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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부형 석등과 양면불을 보기 위해 사자봉으로 오르는 답사대원들
 귀부형 석등과 양면불을 보기 위해 사자봉으로 오르는 답사대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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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전문가와 함께 하는 월출산 불교문화재를 찾아서' 행사에 참가했다. 이 행사는 작년 가을에 기획되었는데 이제야 성사된 것이다. 이 행사를 기획한 사람은 목포에 사는 이홍식 씨다. 그는 발로 뛰는 문화유산 발견 전문가다. 그래서 자칭 별명이 도굴단 두목이다. 그가 문화유산 전문가와 현지 문화유산 애호가와 함께 월출산에 숨겨진 불교 문화유산을 찾아 나서고, 그것을 월출산 국립공원이 지원하는 형식으로 답사가 기획되었다. 이번 행사를 통해 월출산 산속에 숨어있는 불교유산을 세상에 알려보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홍식 씨가 사전 답사를 했다. 그가 답사한 문화재는 모두 7개다. 이들은 모두 깊은 산속에 숨어있기 때문에 정말 열정과 시간 그리고 체력이 필요하다. 이들 중 찾아가는데 시간이 가장 많이 걸리는 것이 월곡리 마애불좌상이다. 이것을 보려면 올라가는데 2시간 반, 내려오는데 1시간 반이 걸리기 때문이다. 사전 답사로 인해 그는 이런 수고를 두 번이나 한 셈이다. 그것도 가파른 절벽과 조릿대 숲을 헤치고.

귀부형 석등
 귀부형 석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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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출산의 불교유산 중 우리가 가장 먼저 찾은 것은 사자봉 아래 석등용 귀부과 양면불이다. 영암과 강진을 잇는 풀치재를 지나 월출산 동쪽의 야생화단지에서 시작, 1시간을 올라가야 이들 문화유산을 볼 수 있다. 석등용 귀부는 탑재와 함께 능선 상에 있다. 석등의 기단부가 거북이 형상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귀부형 석등이라 부르기도 한다. 현재는 석등의 받침대인 귀부만이 남아 있다. 양면불은 귀부형 석등에서 200m쯤 아래 경사면에 자리 잡고 있다. 이름 그대로 바위의 양면에 부처가 양각되어 있다.

두 번째 찾은 불교 문화유산은 천황봉 아래 약수터 근방에 있는 마애삼존불이다. 이것도 산속 바위 뒤에 숨어 있어, 아는 사람의 안내를 받지 않으면 찾을 수 없다. 그런데 사실 찾기가 가장 힘든 것은 세 번 째 찾아간 월남리 선각 마애불두다. 등산로에서 골짜기를 따라 길 없는 길을 찾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등산로를 벗어나 산속을 30분 이상 헤매야 마애불두에 도달할 수 있다. 바위에 선과 양각으로 부처님의 머리를 새겨 놓았다.

월남사지 3층석탑 뒤로 보이는 월출산
 월남사지 3층석탑 뒤로 보이는 월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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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을 보고 금룽 경포대로 내려온 우리는 월남사지를 답사했다. 월남사지는 월출산의 남동쪽에 있는 절로 한때 진각국사 혜심이 주석한 천년 고찰이다. 그런데 지금은 퇴락해 당우 한 채, 삼층석탑, 진각국사비만 남아 있다. 월출산의 화기가 너무 강해 보통의 근기를 갖고 있는 스님은 도저히 그 기운을 이기지 못하는가 것 같다. 3년 전만 해도 종명(鐘明) 스님이 주석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그 스님마저 떠나고 마루에 먼지만 풀풀 날린다. 그나마 이곳에 사람이 살았다는 흔적을 마당 한 켠 정원에 핀 수선화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월출산 남쪽의 절을 제대로 보다

무위사 극락보전
 무위사 극락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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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남사지를 보고 찾아간 곳은 월출산 남쪽에 있는 무위사다. 무위사는 종범 스님이 주지로 있으면서 절을 크게 키워 놓았다고 한다. 이 절에는 현재 국보가 2점, 보물이 4점이나 있다. 이들 중 국보 2점이 극락보전에 있다. 극락보전 자체가 국보고, 삼존불 뒤에 그려진 아미타여래 삼존벽화가 국보다. 보물은 극락전 안에 2점이 있다. 아미타여래 삼존좌상과 극락전 뒷벽에 그려진 백의관음도가 보물이다. 그리고 극락전 안의 사면에 그려진 벽화가 보물인데, 이것은 현재 성보박물관으로 옮겨 전시되고 있다. 마지막 하나 남은 보물로는 고려 초 무위사를 크게 중창한 선각대사 편광탑비가 있다.

