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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동남아시아 쓰나미 사태 이후 맹그로브 숲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쓰나미도 막아 주는 홍수림이자, 생태계의 보고로서의 맹그로브 숲 복원 활동은 스리랑카에서 빈민 퇴출 활동과 함께 병행되고 있다.
▲ 맹그로브 묘목을 옮기는 한국과 스리랑카 미래세대 2004년 동남아시아 쓰나미 사태 이후 맹그로브 숲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쓰나미도 막아 주는 홍수림이자, 생태계의 보고로서의 맹그로브 숲 복원 활동은 스리랑카에서 빈민 퇴출 활동과 함께 병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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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0일 인도 남쪽의 섬나라, 스리랑카를 찾았다. 직항편이 없는 관계로 싱가포르에서 비행기를 갈아타서 갔는데, 꼬박 12시간이 걸렸다. 오전 1시에 콤롬보(Colombo) 국제공항에 도착했지만, 후끈한 날씨는 그 시간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공항이 인도양 근처여서 인지 약간은 비릿한 향이 나는 듯했고, 비누향이 느껴지기도 했다.

방문은 쓰나미 이후 맹그로브 숲 복원 활동의 현황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맹그로브 숲 복원 현장을 보기 위해 콤롬보 시에서 3시간 거리를 달려 스리랑카 남서쪽의 갈레(Galle)주 암발란고다(Ambalangoda) 시의 마담파(Madampe) 호수를 찾았다. 이곳에는 맹그로브 숲 복원 활동을 하고 있는 나게나히루 재단(Nagenahiru Foundation) 관계자를 만나 이야기를 듣기로 했다.

나게나히루 재단은 마담파 호수 인근에 나게나히루 교육센터를 만들어 스리랑카 정부의 위탁 교육 기관으로 인정받는 등, 1991년부터 환경교육에 중점을 두고 활동하고 있다. 나게나히루 재단의 대표인 랄 에마뉘엘(Lal Emmanuel)씨는 35년 동안 스리랑카 국가청소년 개발원에서 활동했던 경험을 토대로 재단을 창립해 미래 세대 환경교육을 중점에 두고 활동하고 있다.

맹그로브 숲은 홍수 방지 뿐만 아니라, 물고기 산라처 및 치어들의 피난처, 육지 침시 방지 등의 효과가 있다. 태국 등 동남아에서는 여전히 맹그로브 숲 등이 새우 양식장으로 훼손되고 있다.
▲ 마담파 호수의 맹그로브 숲 맹그로브 숲은 홍수 방지 뿐만 아니라, 물고기 산라처 및 치어들의 피난처, 육지 침시 방지 등의 효과가 있다. 태국 등 동남아에서는 여전히 맹그로브 숲 등이 새우 양식장으로 훼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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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게나히루 재단은 2002년부터 습지와 호수에 대한 국제적인 지원을 받아 맹그로브 숲 보전 활동을 벌이고 있고, 맹그로브 전문가·수질 전문가 등 상근 직원만 14명을 두고 있다. 이 재단이 처음 소개한 곳은 맹그로브 씨앗을 식재하는 현장. 마침 교육센터에서 환경교육을 받고 있던 참가자들이 직접 심어 본다.

이들은 20cm 길이의 검은 봉지에 흙을 채우고 가운데 맹그로브 씨앗을 심는다. 맹그로브 씨앗은 대략 10cm 길이며, 길쭉하면서 날렵하게 생겼다. 랄 대표는 "씨앗이 맹그로브 나무에서 떨어지면서 진흙에 박혀야 하기 때문에 길쭉하게 생겼다"고 말했다.

지역주민 참여하는 맹그로브 복원

씨앗은 길이 10cm 정도로 양쪽이 뾰족한 형태로 날려하게 생겼다. 씨앗을 채집해 흙이 담긴 검은 봉지에 넣고 30~40cm 까지 키워 묘목을 만든 후에야 비로서 심게 된다. 맹그로브 씨앗의 자연 발아율은 5~10%이지만, 이런 방식으로 하면 95%까지 생존한다고 한다.
▲ 맹그로브 묘목과 씨앗 씨앗은 길이 10cm 정도로 양쪽이 뾰족한 형태로 날려하게 생겼다. 씨앗을 채집해 흙이 담긴 검은 봉지에 넣고 30~40cm 까지 키워 묘목을 만든 후에야 비로서 심게 된다. 맹그로브 씨앗의 자연 발아율은 5~10%이지만, 이런 방식으로 하면 95%까지 생존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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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게나히루 재단은 맹그로브 복원 사업을 지역 주민들의 참여를 통해 빈민퇴출운동을 벌이고 있다. 지역 주민들을 직원으로 고용해 일자리를 만들고, 참여하는 주민들에게는 일정 정도의 비용을 지불한다. 마을 주민들의 참여를 바탕으로 마을운영위원회에게는 목돈을 지원하는데, 마을운영위원회는 이를 저리로 주민 대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랄 대표는 "(스리랑카 사람들은) 사람은 좋은데, 생계가 너무 어렵다"며 "환경과 사람을 모두 생각해야 한다"고 활동 배경을 설명했다.

