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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벽대전 2> 포스터
 <적벽대전 2> 포스터
ⓒ 쇼박스(배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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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극적이고 재미있는 전쟁 이야기는?"

동양인들에게 그 대답은 단연 <삼국지(三國志)>일 것이다. 위(魏), 촉(蜀), 오(吳) 세 나라가 정립하며 자웅을 겨루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전쟁 이야기가 <삼국지>다. 내용이 신기하고 재미있다. 드라마틱하며 스케일이 크고 웅장하다. 극적 요소가 이처럼 많은 전쟁도 드물다. 서양인들에게도 어필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하늘의 바람을 바꾸고 물 위에 불을 일으켜라!"는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던 영화 <적벽대전>의 광고카피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2>로 할리우드에 입성한 오우삼 감독의 작품이다. 오우삼의 <적벽대전(赤壁大戰)>은 다른 버전의 <삼국지> 영화와는 다르다. <삼국지>를 독특하게 해석하고 다른 방법으로 읽어준다. 해석이 현대적이고 과학적이다. 몇 번에 걸쳐 영화를 본 이유다. 

우리나라 남자들이 가장 많이 읽은 책이 <삼국지>라고 한다. <삼국지>의 인기 비결은 무얼까? 이 책에는 사랑이 있다. 세상을 배우는 책략이 있다. <손자병법(孫子兵法)>에 나오는 전략전술이 <삼국지>에는 다 나올 정도다. 존경할 만한 영웅과 호걸들의 집합장이다. 세상을 관통하며 흐르는 역사가 나온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가르쳐준다. 내가 부족해도 출세할 수 있다는 희망과 소망도 있다.

정통 버전의 <삼국지>는 유비가 최고의 선으로 그려진다. 그러나 필자는 조조를 통해 희망을 본다. 촉나라의 유비는 왕족 출신으로 과거로 돌아가려는 뜻을 가진 사람들의 상징이다. 반면 위나라의 조조는 내시의 아들로 별 볼일 없는 가문 출신이다. 그는 어렵고 힘든 세상을 개혁하려는 사람들의 상징이다. 그러기에 그의 휘하에는 많이 배우고 잘난 명문가의 장군은 없지만 국가를 위해 충성하려는 우직한 사람들이 많다. 그는 수도 없는 패배 속에서 많은 교훈을 배운다.

1년에 단 하루, 겨울 남동풍이 부는 날을 맞힌 제갈공명

오늘 소개하는 적벽대전의 패배는 조조에게 전술적인 패배였지만 전략적으로는 최후의 승리를 가져온 전쟁이었다. 208년 조조는 80만 대군을 동원하여 양자강 남쪽에 있는 오나라로 쳐들어왔다. 촉의 유비 병력까지 합쳐도 오나라의 병력은 겨우 10만 명이 되지 않았다. 오나라는 누란의 위기에 빠졌다.

적벽에서 조조의 위나라 대군을 맞은 오나라의 대장군 주유는 계략을 사용한다. 정면 승부를 벌이기에는 전력 차이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주유는 거짓항복(詐降計)을 통해 위나라의 배들을 묶어놓는(連環計) 데 성공했다. 묶어놓은 배를 무용지물로 만들기 위해서는 불을 이용한 화공밖에 없었다. 북서쪽에 위치한 조조의 배를 불태우기 위해서는 반드시 남동풍이 불어야만 했다.

이때는 동지 무렵으로 중국은 북서풍이 불어오는 계절이었다. 주유는 공명을 찾아가 제발 남동풍을 불러 달라고 간절히 부탁한다. 공명은 짐짓 못 이기는 체한다. 그는 남병산에 제단을 쌓고는 머리를 풀고 단식기도를 하는 척 능청을 부린다. 그가 남동풍을 부르겠다고 약속된 날짜가 되자 정말 남동풍이 불기 시작했다.

영화 <적벽대전 2>의 한 장면
 영화 <적벽대전 2>의 한 장면
ⓒ 쇼박스(배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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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는 전군을 동원해 불을 이용한 화공계(火功計)로 조조의 모든 배들을 불태웠다. 80만 명을 자랑하던 위나라 대군은 궤멸되고 만다. 촉과 오나라의 쾌승이었다. 이게 바로 그 유명한 적벽대전이다.

그런데 말이다. 공명이 비록 신통력이 뛰어났다고 <삼국지>에 나오지만 그는 바람을 부를 수 있는 마술사였을까? 그럼 어떻게 남동풍을 불렀을까? 그것은 날씨를 바라볼 수 있는 지혜였다. 이때는 음력 동짓달로 중국 대륙은 시베리아 고기압이 최고로 발달할 때다. 바람은 북서풍이 매우 강하게 분다.

그런데 양자강 유역에 겨울에 남동풍이 불 수 있는 경우는 기상학적으로 1년에 한 번 정도 된다. 홍콩 부근에서 강한 기압골이 만들어지면서 북동진 할 때다. 이런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알 수 있는 사람은 이곳에서 오래 동안 천기의 움직임을 관찰한 사람이다. 바로 제갈공명이 융중(隆中)에서 칩거하면서 터득한 현상일 것이다.

오래 동안 날씨를 관측하면서 바람의 흐름, 습기의 정도, 구름의 모양, 동물의 움직임으로 다가올 날씨를 정확하게 예측했던 것이다. 공명은 날씨를 전쟁에서 가장 잘 활용한 최초의 기상예보자였다. 그는 '호풍환우(呼風喚雨 : 바람과 비를 부르고 만들다)' 하는 마술사는 결코 아니었던 것이다.


태그:#날씨, #삼국지, #적벽대전, #남동풍, #제갈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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