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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6월 10일 오후 2시 30분

5분 자유발언을 보장하십시오
신상발언을 보장하십시오

(의장) - 의사일정 1항 서울특별시 용산구 행정정보공개조례를 상정합니다.

의사진행발언 있습니다.
의사진행발언 있습니다.

- 설혜영 의원님 의원으로서 품위를 지키십시오.

의사진행발언 있습니다.
의사진행발언 있습니다.

- 심사보고를 해주실 행정위원회 부위원장님이 안 계시므로 심사보고는 배부해드린 유인물로 갈음하고자 하는데 이의 있습니까?

의사진행발언 있습니다.

- 폐회를 선언합니다.

이것으로 용산구의회 198회 본회의는 끝이 났다.

용산구의회 본회의장에 출석했던 의원들과 공무원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당황스런 얼굴을 감춘 채 재빨리 본회의장을 나섰다. 의사진행발언도 막은 채 의사진행을 무리하게 진행한 후과는 컸다. 위원회 심사보고를 생략한 것은 6대의회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위원회에서 수정가결한 안건을 본회의에서 원안가결 해버렸으며 표결을 선포하고 안건에 대한 이의도 묻지 않은 채 의장은 안건을 날치기 통과시켜버렸다. 이러한 무리한 의사진행을 한 것은 오로지 동료의원의 5분자유발언을 막기 위해서였다. 이날 본회의는 애초에는 오전 11시로 소집되어 있었으나 5분자유발언 진행을 용납할 수 없다는 의원들의 요구로 지연되다가 오후 2시로 의사일정을 연기한 것이었다.

본회의를 방청하고자 오셨던 많은 주민들은 회의시간이 무작정 지연되고 아무런 설명 없이 변경된 것에 대해 황당하다는 반응이었다. 용산구의회가 이렇게 무책임하게 운영되는지 몰랐다는 것이다.

용산구의원으로 활동하는 내가 이 날 문제의 주인공이다.

5분 자유발언을 신청했고 의장의 결재가 있었다. 이날 의사일정 첫 안건이 5분자유발언으로 안내되어 있었다. 그런데 발언내용을 알게 된 동료의원들이 5분자유발언이 진행된다면 본회의장 입장을 안하겠다며 의장에게 발언을 허가하지 말라며 집단적인 압박을 했던 것이다.

이번 회기에 상정된 안건중 위원회에서 부결 처리되어 본회의에 부의되지 못하게 된 안건에 대한 나의 의견을 발언하려고 했으나 해당위원회 위원들은 본인들의 심사한 안건에 대해 발언한다는 것이 불편하다는 것이었다. 의원들은 공인으로서 발언하고 표결하며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심사결과에 대해 평가받기를 두려워한다는 것은 본인들의 표결에 자신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일 뿐이다.

더욱이 더 불행한 일은, 이러한 일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며, 용산구의회만의 문제 또한 아니라는 것이다. 5분 자유발언을 의장이 불허하여, 본회의장에서 고성이 오가는 불미스러운 일들이 5대 의회에서도 있었다고 한다. 

나 또한 이번까지 5분 자유발언을 세번째 불허 당했다. 의장이 위원회 의견조정과정에 들어와서 의원에게 폭력을 행사한 부분에 대해 문제제기 하려고 했던 발언과 모 의원이 사기죄로 고소당하는 사건에 대해 의회 내의 자정노력을 촉구하는 발언을 의장이 허가하지 않아 본회의장에서 항의하는 일이 있었다.

또 경기도 파주에서도 이러한 일이 벌어져 결국 의장이 공개사과를 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기로 합의하는 일도 있었다. 충북도의회에서도 청주에서도 의장이 5분 자유발언을 불허하여 이에 항의하는 일들이 있었다.

회의체에서 의원의 모든 활동은 말로 시작하여 말로 끝난다. 그런데 이러한 의원의 발언권이 사전 검열을 통해 제약당한다면 어떻게 정상적인 의회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겠는가?

의회의 회의규칙을 살펴보아도 의원의 발언에 관한 사전규제권한은 없다. 다만 사후적으로 의원이 발언이 허가된 내용에 위배될 때 발언을 중지시킬 수 있다는 조항만 있을 뿐이다. 회의시간과 순서등을 조율하여 회의를 운영할 수 있는 의장의 권한을 남용함으로써 가장 존중되어야 할 의원의 발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다.

특히 발언권과 의결과정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의회 내 소수의원들이 본인들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발언하는데 활용할 수 있는 5분 자유발언 제도가 결국 의장 또는 의회의 다수 의견에 의해 제약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방의회의 이러한 비민주적이며 무원칙한 운영은 의회의 건전한 비판과 감시기능을 마비시켜 지방의회 무용론에 힘을 실어주게 될 것이다. 지방의회의 민주성을 해치는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들이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설혜영 기자는 용산구의회 의원(무소속)입니다.



태그:#지방의회, #5분자유발언, #발언권, #설혜영, #구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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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대안적 개발을 모색하고, 생태환경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입니다. 불평부당한 사회를 민의 힘을 믿고 바꿔 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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