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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를 잃어 고아가 된 지적장애 어린 조카를 비인가 장애인보호시설로 보내 매월 돈을 받으며 내팽개쳤던 비정한 큰어머니가, 조카가 장애인 연금 등으로 50만 원을 받는 것을 알게 되자 몰염치하게도 후견인을 자처했다. 하지만 법원은 돈에 눈독을 들인 것으로 진정성을 의심해 후견인 자격이 없다며 받아주지 않았다.

창원지방법원에 따르면 A(여)양은 8세 때인 1996년 부모가 협의이혼한 후 아버지와 생활해 오다가 아버지의 가정폭력으로 인해 큰어머니 B씨와 종종 생활해 왔고, A양의 아버지는 2004년 10월에, 어머니는 협의이혼 후 각각 사망했다.

아버지의 사망으로 고아가 된 A(당시 16세)양은 큰어머니 B씨와 2년 가량 함께 거주했다. 그런데 B씨는 함께 사는 친정어머니와 다투는 일이 많았다. 이에 B씨는 2007년 지적장애 2급인 A양을 진주시에 있는 미인가 장애인보호시설로 보냈다. 이후 B씨는 보호시설로부터 매월 10만원씩 지급받았으나 조카인 A양을 찾아간 적은 없다.

A양이 거주했던 보호시설은 10명 정도의 중증장애인을 포함한 40명 정도의 장애인이 함께 생활했는데,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과 비위생적인 음식들로 조리를 했고, 이들이 사용하는 좁은 방안은 공기순환이 되지 않아 악취가 심했으며, 침구류도 비위생적이었다.

특히 이 보호시설은 인근 정신병원과 짜고 장애인들을 병원에 강제로 입원시켜 병원에 이득을 취하게 하면서, 정신병원으로부터 후원을 받는 방식으로 이익을 얻기 위해 장애인 10명씩 조를 편성한 다음 2~3개월에 한 번씩 돌아가면서 입원을 시키기도 했다.

A양은 보호시설에서 청소, 빨래, 중증 장애인 대소변 가리기 등의 업무를 했는데, 열악한 생활 속에서 심각한 아토피 피부질환을 앓게 됐고, 심지어 성추행을 당하기도 했다.

결국 이 보호시설은 2010년 보건복지부의 미인가 장애인보호시설에 대한 조사과정에서 운영기준 미달로 폐쇄됐다. 이에 관할관청인 진주시는 A양의 보호자인 B씨에게 데려가라고 연락했으나, B씨는 "시청에서 알아서 해라. 우리 자식도 아니다. 앞으로 A에 관련된 일에 관여하지 않겠다"라고 답변했다.

진주시는 어쩔 수 없이 일단 A양을 인가된 장애인보호시설에 수용했다. 장애인 전문조사원의 심층상담을 받은 A양은 "자립생활을 하고 싶다"고 밝혔고, 이에 창원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생활하게 됐다.

A양은 이 곳에서 거주하면서 피부질환이나 영양실조에서 벗어나게 됐고, 학교를 다니며 한글도 익히며, 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급여와 장애인연금법의 연금 등 월 50만 원을 받아 은행 거래를 시작하는 등 본인의 재산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게 됐다. A양은 주택부금(5만원)도 적립하면서 향후 12년 동안 센터에서 제공하는 계획에 따른 자립생활을 위한 주거지원을 받아 영구임대주택에 입주할 예정이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B씨는 지적장애 조카를 '나몰라라'하며 내팽개친 지 8년 만에 자신이 '큰어머니'라는 사실을 강조하며 지적장애 2급인 A(현재 24세)씨가 심신상실 상태에 있다며 금치산자로 선고할 것과 자신을 후견인으로 선임할 것을 주장하며 법원에 금치산자선고 및 후견인변경 신청을 냈다.

하지만 A씨는 B씨와 함께 거주할 때 언어폭력과 물리적 폭행을 당한 사실과 미인가 장애인보호시설에 보내져 고통을 받았던 나쁜 기억이 있어, 큰어머니가 자신을 데려가면 또다시 미인가 장애인보호시설로 보내 질수도 있다며 두려워했다.

이에 A씨는 센터로 거주지를 이전한 이후 학교도 다니고 활동보조인도 있어, 현재의 생활에 대해 만족감을 표시하면서, 다시는 B씨와 함께 생활하기 싫다는 내용의 자필진정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한편, 창원지법은 "B씨가 큰어머니로서 조카인 A씨를 어떻게 요양하고 감호할 것인지에 관한 구체적인 계획을 밝힐 것"을 명했으나, B씨는 "자녀처럼 양육하면서 건강을 보살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할 뿐,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이 사건을 맡은 창원지법 심판부 이정렬 부장판사는 최근 큰어머니 B씨가 지적장애 2급인 조카 A씨에 대해 심신상실을 이유로 한 금치산자 선고 및 후견인 변경 신청에 대해 모두 기각한 것으로 7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청구인(B)이 사건본인(A)을 미인가 장애인보호시설에 유치한 후 매월 10만원씩을 수령해 오면서도 한 번도 찾아가 보지 않아, 사건본인이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성추행 등 불행한 일도 당하기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이어 "청구인이 비인가 보호시설의 폐쇄로 사건본인을 데려 올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거부한 점, 사건본인이 센터로 이주한 이후 건강상태, 자활상태가 훨씬 양호해진 점, 사건본인이 현재의 생활에 만족하면서 청구인과 함께 거주하기를 원하지 않고, 청구인이 사건본인을 요양·감호하고자 하는 계획이 센터에서 제공하는 계획에 현저히 미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또 "사건본인이 센터로 거주지를 이전해 청구인은 과거에 수령해 오던 매월 10만원의 돈을 받지 못하고 있어, 관계인인 센터의 소장은 B씨의 청구가 사건본인이 수령하는 급여 및 연금을 사용하려는 목적이라는 주장에 대해 청구인은 별다른 반박을 하지 못하는 점을 더해 보면 사건 본인의 후견인으로 청구인을 선임하는 것은 사건본인의 복리에 전혀 부합하지 않아, 청구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특히 "청구인은 아파트 1채와 8000만 원의 현금을 가지고 있는데, 만일 센터 소장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청구인은 재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사건본인에게 교부되는 고작 월 50만 원의 이익을 취하기 위해 이 사건 청구를 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사정에 비춰 보면 청구인의 후견인선임청구 뿐만 아니라, 사건본인에 대한 금치산선고 청구도 그 진실성, 즉 그것이 과연 사건본인을 위한 청구인지에 관한 상당한 의구심이 든다"며 "그렇다면 이 사건 청구는 어느 모로 보나 이유 없어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한편, B씨는 A씨가 심신상실의 상태에 있다고 주장하면서도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신체감정서도 제출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사건본인은 6~7세 정도의 지능을 가지고 있기는 하나, 한글을 깨쳐 자필진정서를 작성해 법원에 제출하고, 장애인평생학교에서 컴퓨터 등의 수업을 받고, 일반학생들과 점심식사를 하는 등의 생활을 하고, 주 1회 자립생활기술을 배우고, 기본적인 대화와 농담을 할 수 있고, 호불호를 분명하게 표현할 수 있으며, 자신의 명의로 은행 예금계좌를 개설해 스스로 재산을 관리하고 있다"며 "따라서 비록 약간의 정신지체상태에 있더라도 심신상실의 정도까지는 보이지 않아, 사건본인이 심신상실 상태에 있다는 청구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후견인, #금치산자, #지적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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