우리는 무위사 종무실장을 지내고 현재 도갑사 종무실장으로 있는 이영현 처사를 통해 무위사의 숨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 덕분에 또 극락전과 성보박물관의 불교유산을 마음대로 보고 촬영할 수 있었다. 그는 이번 월출산 불교유산 답사 행사에 처음부터 끝까지 동행했다. 무위사를 보고 찾아간 곳은 월출산 서쪽에 있는 도갑사다. 도갑사에 도착하니 시간이 벌써 6시 40분이다. 도갑사는 아침에 제대로 살펴보기로 하고 숙소인 월출산 산장호텔로 직행한다.

백의관음도
 백의관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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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출산 산장호텔은 도갑사 사하촌에 있는 가장 좋은 호텔 겸 식당이다. 7시에 저녁을 먹으러 내려가니 한 상 가득하게 음식이 차려져 있다. 남도에 왔으니 홍어는 필수고, 또 한 가지 민어회를 준비했다. 민어는 철이 있어 요즘 아니면 먹을 수 없는 특식이란다. 그래서 목포에 주문을 해서 특별 배달을 받았다고 한다. 진수성찬에 바다회, 반주까지 곁들여 정말 맛있게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8시 넘어 다시 모여 불교문화유산에 대해 한 바탕 토론을 벌인다. 그렇지만 다들 산행으로 힘들고 술로 마음이 풀어져, 논리적이기 보다는 다분히 감성적이고 즉흥적이다. 그러다 보니 이야기가 금방 사람 사는 이야기로 바뀐다. 그래서 그런지 이홍식 씨는 모임의 제목을 '만남과 소통의 시간'이라고 표현했다. 다들 즐거운 이야기를 꽃피우다가 11시가 넘어 각자 자기 방으로 돌아간다.

보여주지 않고 숨겨놓기만 하면 무슨 소용이 있어?

도갑사
 도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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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7시에 식사가 준비되어 있다. 식당에 들어가니 향긋한 쑥국 냄새가 난다. 나는 쑥국을 두 그릇이나 먹었다. 그리고는 아침 7시 45분에 도갑사 경내로 들어간다. 바로 절 앞에서 자니 시간이 절약되어서 좋다. 3월의 아침 공기가 꽤나 차다. 그렇지만 머리는 더 맑아지는 것 같다. 그동안 도갑사도 많이 바뀌었다. 들어오는 해탈문이 새롭게 보수되었고,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상이 성보박물관으로 이전되었다.

그리고 대웅전 앞 공간 배치가 새로워졌고, 종무소가 있는 광제루(廣濟樓)가 새로 지어졌다. 해탈문과 대웅보전 앞마당 사이에 길게 광제루가 지어진 것이다. 광제는 널리 중생을 제도한다는 뜻이다. 광제루 종무소 앞는 도갑사 석조가 자리하고 있는데, 전에 느티나무 옆에 위치하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가람 배치가 월출산 능선과 잘 어우러진다.

월곡리 마애불좌상
 월곡리 마애불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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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갑사를 보고 네 번째로 찾아간 불교유산은 군서면 월곡리 마애불좌상이다. 이것은 우리가 본 나머지 여섯 개 문화재와 달리 전남 유형문화재다. 그런데 바로 이 문화유산이 시리봉에서 노적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아래 있어 2시간 반을 올라가야 한다. 그리고 그 능선이 바위로 연결되어 보통 사람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이 능선을 오르고는 다들 한 마디씩 한다. 답사가 아니라 산행이라고.

우리가 이런 문화유산을 찾는 목적은 바로 이 문화유산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서다. 소재를 모르면 무슨 소용이 있고, 설사 안다고 한들 세상에 알려지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아무리 좋은 게 있으면 뭘 하나, 세상 모든 사람들이 알아야지. 그래선지 답사를 하고 나서 모두 월곡리 마애불좌상에 오르는 길을 만들고 정비 좀 해야겠다고 한 목소리를 낸다.

월곡리 마애불두
 월곡리 마애불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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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곡리 마애불좌상을 보려면 노적봉에 오르기 전에 왼쪽으로 내려가야 한다. 노적봉은 구정봉과 함께 월출산 주능선에서 조금 벗어난 지점에서 마주보고 있다. 그리고 월곡리 마애불좌상이 노적봉 아래 큰 바위에 새겨져 있다면, 용암사지 마애불좌상은 구정봉 아래 큰 바위에 새겨져 있다. 이들은 서로 마주 보고 있어서 형제 또는 자매 불상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월곡리 마애불좌상 옆에는 해학적인 모습의 마애불두가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찾아간 문화유산이 왕인석상이다. 왕인석상은 주지봉 월대암 아래 있다. 점심을 먹고 산을 오르니 다들 힘들어한다. 중간에 문산재와 양서재가 있다. 이곳은 우리가 찾은 문화유산 중 가장 길이 잘 나 있다. 최근에 왕인 문화체험길이 만들어지면서 길과 표지판이 잘 정비되었기 때문이다. 왕인석상 답사를 끝으로 우리는 모든 행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마지막에 이홍식 씨는 결산보고서까지 제출한다.

