고 있는 기간산업을 재벌, 외국자본의 수익 대상으로 전락시키는 계획이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꾸준히 추진하고 있는 발전산업 매각, 가스산업 도입부문 경쟁 도입, 영리병원 설립, 상수도 민영화도 중단되어야 한다.

그리고 기존에 민영화된 공기업 중 국민의 민생에 부정적 영향을 크게 미치는 순서대로 다시 재 공공화해야 한다. 예를 들면 통신, 정유산업의 경우 민간기업들은 천문학적인 이윤을 얻고 있는 반면, 서민들이 높은 요금을 지불하고 있는 실정이다. 통신, 정유산업이 민영화된 이후 진행된 문제점들을 정리한 백서를 발간하고 이를 토대로 핵심 필수 서비스 산업을 재 공공화하는 운동을 국민운동 차원으로 전개해나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공기업이 정권과 관료를 위한 기관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기관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공기업을 '이해관계자 참여형' 운영구조로 개편하고, 공공기관 평가 기준도 효율성과 수익성이 아니라 '공공성'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

민영화 vs 공공성, "누구를 위한 정부인가?"

궁극적으로 민영화에 대한 대안은 어떤 정부를 구성할 것인가로 이어진다. 잘 알려진 것처럼 신자유주의는 '작은 정부'를 주창했고 이를 위해 공무원 감축, 공기업 매각, 민간 위탁 등을 강력하게 추진해왔다. 이명박 정부도 그랬다. 경제도 정부가 시장개입을 하지 않는 쪽으로 움직였고 재벌 독식의 시장지배를 묵인하여 경제 민주화 요구를 불러일으켰다. 때문에 민영화 문제는 곧 정부의 역할 문제와 맞닿아 있다.

자신의 정부론을 먼저 밝힌 후보는 박근혜다. 그는 출마선언 직후 첫 공약으로 '정부 3.0'구상을 발표했다. 정부론이라고 보기에는 심각히 빈약하고 그 때문에 별 반향도 없었지만, 어쨌든 내용은 '행정정보의 공개와 공유'를 지향한다는 것이다. 적어도 작은 정부를 운운하지는 않고 있다.

한편 정부론과 관련해서는 최근에 안철수 후보가 잇달아 발표하고 있는 정치혁신안이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를테면 대통령의 인사권을 10분의 1로 줄인다든지 국회의원 정원을 대폭 축소하겠다는 방안 등이 그것이다. 대통령, 행정부, 국회의 권력을 줄이는 것은 할 수 있다. 그러나 정말 문제는 권력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줄인 권력을 누구에게 주는가 하는 것이다.

우리 국민은 알고 있다. 노무현 정부가 권위주의를 없애고 권력 분산을 시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렇다고 그 권력이 국민에게 넘어간 것은 아니었다. 그 권력은 노무현 전 대통령 표현대로 국민이 아니라 시장으로, 시장의 지배자인 재벌과 글로벌 금융자본으로 넘어갔다. 이게 정말 문제다.

예를 들어 안철수 후보는 대통령 인사권을 대폭 축소하고 상당한 부분 국회로 권한을 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국회의원은 대폭 줄이겠다고 했다. 그러면 그 권력은 누구에게로 가는가? 훨씬 소수의 엘리트 국회의원에게로 가지 않겠나? 그들은 재벌이 훨씬 더 매수하기 쉽고, 국민으로부터는 더 멀어지기 쉽지 않겠나?

때문에 오히려 안철수 후보와 반대의 주장하기도 한다. 민의에 반하는 의원들을 언제든지 유권자가 소환할 수 있도록 유권자 2~3만 명 단위로 국회의원을 뽑아 그 수를 오히려 대폭 늘리는 것이다. 선거구를 소규모 단위로 하면 할수록 국민들의 소환권은 강력한 국회 의정활동 견제 기능으로 작동할 수 있다. 또한 숫자가 늘어나는 만큼 국회의원의 법률적 재정적 특권을 약화시켜 국회의 문턱을 낮출 수 있다. (<새로운사회를여는상상력>,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2006)

공공성을 지켜갈 책임 있는 정부

확실한 것은 지금 필요한 정부는 '공공성을 지키는 책임 있는 정부'이다. 그래야 보편복지와 경제 민주화, 노동권 강화를 추진할 수 있다. 시장에 모든 것을 맡기는 작은 정부는 외국자본과 재벌들에게 쉽게 휘둘리고, 에너지와 SOC사업, 교육과 보건 서비스를 사적 대기업들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게 한다. 사회 안전망을 거대 사보험 회사들에게 의지하도록 한다. 치안조차 재벌 산하 사설경비 업체의 수익영역으로 편입시킨다. 정말 다수 국민에게는 아무것도 해주지 않는 정부가 된다. 차기정부가 이런 정부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새사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김병권 기자는 새사연 부원장입니다.



태그:#2012 대선, #민영화, #공공성, #대선 정책, #작은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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