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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연평초·중·고 통합학교 신축 공사 현장의 모습. 왼쪽이 현재 학생들이 수업을 진행 중인 교사동이다.
 인천 연평초·중·고 통합학교 신축 공사 현장의 모습. 왼쪽이 현재 학생들이 수업을 진행 중인 교사동이다.
ⓒ 연평초 학부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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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격이 나면 엄마들은 가장 먼저 아이를 찾으로 학교로 달려가지 않을까요? 2년 전 포격때도 3일 동안 다른 대피소에 있는 아이들 때문에 걱정으로 눈물을 흘린 부모들이 한 두명이 아닙니다. 그러면 학교를 신축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이 대피소 아닌가요? 학생과 교직원 180명과 유사 시 달려 올 학부모를 포함해 300~4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최소 500㎡의 대피시설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런데 112.5㎡ 규모 대피소라니요. 포격을 당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릅니다. 학생들의 안전의 뒤로 한 채 행정편의적이고 안이하게 신축 공사를 진행한 인천시교육청에 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13일 <부평신문>과 인터뷰한 인천 옹진군 연평초등학교 학부모의 말이다.

한미연합군의 '키 리졸브(Kye Resolve)' 훈련에 대해 북한이 반발하며 전쟁 분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2010년 11월 북한의 포격 후 신축공사를 해온 연평초·중·고 통합학교가 학생들의 안전을 외면한 채 설계됐다며 학부모와 지역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13일 학부모들과 노현경 인천시의회 의원의 말을 종합하면, 북한의 연평도 포격 후 교육과학기술부는 연평초·중·고 통합학교 신축 예산으로 187억 원을 지원했다. 이 예산으로 인천시교육청은 학교 공사를 발주하고 지난해 9월 26일 착공했다. 연평초 부지에 통합학교를 짓고 연평중·고등학교를 옮기는 방식이다.

하지만 학부모들의 반발로 지난 2월 26일 공사가 중지돼 3%의 공정율을 보이고 있다. 학부모들은 신축 시 가장 고려해야 할 부분이 학생과 교직원, 주민들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는 지하 대피소 임에도 시교육청이 도시의 학교를 건축하듯이 설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시교육청이 학교 신축에 대해 주민들이나 학교운영위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지난해 11월부터 주민들과 학교운영위원들은 지속적으로 공사 중지와 설계 변경 등을 요청했으며, 같은해 12월 인천시교육감에게 청원서와 민원을 제출한 상태다. 지난 2월에는 주민 380여 명의 탄원서와 주민 의견 수렴서 등도 제출했다.

연평초·중·고 통합교사동 신축 정상화 추진위원장인 조영미씨는 "대피소도 문제지만, 건축자재가 쌓여있는 공사장에서 몇 미터 떨어진 교실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소음도 심하고 먼지도 날리는데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있겠는가, 위험한 공사장에서 학생들이 놀고 있는 모습도 목격했다"며 "인근 연평중·고등학교에 임시 교실 등을 만들어 수업하게 하고, 초등학교 건물을 헐어내 그 자리에 신축해야하며 건물 지하에 학생·교직원·주민들이 대피할 수 있는 규모의 대피소를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설계대로 공사가 진행되면 신축 교사가 초등학교 운동장 한가운데 위치해 학교가 남북으로 갈리게 됐고 운동장이 큰 폭으로 줄었다"며 "그동안 각종 주민 행사에 사용되던 운동장을 도심 학교 운동장 규모로 축소하면 어쩌라는 것인가. 교육청은 지역 주민들의 의견 수렴 없이 탁상행정으로 진행하는 공사를 중단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수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현경 시의원은 "직접 현장을 방문해본 결과, 도무지 전문가의 설계로 믿어지지 않을 정도"라며 "학생과 주민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공사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양승옥 인천시교육청 교육시설과장은 "학교에서 주민 의견 수렴 시 69%가 현재 교실에서 공부하고 공사를 진행하는 걸로 찬성한 것으로 안다"며 "대피소를 확장하는 것은 이미 주민들에게 이야기했다. 민원이 있으니 주민과 협의를 통해서 해결점을 찾겠다"고 답했다.

한편, 연평초 학부모·지역주민들과 노현경 시의원은 교육과학기술부와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하고 공사 관련 의혹들에 대해 검찰 수사를 의뢰하는 기자회견을 13일 오전 9시 30분 인천시청에서 열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연평, #포격, #인천, #옹진, #인천시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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