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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시피 강 유역에는 '블랙풋'이라는 인디언 부족이 살고 있다. 이 부족들 사이에서는 매년 '선댄스'라는 축제가 열린다. 재미있는 건 이 행사는 부족의 리더 격인 사람들이 1년 내내 열심히 일해서 모은 재산을 부족 전체에 나눠준다. 이로써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기도 한다.

이렇게 땡전 한 푼 남김없이 나눠줘 빈털털이가 되지만 그들은 걱정이 없다. 나눔을 통해 얻은 부족민들의 존경과 지지를 기반으로 자신의 기술력과 지혜로 언제든 다시 부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족민들은 그들에게 식사를 한 번 제공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대단한 경의를 표한다. 베푼 사람은 부족민들에게서 사회적 권위와 권력이라는 득을 보고 부족민들 역시 그들의 기술과 고된 노동 그리고 후한 인심으로 필요한 물품이라는 득을 보게 된다.

이것이 시너지다. '어떤 제도가 시너지를 갖고 있을 때는 한 사람이 자신의 이기적 목적을 위해 추구하는 행동이 자동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이기심을 버리고 다른 사람을 위해 한 행동이 뜻하지 않게 그 자신에게도 이기적인 이득을 가져다 준다.'(애브라함 매슬로우)

결국 개인(조직이나 집단)의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의도 하였든, 그렇지 않든 자동적으로 조직 이외의 사람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그런 조직이 현대사회에서도 가능하다고 본다면 그 형태가 바로 협동조합이라고 볼 수 있다.

2012년 12월 협동조합 기본법이 발효되면서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이다. 설립 절차에 대한 방법부터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가 대상이 될 수 있는지, 또 내가 하고 있는 사업을 협동조합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등 주로 실질적인 궁금증들이다.

이 가운데 여전히 협동조합을 놓고 '자본주의에 대한 대안이다' '아니다, 변형된 자본주의일 뿐이다' '가치가 더 중요하다' '아니다 현실적인 수익성이 필요하다'는 등의 근본적인 논쟁도 소위 진보진영 안에서 벌어지고 있다.

논쟁을 정리하자면 결국 이기심이냐 이타심이냐다.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기주의를 걱정한다. 즉 자기들(조합원)만 잘 먹고 잘살고 사회에는 아무런 기여도 하지 않는 조합 이기주의를 걱정하는 것이다.

협동조합이 본질적으로 조합원의 이익을 위한 조직이라는 점에서 이런 우려가 일견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 1980년 세계협동조합연맹(ICA)에서 발표된 레이들로 보고서 7대원칙으로 강제된 민주적인 운영원칙이나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 등으로 조합 이기주의는 어느 정도 제어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협동조합은 근본적으로 사회적 시너지 효과를 담고 있다.

협동조합은 볼런티어나 활동가들의 사회 운동 영역만이 아니다. 오히려 사회운동으로 협동조합을 하려는 건 그 자체로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다. 적어도 '장사'를 알고, '수익'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기본적으로 갖춰야 협동조합으로 생존이 가능하다. 사회적 의미만으로 협동조합이 굴러가지 않는다. 사회적 목적과 수익성이라는 두 바퀴가 균형을 갖춰야 지속가능하다.

혹자는 협동조합을 가난한 사람이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협동조합이 약자들의 작은 힘들을 모아서 시너지를 내야 한다는 면에서 경험과 지식은 갖췄지만, 현재의 양육강식 시스템 안에서는 능력을 발휘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사람들이 서로 협력해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일 필요도 있다.

협동조합을 지나치게 가치중심적으로만 보고 수익성 추구를 좋지 않은 시각으로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결과적으로 협동조합을 통해 열심히 일해서 생활임금 이상의 돈을 벌고자 하는 사람들의 동기를 뺏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가난한 사람들의 개별적이고 소박한 이기심을 인정해줘야 한다. 그들의 남들만큼 벌고 싶다는 정당한 욕구를 가치만을 앞세워 비판해서는 안 된다. 협동조합의 집약체인 에밀리아 로마냐 지방이 이탈리아 전체 평균 개인소득보다 훨씬 높지만 그렇다고 협동조합 정신이 무너졌다고 볼 수 없다. 개별적으로 평균적인 삶의 질이 향상되면서 전체 사회의 생활문제들이 개선되는 시너지 효과는 가능하다.

소규모 공동체 운동이 아닌 몬드라곤이나 에밀리아 로마냐같이 협동조합을 통한 사회적 경제 활성화를 꿈꾼다면, 협동조합에서 만들어지는 시너지에 주목해야 한다. 가난한 조합원 개개인의 삶의 질 향상이 곧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이고 그 불평등 해소가 곧 전체적으로 사회를 좀 더 살기 좋게 진보시키는 것이다.


태그:#협동조합, #에밀리아 로마냐, #협동조합의 가치, #협동조합의 시너지, #시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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