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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수영복 또 바뀌었네요. 새로 샀어요?"
"응, 요즘 내 취미생활이야."
"난 1년에 한 벌 정도인데. 언니는 왜 그렇게 자주 바뀌어요?" 
"왜긴 난 특별한 일이 없으면 매일 오다 싶이 하잖아. 그러니깐 수영복이 늘어나서, 옆에 실밥이 나달나달해서, 색깔이 보기싫게 바래서... 그래서 바꾸는 거야."
"와, 언니. 수영복이 그렇게까지 되도록 연습을 했어요?"
"그래도 아직까지 헤매고 있잖아. 그리고 인터넷으로 사면 매장에서보다 훨씬 싸. 수경이나 수모 등 사은품도 많이 주고."
"어, 그래요?"

그의 말을 듣고 나도 집에 와서 천천히 생각해 보니 1년 8개월 동안 수영복만 7벌째다.

그렇게 많은 수영복을 없애고 수영 연습을 한 결과는 있었다. 작년 12월에 배우기 시작한 접영을 이제는 '25m 완주'라는 성과를 거두었다. 접영을 시작하고 몇달 동안 몇 번 가다 넘어지고 몇번 가다 중단하곤 했었다. 하지만 강습은 물론 자유수영을 빠지지 않고 나와 연습한 결과다. 강습만 참여했다면 아직도 제대로 되지 않아 쩔쩔맸을 것이다. 또 자유형이나 배형은 쉬지 않고 5~6바퀴를 돌기도 한다.

가끔 나에게 자기가 접영하는 방법이 무엇이 틀렸냐고 묻는 사람들도 생겼다. 내가 접영하는 것을 본 친구들은 한결같이 "이젠 상급반 가도 되겠다. 빨리 와"한다. 그러면 나는 "갈 때 되면 보내주겠지. 아직은 부족한 것 같은데"하며 여유를 부리기도 한다. 속으로는 내가 발전한 것을 나도 느끼면서도.

이만큼 접영이 발전하게 된 것은 그냥 된 게 결코 아니다. 요즘은 친구들 모임에 충실이 나가지만 한창 수영의 맛을 알려고 할 때,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면 맥이 끊어질까봐 올 초만해도 4개월 동안 친구들 모임에 빠졌었다. 적당한 핑계를 대곤.

친구들한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내가 새로운 무언가를 성취하려면 무엇이든지 다 잘하려고 하면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가지 정도는 잠시만이라도 희생(?)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여 당분간 친구들 모임을 쉬자 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 방법도 그렇게 나쁘진 않았던 같다. 자유수영을 다니면서 하루하루 달라지는 수영 실력에 내 만족이 생겼다. 세상에 거저 이루어지는 것은 한 가지도 없다는 평범한 진리도 새삼 깨닫기도 했다.

스포츠뉴스에서 수영 장면이 나오면 TV가 뚫어져라 보기도 하고 동영상으로 수영을 공부하기도 했다. 또 자유수영에서 고수들을 만나면 그들에게 내가 수영하는 것을 좀 봐달라고 하여 잘못된 부분을 고치기도 했다. 자세가 좋아야 스피드도 나고 수영하는 모습도 예쁘기 때문이다.

몸무게 4~5Kg 줄고, 피로도 없어지고

어디 그뿐이랴 운동을 꾸준히 하니 체중도 절로 줄어들었다. 올해 건강검진에서는 비만치료라는 말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2년 전에는 비만치료가 꼭 필요라고 강조가 되었었는데 이번에는 운동의 효과를 아주 톡톡히 본 것이다. 1년8개월 동안 몸무게가4~5kg이나 줄었기 때문이다.

운동과 음식 조절로 몸무게가 줄어든 탓인지 집안행사나 여행 중에 음식을 잘 먹어도 쉽사리 몸무게가 늘지 않는다. 아마도 체지방이 줄어들고 근육량이 늘어나서인가 보다. 집안일을 해도 피곤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여행갔다 와서 바로 김장을 일 주일이나 하고도 몸살이 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이들이나 남편도 첫인사가 "몸살 안 났어요? 괜찮아요?" "어 괜찮아"하면 "어, 우리엄마 대단한데. 진짜 건강해졌다"하곤 모두 놀라워했다.

나이가 들면 체중 줄이기가 하늘에 별 따기만큼이나 어렵다고 하는데 꾸준한 운동과 적당한 음식섭취를 하니 몸무게가 조금씩 조금씩 줄어들었다. 어떤 친구는 1Kg도 줄지 않았다고 하는데 내 경우에는 성공적인 편이다.

처음부터 나를 지켜본 친구는 "언니 정말 날씬해졌다"하기도 한다. 그렇게 모든 것이 좋아지는 것을 내 스스로 느끼고 있으니 수영이 정말 재미있다. 무엇보다도 꾸준함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자유수영을 하지 않던 친구들도 내가 늘 나온다는 말에 그들도 따라 몇번은 나온다. 하지만 본인이 재미있어 하고 즐겨야지 누가 등 떠밀어서 하는 것은 오래가지 않는다.

또 언제나 그 자리에 있어 자유수영을 오는 다른 사람들도 늘 미덥다고 한다. 어쩌다 일이 있어 못나가면 문자로 카카오톡으로 무슨일이 있냐고, 수영장이 텅 빈 것같다고 한다. 얼마 전 친구들과 제주도 여행을 가느라 일 주일 동안 못나갔더니 그 기간이 몇달은 된 것 같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고맙고 행복한 일이다. 한때 내 별명은 '태능선수촌'이라고 했다.

어느 친구가 그런다. 처음 내가 수영을 하는 것을 봤을 때에는 체력도 안 되고 겁도 많아 너무나 안쓰러울 정도였다고. "저분이 과연 계속 수영을 할 수 있을까"했단다. 내가 수영에 자리를 잡았으니 이제야 말할 수있다고 하면서.

"내가 그 정도였어? 난 오래 전에 수영을 하다가 포기했기 때문에 이번에 포기하면 앞으로는 기회가 없을 거란 생각이 들어 더 열심히 했던 것같아."

그 친구는 "어쨌든 이 언니는 완전 인간승리야!"한다. 오늘도 내일도 내게 기회가 주어지는 한 수영을 하러 갈 것이다.


태그:#수영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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