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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위원장 이태수)는 28일 이른바 '가짜 횡성한우'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 "대법원은 교조주의(敎條主義)에 빠져 있다"라고 정면으로 비판한 수원지법 성남지원 김동진(43·사법연수원 25기) 부장판사에 대해 소속 법원장에게 서면경고를 권고했다.

공직자윤리위원회는 또 재판을 진행하면서 고령의 증인에게 '막말'을 한 서울동부지법 Y(45) 부장판사에 대해 소속 서울동부지방법원장에게 징계청구를 권고했다.

김동진 부장판사 사건 및 결과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이날 대법원에서 회의를 열어 김동진 부장판사가 '대법원의 횡성한우 판결에 대한 소감'이라는 글을 내부통신망(코트넷)에 올린 비판 글에 대해 심의하고 "수원지방법원장이 서면경고 또는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하는 게 상당하다"고 결의했다. 서면경고는 징계가 아니다.

윤리위원회는 "김 부장판사가 글을 게시한 행위는 현재 진행 중인 사건에 관해 법관이 법정 밖에서 공개적으로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서, 이는 법관윤리강령과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 권고의견 제3호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번 조치(서면경고 권고)가 보편타당한 법 논리의 발전을 촉진할 수 있는 법관의 자유로운 의견 표명과 비판을 금지하는 것으로 오해돼서는 안 됨을 분명히 한다"며 의사표현 규제에 대해 선을 그었다.

앞서 공직자윤리위원회는 2009년 2월 ▲법관 자신이 담당한 사건 ▲다른 법관이 담당한 사건 ▲곧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사건과 같이, 법관이 구체적 사건과 관련해 공개적으로 논평하거나 의견을 표명할 때 유의해야 할 사항을 담은 <권고의견 3호>를 제시한 바 있다.

이번 사건의 내용은 이렇다.

동횡성농협 조합장과 간부, 유통업자 등 11명은 2008년 1월∼2009년 2월 공주시 등 횡성군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출생하고 사육된 한우들을 구매해 바로 도축하거나 일정기간(20일 이상~20개월) 사육한 뒤 '횡성한우'라는 브랜드로 이름 붙여 서울 및 수도권 일대 농협 직거래 판매처에서 판매한 혐의(농산물품질관리법 위반)로 기소됐다.

1심은 "어느 정도의 기간 동안 사육되면 그 사육지를 원산지로 볼 수 있는지 등 축산물의 국내에서의 지역적 이동의 경우 원산지 전환에 대한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피고인들이 판매한 쇠고기는 최소한 20일 이상 20개월까지 횡성군에서 사육된 만큼 이를 횡성군에서 '생산'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무죄 판결했다.

하지만 항소심(2심)은 "원산지를 위장해 가짜 횡성한우를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들에게 판매해 부당한 이득을 취득했다"며 동횡성농협 조합장에게 징역 8월의 실형을 선고하며 법정구속하고, 조합과장과 조합팀장에게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등 관련자 모두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유통업자가 다른 지역의 한우를 횡성으로 이동시킨 후 2개월도 못 되는 기간 내에 도축한 경우, 보관기간이 너무도 짧은 기간에 해당하므로, 적어도 이런 '보관행위'에 대해서는 도저히 횡성에서의 '사육행위'로 보기 어려워 '가짜 한성한우'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를 뒤집었다. 대법원 제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농산물품질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동횡성농협 조합장 등에 대한 상고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춘천지법 본원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지난 2일 밝혔다.

재판부는 "소가 출생지 외의 지역에서 사육되다가 도축된 경우 어느 정도의 기간 동안 사육되면 비로소 그 사육지를 원산지로 표시할 수 있는지에 관해 관계 법령에 아무런 규정이 없다면 특정 지역에서 단기간이라도 일정기간 사육된 소의 경우 그 쇠고기에 해당 시·군·구명을 원산지로 표시해 판매했더라도 이를 곧바로 원산지 표시 규정 위반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원심은 횡성군에서 출생 사육되지 않은 소를 횡성군으로 이동시킨 후 도축까지의 기간이 2개월 미만인 경우, 모두 일률적으로 도축의 준비행위 또는 단순한 보관행위에 불과하다고 판단해 이 부분까지도 유죄로 판단했다"며 "이는 농산물품질관리법에 대한 해석과 법률적용을 그르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므로 이 부분을 다시 심리 판단하라"며 파기환송했다.

"이상한 결론 반복되는 경우 국민들의 사법부에 대한 신뢰는 점점 멀어질 것"

그런데 '가짜 횡성한우' 판결은 수원지법 성남지원 김동진 부장판사가 춘천지법 제1형사부 재판장으로 있을 때 맡았던 사건이다. 쉽게 말해 대법원이 자신의 판결을 잘못이라고 뒤집은 것이다.

그러자 김동진 부장판사는 지난 6일 법원 내부통신망에 <대법원의 횡성한우 판결에 대한 소감. 무엇을 위한 판결인가? 대법원은 교조주의에 빠져 있다>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대법원에 돌직구를 던졌다.