맹그로브 씨앗 식재 및 이식은 주로 나게나히루 교육센터가 위치한 고데헤나(Godehena) 마을 주민들이 담당한다. 젊은 남자들이 도시로 돈 벌러 나가고, 남아 있는 노인들과 아녀자들이 씨앗 채집과 식재를 담당한다. 나게나히루 재단은 주민들에게 1인당 월 500루피(한화 5000원)를 지급한다.

맹그로브 복원 활동을 벌이는 스리랑카 나게나히루 재단은 마을 주민을 직원으로 고용해 일자리를 만들고, 주민들을 복원 사업 과정에 참여시켜 주민 생계에 도움을 주고 있다. 맹그로브 숲 복원이 환경도 사람도 살리는 방법이다.
▲ 할머니를 돕는 소녀 맹그로브 복원 활동을 벌이는 스리랑카 나게나히루 재단은 마을 주민을 직원으로 고용해 일자리를 만들고, 주민들을 복원 사업 과정에 참여시켜 주민 생계에 도움을 주고 있다. 맹그로브 숲 복원이 환경도 사람도 살리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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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운전사가 남편인 수마트라씨는 "나뿐만 아니라 할머니와 아이들까지 이 일을 하고 있어서 생계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고데헤나 마을 주민이자 나게나히루의 맹그로브 씨앗 식재 담당인 아누나 웨다 씨는 맹그로브 복원 활동을 통해 "생계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지역 친밀감도 돈독해졌다"며 "지역공동체 복원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씨앗 채집은 배를 타고 노를 저어야 해서 주로 남자 노인들이 한다. 아열대 지역이라 사시사철 꽃이 피고 열매가 맺지만, 나게나히루 재단은 주로 4·5월과 10·11월 두 차례 집중적으로 씨앗을 채집한다고 한다. 맹그로브 씨앗을 채집해 묘목장 형태로 운영하는 것에 대해, 랄 대표는 "그래야 잘 자란다"고 설명한다.

랄 대표는 "자연 상태에서 맹그로브 씨앗의 발아율은 5~10%에 불과하지만, 이곳에서 키우면 95%가 살 수 있는데, 3년까지 관리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옮겨 심는 곳에서 3년을 키우면 약 4미터까지 자라는데, 그때까지 잔손이 많이 간다는 것. 맹그로브 나무는 다 자라면 15미터에 이른다.

세심히 키운 맹그로브 묘목은 마담파 호수 주변의 훼손된 지역으로 옮겨져 심어진다. 경작 및 건출물 등에 의해 훼손된 지역이 상당히 많다는 것이 현지 단체의 설명이다.
▲ 맹그로브 묘목 운반 세심히 키운 맹그로브 묘목은 마담파 호수 주변의 훼손된 지역으로 옮겨져 심어진다. 경작 및 건출물 등에 의해 훼손된 지역이 상당히 많다는 것이 현지 단체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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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파 호수는 평균 깊이 9미터, 넓이가 약 100만 평인 315ha에 달하는 곳으로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기수역 지역이다. 현재 마담파 호수 주변의 맹그로브 숲은 약 40ha가 있는데, 나게나히루 재단은 4년 내 30ha를 추가로 맹그로브 숲을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고데헤나 마을에서 약 30~40Cm 까지 키운 맹그로브 묘목은 맹그로브 숲이 훼손된 곳으로 옮겨 심는다.

고데헤나 마을에서 배로 약 30분 거리에 있는 판설부크 마을 앞 습지 약 3.5ha 지역은 경작지 조성을 위해 맹그로브 숲이 파괴된 대표적 지역이다. 랄 대표는 "이곳 외에도 훼손된 지역이 4~5곳이 있는데, 20ha가 넘는다"고 말했다. 이어 "2004년 암발란고다 지역에 10m 높이의 쓰나미가 와서 피해가 컸다"면서 "맹그로브 숲은 쓰나미 이후에 중요성이 더욱 부각됐다"고 지적했다.

