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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후 '21세기 초반 인종관계'라는 대학 수업이 있다면, 그리고 작가들이 미국역사의 어두웠던 시절에 대해 쓴다면, 그들은 2013년 여름에 대해 쓸 게 많을 것이다. 우리의 대담하고도 무식했던 여름을."

비무장한 17세 흑인 소년을 총으로 쏴서 숨지게 한 히스패닉계 백인 조지 짐머만이 무죄 평결을 받은 다음 날인 14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증오의 여름(America's summer of hate)'이라는 칼럼은 이렇게 시작한다. 진보성향의 인터넷 매체 <살롱>에 이같은 제목의 글을 쓴 사람은 백인 여성 칼럼니스트 메리 엘리자베스 윌리엄스.

[짐머만 재판] "그녀는 대부분이 백인인 배심원단과 달랐다"

메리 엘리자베스 윌리엄스는 14일(현지시간) 미국 진보성향의 인터넷 매체 <살롱>에 최근 발생한 인종차별 논란을 비판하는 칼럼을 썼다.
 메리 엘리자베스 윌리엄스는 14일(현지시간) 미국 진보성향의 인터넷 매체 <살롱>에 최근 발생한 인종차별 논란을 비판하는 칼럼을 썼다.
ⓒ SAL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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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스는 "결국 5명은 백인, 1명은 히스패닉계인 6명의 배심원들이 짐머만이 무죄라고 결정했다"면서 "나머지 미국인들은 투표를 할 수도 없었고, 짐머만의 운명을 결정할 수도 없었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그는 "배심원들은 짐머만이 인종주의자 자경 단원이었는지가 아니라, 그의 죄가 2급 살인혐의인지, 아닌지를 결정해 비난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짐머만이 후드티를 입은 흑인 소년 트레이본 마틴을 범죄자로 오인해 물리적 충돌 끝에 결국 죽음에까지 이르게 한 것(짐머만은 자신이 '정당방위'를 했다고 주장했고 배심원단은 이를 받아들였다), 이후 경찰의 무성의한 대응, 배심원단 가운데 흑인이 한 명도 없었던 점 등은 '인종차별' 논쟁에 불을 지폈다.  

재판 과정에서도 논란은 있었다. 마틴이 짐머만과 충돌하기 전 마지막으로 통화했던 레이첼 진텔이 증인으로 출석했을 때가 그랬다. 윌리엄스의 표현에 따르자면, 검찰의 '스타 증인'이었던 그녀는 여론의 법정에서 "Getto trash(가난한 지역에 사는 쓰레기)"가 되었다. 언론은 흑인 여성인 진텔의 소셜미디어 기록을 모두 뒤졌고, 그녀의 평소 언행을 문제 삼았다. 또 재판 과정에서 그녀가 보여준 모습에 대해 "종종 발음을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전했다. 그녀가 '필기체를 읽지 못한다'고 말한 것을 비꼬기도 했다. 

윌리엄스는 "그녀는 대부분이 백인인 배심원들과 달랐다"고 전했다.

"그녀는 마르지도 않았고 금발도 아니었고 얌전하지도 않았다. 그녀는 직설적이고 적대적이었으며 때때로 혼란스러워 보였다. 이는 그녀의 신뢰도에 영향을 줬다."

윌리엄스는 '증인'인 진텔이 마치 '피고인'처럼 대우받았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이는 그녀가 흑인이라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폴라 딘] 흑인 스태프들에게 "노예처럼 옷 입어 달라"

이어 윌리엄스는 최근 미국 내에서 불거진 인종차별 논란을 언급했다. 먼저, 유명 요리사 폴라 딘. 미국의 가십 주간지 <내셔널 인콰이어러>는 지난 6월 19일, 폴라 딘의 '인종차별' 발언을 공개했다. 딘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에서 매니저로 일했던 리사 잭슨은 딘과 그녀의 남동생을 상대로 120만 달러의 소송을 제기했다. 딘이 자신을 비롯한 스태프들에게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일삼았고, 딘의 남동생 부바가 자신을 성희롱했다는 이유였다.

<내셔널 인콰이어러>가 공개한 딘의 5월 19일 공판 진술 내용을 보면, 딘은 2007년 자신이 준비하는 결혼식에서 흑인 스태프들이 '노예'처럼 옷을 입기를 원했다고 말했다. 딘은 모든 웨이터가 중년의 흑인 남성인 레스토랑을 보고 이러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딘은 변호사와의 대화에서 "그 레스토랑은 미국의 어떤 시대, 시민전쟁 이전을 대표한다"면서 "그 때는 흑인남성 뿐 아니라 흑인여성도 노예들이었다"고 말했다.

소송을 제기한 잭슨은 딘이 자신의 친척들에게 레스토랑 흑인 남성 스태프들을 "작은 원숭이(little monkey)"라고 부르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딘의 남동생 역시 오바마 대통령을 '니가(Niggar·검둥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는 것이 잭슨의 주장이다. 흑인차별 발언은 'Niggar'의 'N'자를 따서 'N-Word'라고 불린다.

