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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천군의 임진강 유역에 있는 하중도는 두루미가 살기에 최적의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는 지역이다. 우선 DMZ안에 위치하고 있어 인간의 접근이 완벽하게 차단되어 있고, 섬을 둘러싸고 있는 강물의 유속이 빨라 다른 동물들의 접근 또한 쉽지 않다.

여기에 지역에 두루미가 무척 좋아하는 율무 밭이 많고 미꾸라지, 올챙이, 갯지렁이, 다슬기 등 먹을거리도 풍부하다. 강이 넓고 크지 않으며 습지가 많고 갈대와 볏짚도 곳곳에 산재하여 둥지를 만들기도 쉽다. 그래서 거의 매년 안정적으로 200~400마리 정도의 두루미가 이곳을 찾는 것이다.

군남댐
▲ 연천군 군남댐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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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연천의 두루미는 강가는 물론 산에서도 자생을 하고 있는 관계로 세계적 조류연구자들 사이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2007년 연천에 건설된 '군남댐' 정확히 말하자면 '군남 홍수조절지(조절댐)'의 영향으로 생태계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당초 임진강유역의 홍수조절을 위해 설계되었던 군남 홍수조절지는 지역민들에게는 순수하게 홍수피해 방지를 목적으로 만들어진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북남을 경유하는 임진강의 특성상 북에서 황강댐을 만들고 불시에 방류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군사적인 목적 등이 더해져 홍수조절지를 다목적댐 규모로 승격시켜 만들게 된다.

군남댐 두루미테마파크
▲ 연천군 군남댐 두루미테마파크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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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북의 도발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댐도 증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댐이 건설되고 나서 생태계 변화로 피해를 보는 두루미가 생겨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우선은 주로 물가에서 살던 두루미들이 하중도가 물에 잠기고 일부 남아있는 섬들도 안전성이 떨어지고 있어 살기 힘들게 된 것이다. 이유는 빠르게 흐르던 강물이 댐이 생기면서 흐름이 정체되어 물이 얼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천적의 접근이 쉬워졌으며, 새들이 얼음 속에 있는 생물을 잡아먹는 활동이 어려워졌다.

두루미 보호의 북을 울리자
▲ 연천군 두루미 보호의 북을 울리자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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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두루미가 산으로 가서 밭에서 나는 율무를 집중적으로 먹게 되었고, 다른 조류들도 율무를 먹게 되었다. 하지만 지역 농민들은 노령화로 점점 쉬운 농사에 집중하게 되어 율무 생산지는 줄어들고 있다. 이에 먹이가 줄어든 두루미를 구하기 위해 군남댐을 관할하는 수자원공사가 주관이 되어 DMZ안에 '평화습지원'를 만들어 먹이를 주고 있는 상황이 발생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군남댐 완공으로 두루미 서식지가 물에 잠기자 새로 4만여 평에 달하는 터에 생태연못 14곳, 두루미 관찰소 1곳, 관찰로 2km, 각종 꽃 단지가 조성된 평화습지원을 만들어 두루미에게 직접 먹이를 주어 편하게 살 수 있게 해주는 공간을 마련해 준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습지원이 도리어 두루미의 야생성을 떨어지게 하고 봄이 되면 시베리아나 몽골지역으로 돌아가는 두루미가 야생에서 살 수 없도록 만들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군남댐이 애초에 필요했던 홍수조절지 정도의 규모였다면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북의 수공에 대비한다는 이유로 댐을 더 크게 만들었다. 이에 물을 더욱 많이 가두어 인근 지역에 상수원을 공급하는 수원지로 쓰고 있으니 결과적으로는 두루미의 터전을 전부 잃어버릴 수도 있는 행동을 한 것이다. 자연보호나 생태문제에는 진정성이 없는 토건자본의 비열함을 느낄 수 있었다.

부대찌개 점심
▲ 연천군 부대찌개 점심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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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우리들은 두루미를 살펴보고 나서 최근의 생태계 변화에 대하여 많은 이야기를 지역사람들에게 들었다. 배가 고파 우선 점심식사를 하고서 군남댐을 둘러보는 것으로 하고 식당이 있는 읍내 현가리의 '미가부대찌개전문점'으로 갔다.