쓰나미 사태 이후 맹그로브 중요성 커져

사방으로 뻗은 뿌리 하나하나가 마치 말뚝처럼 토양을 지탱해 쓰나미를 견뎌내고 있다.
▲ 맹그로브 나무 뿌리 사방으로 뻗은 뿌리 하나하나가 마치 말뚝처럼 토양을 지탱해 쓰나미를 견뎌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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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발란고다 시 해변에는 여전히 그 당시의 충격이 남아 있는 곳도 있었다. 실제 스리랑카에 닥친 쓰나미는 이 나라의 현대사의 중요한 변수가 됐다. 2004년 당시 스리랑카는 정부군과 반정부군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었는데, 정부군에 비해 숫자는 적지만 전투 경험이 풍부한 LTTE(Liberation Tigers of Tamil Eelam·타밀 에람 해방 호랑이)군이 사실상 스리랑카 북동쪽을 장악하고 있었다. 쓰나미는 LTTE의 선박 등 군 시설이 집중 된 동부를 타격해 결과적으로 LTTE군의 몰락으로 이어지게 했다.

쓰나미 당시 스리랑카에서만 3만 명이 죽거나, 실종 또는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피해가 큰 지역은 맹그로브 숲이 없었던 곳으로, 쓰나미 물살이 내륙으로 2km까지 들어갔다는 보고도 있다. 반면 맹그로브 숲이 있는 곳은 맹그로브가 홍수를 막아 피해가 덜했다.

그 사건 이후로 스리랑카 NGO뿐만 아니라 정부에서도 맹그로브 숲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됐다는 것이 랄 대표의 설명이다. 스리랑카 정부는 맹그로브 나무를 무단 벌목할 경우 크기 등에 따라 우리 돈으로 10~20만 원의 벌금을 물리고 있다.

맹그로브 나무는 하나의 뿌리에서부터 여러 갈래의 말뚝과 같은 뿌리가 뻗는데, 이를 통해 해일도 버틸 수 있다. 이는 반대로 육지의 침식도 막는 효과가 있다. 또한 물가 쪽에 자라는 맹그로브는 어린 치어들이 숨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수질을 정화하는 효과를 만들고 있으며, 탄소 저감 효과도 강조되고 있다.

물가로 가기 위해서는 별도의 길을 만들지 않고서는 갈 수 없을 정도로 맹그로브 나무들은 빽빽하게 자라고 있다.
▲ 울창한 맹그로브 숲 물가로 가기 위해서는 별도의 길을 만들지 않고서는 갈 수 없을 정도로 맹그로브 나무들은 빽빽하게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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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맹그로브 숲에 여러 동물들이 살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현지 관계자에게 마담파 호수에서 수영이 가능하냐고 물었더니 "가능하다"고 말한다. 대신 두 가지를 조심하라고 한다. 첫 번째는 뻘층이 문제다. 몇 해 전에 보트를 수리하러 갔던 스리랑카 사람들이 뻘층에 빠져서 목숨을 잃은 사건이 발생했다고 한다. 이어 악어를 조심하라고 한다. 맹그로브 숲은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악어도 키우고 있는 것이다.

쓰나미 이후 맹그로브 숲의 효과가 주목받고 있지만, 현실은 여전히 위협받고 있다. 기후행동변화 연구소 안병옥 소장은 최근 <경향신문> 기고를 통해 "맹그로브와 해조류 숲, 염습지 등은 열대우림보다 4배나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며 "특히 맹그로브 숲은 지난 반세기 동안 양식장 조성·땔감 채취·연안 개발 탓에 30%가량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지금과 같은 속도라면 100년 뒤에는 지구 위에서 자취를 감출지도 모른다는 게 안 소장의 지적이다.

이 지역에서 가장 흔하게 만나는 것이 물도마뱀으로 다자란 놈은 길이 2.5m에 달한다. 호수와 맹그로브 숲이 있어 다양한 생태계가 유지되고 있다.
▲ 물도마뱀 이 지역에서 가장 흔하게 만나는 것이 물도마뱀으로 다자란 놈은 길이 2.5m에 달한다. 호수와 맹그로브 숲이 있어 다양한 생태계가 유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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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나게나히루 재단의 맹그로브 숲 복원 활동은 하나뿐인 지구를 위한 의미 있는 활동이다. 나게나히루 재단의 이러한 활동은 국제적으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11월 말 환경운동연합·SBS·환경부가 공동주최한 물 환경 대상의 국제부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랄 대표는 마을 주민들의 소득 증대 및 수질 개선을 위해 현재 일부 펼치고 있는 유기농 보급 활동을 더욱 확산시키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또한 맹그로브 숲 복원 활동을 국제적으로 넓혀 나가겠다는 뜻도 비추고 있다.

스리랑카 생태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나게나히루 재단의 그림
▲ Water is Life 스리랑카 생태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나게나히루 재단의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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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맹그로브, #쓰나미, #스리랑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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