논란이 일자 딘의 요리 프로그램 2개를 방송하던 '푸드 네트워크', 딘의 요리제품을 판매하던 '월마트'는 딘과의 계약관계를 끝내겠다고 밝혔다. 딘은 TV쇼에 나와 "자신이 과거에 했던 말을 후회해본 적이 없는 사람은 내게 돌을 던져라"고 눈물을 쏟았다. 그녀는 자신이 한말이 인종주의적인 맥락에서 나온 발언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빅 브라더] 동양인 출연자에게 "닥쳐, 집에 가서 밥이나 만들어"

미국 CBS 인기 리얼리티 프로그램 <빅 브라더>
 미국 CBS 인기 리얼리티 프로그램 <빅 브라더>
ⓒ C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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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CBS의 인기 리얼리티 프로그램 <빅 브라더>도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6월 30일, 안드레아 라이허는 자신의 블로그 'From the inside box'에 빅브라더 시즌 15에 등장한 인종차별적, 호모포비아(동성애 혐오)적, 여성혐오적인 발언들을 정리했다. 그 중 인종차별적 발언의 일부를 보자.

- 출연자 지나, 그녀의 소득수준 때문에 "검둥이 보험"을 받는다고 말함. 
- 지나, 동양인 출연자 헬렌에게 "닥쳐, 가서 망할 밥(Fu***** rice)이나 만들어."  
- 출연자 데이비드, 시트에서 냄새가 난다면서 그건 "흑인 캔디스(흑인 출연자)"가 위에 있어서 그렇다고 말함.
- 출연자 아린, 흑인 출연자 캔디스에게 "어둠 속에서 말할 때 조심하라"고 말함.

지난 4일 빅 브라더 제작진 측은 "우리는 인종주의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미온적이고 뒤늦은 대처라는 비판이 나왔다.

지난 7일 발생한 아시아나기 착륙사고와 관련해서도 인종차별 논란이 잇따랐다. 미국 일간지 <시카고 선 타임스>는 8일 'Fright 214'라는 제목의 헤드라인을 내보냈다. 이는 'Flight(여객기)'가 아닌 'Fright(공포)'를 선택한 것은 동양인이 'L'과 'R' 발음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것을 조롱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에 <시카고 선 타임스> 편집장은 "인종차별적인 의도는 없었다"면서 "착륙 상황에서의 '두려움'을 전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아무도 나를 그렇게 대하지 않는다... 백인의 특권"

12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지역방송 KTVU는 아시아나 사고여객기 조종사 4명의 이름을 잘못 내보내 논란이 됐다.
 12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지역방송 KTVU는 아시아나 사고여객기 조종사 4명의 이름을 잘못 내보내 논란이 됐다.
ⓒ KTV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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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지역방송 KTVU는 아시아나 사고여객기 조종사 4명의 이름을 내보냈다. 진행자 토리 캠벨은 "NTSB(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에서 확인한 것"이라면서  네 명의 이름을 또박또박 읽었다. "Sum Ting Wong", "Wi Tu Lo", "Ho Lee Fuk", "Bang Ding Ow"

이는 명백한 오보로, 착륙사고 과정에서 나왔을 법한 대화인 "뭔가 잘못 됐어(Something Wrong)", "(고도가) 너무 낮아(We Too low)", "이런 젠장(Holy Fu**)", "쾅, 쿵, 으악(Bang Ding Ow)"을 패러디한 것으로 보인다. KTVU는 방송 이후 사과문을 내보냈고, NTSB에서도 "부정확하고 불쾌감을 주는 이름들을 인턴직원이 실수로 사실이라고 확인해줬다"고 사과했다. 아시아나 항공은 15일 "조종사들의 이름을 왜곡·비하한 보도가 회사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NTVU를 상대로 미국 현지 법원에 민사소송을 낸다고 밝혔다. 

윌리엄스는 "캠벨은 유치하고 모욕적인 잘못된 이름들을 태연하게 떠들어댔다"면서 "그것이 확실한지에 대해 잠시도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를 "백인의 특권"이라고 강조했다.

"아무도 트레이본 마틴과 레이첼 진텔을 설명하는 단어들로 나를 부르지 않는다. 아무도 폴라 딘과 <빅 브라더> 출연자들이 어려움 없이 말한 구역질나는 무시로 나를 대하지 않는다. 나는 내 딸이 '가난한 지역에 사는 쓰레기'라고 불리거나, '닥치고 집에 가서 밥이나 만들라'는 이야기를 들어야 할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의 자성은 이어진다.

"우리의 창백한 피부와 파란 눈은 의미한다. 우리가 그런 종류의 분노와 오만한 무식함의 테러 속에서 살아가지 않아도 된다고. 하지만 우리는 그런 것들이 넘쳐나도록 허용하는 나라에 살고 있다." 


태그:#짐머만, #폴라 딘, #빅 브라더, #아시아나, #인종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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