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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에 대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는 첫 판결이 나왔다. 과중한 업무로 피로가 누적된 상태에서 법무법인의 주요 고객과 회식을 한 후 집에 돌아와 쓰러져 숨진 변호사에게 법원이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이번 판결에 불복해 17일 항소장을 제출했다.

법원에 따르면 서울의 H법무법인 건설팀에서 근무하던 A(35)변호사는 2011년 12월 법무법인의 주요고객인 C건설회사 법무팀과 회식을 하면서 소주 1병과 폭탄주 2잔을 마셨고, 2차 회식 장소로 옮겨서는 구토 증세로 술을 거의 마시지 못했다. A변호사의 평소 주량은 소주 1~1.5병 가량이었다.

그런데 A변호사는 다음날 새벽 1시께 집에 돌아와 구토를 하면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119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A변호사는 사망원인과 관련한 질병 등으로 병원 치료를 받은 적이 없었다.

이에 A변호사의 부인 K씨는 근로복지공단에 '업무상 재해'라며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신청했지만, 공단은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거부하자 지난해 10월 소송을 냈다.

K씨는 "사고 발생일 일주일 전부터 과다한 업무로 인해 야근을 했고, 특히 사고 당일 주요 고객과의 회식자리에서 음주 후 의식을 잃고 쓰러져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했으므로, 망인의 사망은 육체적 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에 의한 것으로서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됨에도 이를 거부한 처분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서울행정법원 제6부(재판장 함상훈 부장판사)는 지난 6월 28일 A변호사의 부인 K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보상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소송(2012구합33935)에서 "근로복지공단의 처분을 취소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한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A변호사는 H법무법인에서 업무처리 능력을 인정받아 상대적으로 어려운 업무를 많이 담당했기 때문에 육체적·정신적 피로가 계속 누적돼 온 것으로 보인다"며 "사고 당일에는 점심 식사를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로 업무가 매우 바쁘고 과중했다"고 밝혔다.

또 "망인은 사고 발생 무렵 법무법인의 주요 고객인 대형마트 관련 소송을 담당하고 있었는데, 청구 금액이 50억 원에 달하고 쟁점 법리가 난해해 이에 대한 심리적 압박이 상당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망인이 사고 발생일 이전에는 사망과 관련된 질병 등으로 치료를 받은 사실이 없는 점, 망인은 업무와 관련된 회식을 마치고 귀가해 바로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결국 급성심근경색으로 숨진 점, 피고측 자문의사들도 업무로 인한 회식이 급성심근경색 발병에 상당한 기여를 했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소견을 제시한 점 등을 종합하면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할 수 있다"며 "따라서 공단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변호사, #업무상 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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