군인들이 많은 지역이라 곳곳에 부대찌개전문점이 많지만, 이곳이 가장 크고 시설도 좋다고 하여 간 것이다. 약간 싱겁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나름 맛이 있는 음식이라 잘 먹고는 이내 '군남 홍수조절지'로 갔다. 

강원도 두류산에서 발원한 임진강을 길이 244.00km, 유역면적 8,897.24㎢로서 한강의 제1지류이다. 주요 지류는 고미탄천, 평안천, 한탄강 등이며, 5km 이상의 지류는 250여 개나 된다.

강수량이 많고 강의 길이는 짧고 유출량 또한 많은 임진강은 상대적으로 홍수피해가 많은 강이다. 하지만 하구로 갈수록 넓은 평야가 있어 새들이 살기에 좋은 낙원이기도 하다. 그러나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홍수조절지 정도는 필요하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에서 발생하는데 인간과 새들의 공존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는 과제이기 때문이다. 

돌도끼 조형물
▲ 전곡선사박물관 돌도끼 조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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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남 홍수조절지 또한 인간이 만들어 놓은 조절지 입구의 '두루미테마파크'가 있어 새를 보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새들이 건강하게 살 수 없는 환경을 만들어버리고 말았다. 이에 새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조절지의 축소를 주장하고 있고, 안보논리와 결탁한 토건자본은 증고를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자연의 입장에서 보면 얼마나 인간이 무기력하고 쓸모없는 존재인가 하는 것을 임진강과 군남 홍수조절지를 둘러보면서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전곡선사박물관
▲ 연천군 전곡선사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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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연천 DMZ 일원 임야를 둘러보지 못한 우리들은 시간이 남아 전곡리에 위치한 '전곡선사박물관'으로 이동했다. 이곳은 동아시아 최초의 '아슐리안 주먹도끼'발견으로 세계 고고학 역사를 다시 쓰게 만들었던 역사의 현장으로 구석기시대 유적지에 세워진 국내 최대 규모의 선사유적박물관이다.
 
연천군
▲ 전곡선사박물관 연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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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인간사를 약 30만 년 전인 구석기 전기시대까지 확장한 데는 미 애리조나 주립대에서 고고학을 전공한 미군 병사 '그렉 보웬'의 공이 컸다.

독수리
▲ 전곡선사박물관 독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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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웬은 1978년 한국인 부인과 여행 차 연천군 전곡리 한탄강 유원지에 들렀다가 주먹도끼, 사냥돌, 긁개, 주먹찌르개 등 석기의 양면을 가공하여 찍고 자르는 기능을 모두 갖춘 아슐리안 주먹도끼 4점을 발견하여 서울대 김원룡 교수에게 알렸다.

돌도끼를 발견한 미군병사
▲ 전곡선사박물관 돌도끼를 발견한 미군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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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발견된 유물이 30만 년 전 '아슐리안 주먹도끼'로 감정되면서 세계 고고학계가 발칵 뒤집혔다. 다음해 전곡리 일대가 사적 제268호로 지정되고, 20여 차례 추가 발굴조사 끝에 아슐리안 주먹도끼 50여점을 비롯해 8천여 점의 구석기 유물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구석기 돌도끼
▲ 전곡선사박물관 구석기 돌도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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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곡리의 주먹도끼의 발견은 세계적인 고고학자며 하버드대 교수인 할렘 모비우스가 "구석기문화가 인도를 경계로 발달한 형태의 석기인 '아슐리안 주먹도끼'를 사용한 유럽, 아프리카 지역과 단순한 형태인 '찍개'를 사용한 동아시아지역으로 나누어 진다"고 규정했던 '구석기 이원론'을 뒤집은 대사건이었다.