김 부장판사는 "재판부는 유통업자가 소를 횡성으로 이동시킨 후 2개월도 채 안 되는 기간 내에 도축한 경우는 (설령 행정기관의 고시가 미비하다고 하더라도 상식논리에 비춰 볼 때) 농산물품질관리법에서 규정한 '사육행위'로 볼 수 없고, 이러한 행위는 유통업자에 의한 단순보관 행위에 불과하다는 취지로 판단하면서 소비자들을 기만한 농협 간부들에게 유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런데 대법원은 항소심 판결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을 했다"며 "핵심적인 논거는 유통업자가 이동 후 2개월 내에 도축했더라도 개별상황에 따라 사육행위로 볼 수도 있다는 것이며, 유통업자가 소들에게 먹인 사료, 소들을 머물게 한 장소, 이동 후 도축까지 걸린 시간 등을 개별적으로 조사해 봐야만 '사육행위'와 '단순보관(도축준비)' 중 무엇인지 비로소 판별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의 위와 같은 논거는 언뜻 볼 때 그럴듯하다"면서도 "그러나 조금만 깊이 생각해보면, 대법원이 내세운 조사방법은 현실세계에서 불가능한 것임을 금방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부장판사는 "해당 농협이 시간이 한참 지나 이미 쇠고기로 소비된 수백 마리의 소들에게 먹였던 사료, 보관했던 장소 등을 어떻게 조사할 것이며, 어떻게 알 수 있는 것일까?"라고 반문하며 "대법원 판결은 하급심 법원으로서는 불가능한 조사방법을 판단기준으로 제시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무죄판결을 이끄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그러면 일반소비자들은 물론이고 '지리적 표시(명품 횡성한우)'에 대한 권리자들도 분통을 터뜨리는 유통업자들의 탈법행위에 대해 굳이 대법원이 불가능한 조사기준을 제시하면서까지 무죄판결을 선고해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라고 따져 물었다.

김 부장판사는 "판사가 '원산지 허위표시'라는 농산물품질관리법에 관한 소송에 임할 때에는, 농산물품질관리법이 추구하는 목적, 법률이 만들어진 경위, 우리나라의 사회현실 등을 고려해 법의 정신과 가치를 밝히고 살리는 방향으로 업무처리를 해야 한다"며 "그것이 국민들이 판사에게 맡긴 임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판사들이 법률에 나열돼 있는 문구들의 형식적인 의미에만 집착하거나, '죄형법정주의' 또는 '입증책임'의 이념만을 침소봉대(針小棒大)함으로써 사건의 본질에 걸맞지 않는 이상한 결론에 이르는 상황이 반복되는 경우 국민들의 사법부에 대한 신뢰는 점점 멀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부장판사는 "많은 국민들이 어떤 판결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면서 비판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을 때, 판사들은 '국민들이 법에 문외한이라서 저렇게 하는 것이야!'라고 섣불리 말해서는 안 되며, 많은 사람들이 그와 같이 비판할 때에는 '혹시 우리 판사들이 형식논리나 교조주의(敎條主義)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닐까?'라고 스스로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이 횡성한우 판결을 선고하면서 강조한 법의 정신과 가치는 '죄형법정주의'였던 것 같은데, 단위농협과 유통업자들의 탈법행위가 분명하게 드러난 상황에서는 대법원이 습관적으로 집착하는 그러한 일반론보다는 '원산지의 진정성', '거래질서의 신뢰성', '소비자의 보호' 등 농산물품질관리법이 제정된 본래의 정신을 밝혀주는 것이 우리 사회의 건강함과 국민들을 위해 사법부가 해야 할 소임이라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대법원 윤리위, 법정서 '막말'한 부장판사 소속 법원장에 징계청구 권고

서울동부지법 Y부장판사는 지난달 22일 법정에서 사기사건 피해자 A(66,여)씨를 증인으로 불러 심문하던 중 A씨의 진술이 수차례 번복되고 모호하게 답해 불명확하게 들리자 마이크가 켜진 상태에서 혼잣말로 "늙으면 죽어야 해요"라는 말을 해 물의를 일으켰다.

공직자윤리위는 이날 서울 서초동 대법원 회의실에서 Y부장판사에 대한 조치방안과 부적절한 법정언행 방지대책에 관해 논의한 뒤 소속 서울동부지법원장에게 징계청구를 권고했다.

윤리위원회는 "법관의 법정언행은 재판의 일부이므로, 재판독립의 원칙에 비춰 함부로 관여하거나 간섭할 수 없다"면서도 "그러나 소송관계인의 존중, 품위유지 등 법관윤리강령과 이를 구체화한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 권고의견 6호를 위반해 법정 언행의 한계를 벗어난 경우 징계사유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 <권고의견 제6호>는 법관이 법정 언행 및 태도에서 유의할 사항을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 5가지다.

▲법관은 항상 당사자와 대리인 등 소송관계인의 인격을 존중하는 적절한 표현을 사용할 것
▲법관은 항상 침착함과 온유함을 유지해야 하고, 소송관계인을 인내와 예의로 대할 것
▲법관은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태도와 열린 자세를 가져야 하며, 편견이나 차별, 모욕이나 희롱으로 느껴질 수 있는 언행을 삼갈 것
▲법관은 소송관계인이 진술할 기회를 보장하고, 진술은 경청할 것
▲법관은 화해절차와 조정절차에서 당사자들의 의사를 존중해야 하고, 과도하게 화해나 조정을 권유하거나 강요하는 것으로 비추어질 언행을 삼가야 한다는 내용이다.

공직자윤리위는 "따라서 전국의 법관들에 대해 법정언행이 법관윤리강령 등을 위반한 경우 징계사유가 될 수 있음을 분명히 하고, 아울러 대법원에 대해서도 법정언행의 개선을 위한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 아래 개선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김동진, #횡성한우, #막말 판사, #공직자윤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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