이번 답사에 참가한 고수와 달인   

이번 행사를 주관한 이홍식 달인
 이번 행사를 주관한 이홍식 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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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답사를 기획하고 주관한 이홍식 씨는 답사의 달인이다. 그는 전라남북도의 불교 문화유산이 어디 있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으며, 이들을 사진 찍고 내용을 설명한 책자를 낸 바 있다. 또 기획력이 뛰어나 많은 사람을 모으고, 정말 멋지고 의미 있게 답사를 진행했다. 그런 면에서 그는 문화유산 답사의 달인이다. 이에 못지 않은 사람이 옛님 카페를 운영하는 임병기 씨다. 이들은 모두 현대중공업에 다니는 샐러리맨인데, 그렇게나 훌륭한 일을 하고 있다.
 
이번 답사를 학술적으로 뒷받침한 학자는 순천대학교 최인선 교수다. 그는 고고미술사를을 전공한 사학자다. 그중에서도 철불 전문가다. 그는 이번 답사에서 "월출산의 불교문화. 불상과 석탑을 중심으로"라는 포괄적인 강의를 했다. 그리고 이번에 답사한 모든 문화유산에 대해 코멘트를 하고 의견을 개진했다. 또 한 사람은 문화재청 감정위원인 이경화 박사다. 그녀는 사자봉 아래 양면불에 대해 현장에서 즉석 강의를 했다.

귀부형 석등에 대해 설명하는 민학기 사장
 귀부형 석등에 대해 설명하는 민학기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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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번 답사에서 또 학술적으로 많은 역할을 한 고수는 민학기 사장과 정태욱 선생이다. 민학기 사장은 기업체를 운영하는 향토사학자로 재야의 고수다. 그는 이번 답사를 위해 "영암 월출산 사자본 우왕골 석등형 귀부 고찰", "왕인석상 고찰"이라는 작은 책자를 준비했다. 그는 현장에서 이들 두 문화재에 대해 즉성 강의를 했는데, 유사한 예와 비교하며 정말 명쾌한 강의를 했다. 특히 왕인석상은 석불이지 결코 왕인상이 아니라는 주장을 했다. 그건 내가 봐도 불상임에 틀림없다. 어째서 왕인상이 아닌지 하는 문제는 뒤에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다.

또 다른 고수가 동아대에 계시는 정태욱 선생이다. 그도 역시 불교미술의 권위자다. 전국에 유명한 불상은 찾아가보지 않은 데가 없다. 그는 이번에 월남리 선각 마애불두에 대해 현장에서 강의했다. 이번 답사에는 모두 24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모두 문화유산 방면에서는 한 가닥 하는 사람들이다. 향토사학자 정정희 선생, 당간지주를 전공한 엄기표 교수, 경주시 문화재 위원인 김환대 씨, 남도 불교문화연구회장을 지낸 이순규 선생, 도갑사 이영현 종무실장 등이 이번 행사에 많은 역할을 했다.

촬영에 열중하는 목포MBC PD와 촬영기자
 촬영에 열중하는 목포MBC PD와 촬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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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국립공원 월출산 직원 2명이 길잡이 겸 서포터로 참가했다. 그 외 이번 답사를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으로 만들기 위해 목포 MBC PD와 촬영기자가 함께 했다. 그들은 그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산길을 따라 오느라 정말 고생을 했다. 그래선지 이틀째는 나타나지를 않았다. 우리는 정말 저 산길 끝에 있는 옛님을 찾아다니는 문화유산 답사 마니아들이다.

덧붙이는 글 | 3월 23일과 24일 이틀간 월출산 불교 문화유산을 찾아 다녔다. 찾아 다녔다고 쓴 것은 이들 문화유산이 산속 깊은 곳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잘 알려지지 않은 문화유산을 찾아 다닌 것은 이들을 세상이 널리 알리기 위해서다. 이들 문화재의 특징과 가치에 대해 6회 글을 쓸 예정이다.



태그:#월출산, #불교문화재, #우왕골 양면불, #월남리 선각 마애불두, #월곡리 마애불 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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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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