돌도끼
▲ 전곡선사박물관 돌도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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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우스 교수는 "동아시아 지역에 주먹도끼가 없는 것은 이 지역이 문화적으로 정체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지표이며, 서양인의 인종적 우월성은 이미 구석기시대부터 결정되었다"는 주장을 폈었다. 그의 인종차별적인 본성이 잘 드러난 이론이었다.

돌도끼
▲ 전곡선사박물관 돌도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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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에 개관한 박물관은 약 80만㎡에 달하는 전곡리 선사유적을 배경으로 이곳에서 출토된 석기 유물들을 중심으로 추가령 지구대의 자연사, 인류의 진화 과정을 보여주는 화석 및 인류 모형, 환경에 대한 적응과 확산, 동굴벽화 재현 등의 주제로 전시가 이뤄지고 있다.

동물의 골구조
▲ 전곡선사박물관 동물의 골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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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박물관 건물 외관도 매우 인상적이다. 용 한 마리가 땅에 딱 붙어 천천히 꿈틀거리는 모습이다. 건물이 지상으로 돌출되지 않고 자연환경 속으로 스며든 느낌이고, 아예 건물 위쪽 표면에는 산책로를 만들어 관람객이 직접 그 위를 걸어 다닐 수 있도록 했다. 그러면서 재질은 스테인레스 스틸로 제작하여 현대적인 느낌을 전한다. 특히 야간에는 조명으로 멋진 분위기를 연출한다.

여신상
▲ 전곡선사박물관 여신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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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설전시실은 최초의 인류로부터 현생 인류의 출현까지의 진화 과정을 보여주며, 그 속에서 전곡리 구석기 유적의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바닥에 그려진 약 700만 년 전부터의 시대 표를 따라 자연스럽게 역사를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돌도끼가 너무 아름다워 다수의 사진을 찍다
▲ 전곡선사박물관 돌도끼가 너무 아름다워 다수의 사진을 찍다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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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동선도 마치 실외에 있는 듯한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이어진다. 여타의 박물관과 같이 전시용 진열장이나 판넬이 설치되어 있지 않아 마치 하나의 커다란 동굴 속을 걷는 듯한 느낌이 든다.

원시인 체험을 하는 사람
▲ 전곡선사박물관 원시인 체험을 하는 사람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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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된 인류, 매머드, 대형 지구본, 전곡리의 석기유물, 동굴 입구, 매머드 뼈로 이루어진 움집 등을 관람할 수 있다. 고인류 복원의 대가인 프랑스 엘리자베스 데인즈의 작품이 14점이고, 전시장 곳곳에 배치된 동물 박제 40여 점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벨기에 마사이 갤러리의 작품이다.

외부의 조각
▲ 전곡선사박물관 외부의 조각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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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전시물로는 주먹도끼, 주먹자르개, 주먹찌르개, 찍개, 긁개 등 전곡리에서 발굴된 다양한 구석기 유물이 있다. 이밖에 스페인 알타미라 동굴벽화, 이탈리아 알프스의 만년설 속에서 발견된 5300여 년 전 아이스 맨 미라 등도 재현해 놓았다.

용을 닮은 박물관
▲ 전곡선사박물관 용을 닮은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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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 프로그램으로는 움집 사냥체험을 비롯하여, 석기 만들기, 불 피우기, 가죽옷 만들기, 동물 뼈와 조개를 이용한 장신구 만들기, 벽화 그리기, 발굴 체험 등이 있다. 아울러 작년 9월부터 올 3월 10일까지 열리는 '빙하시대 사람들'은 빙하시대의 생활상과 동물, 예술품, 극지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과 집, 도구, 옷, 종교 활동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기획 전시다.

외부 선사시대 움막
▲ 전곡선사박물관 외부 선사시대 움막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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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연천 여행을 통하여 두루미를 포함한 철새들의 보호를 위해 인간이 어떤 행동을 하는 것이 올바른지를 고민하게 되었고, 선사박물관을 보며 우리 선조들의 소중한 역사와 문화를 지키려는 노력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도 다시 깨우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용을 닮은 박물관 외관
▲ 전곡선사박물관 용을 닮은 박물관 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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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연천군, #전곡선사박물관, #군남댐, #두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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