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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연 의원이 단전, 단수 속에서 지난 9일부터 농성을 벌이고 있는 금속노조발레오만도 지회 사무실에서 노조원들과 만났다.
 김재연 의원이 단전, 단수 속에서 지난 9일부터 농성을 벌이고 있는 금속노조발레오만도 지회 사무실에서 노조원들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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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3시. 정연재 금속노조발레오만도 지회장은 농성중인 노조사무실을 방문한 통합진보당 김재연 의원에게 대구지법 경주지원이 지난 3월 25일 사측에 대해 정상적인 노조출입을 허용하고 노조사무실을 원상회복하라는 판결을 내렸다는 점과 그후 일어난 일련의 일들을 설명한뒤 "강기봉 사장과 만나면 노조출입을 허용하라는 법원 판결만 제대로 이행할 것을 요구해 달라"고 당부했다.

노조사무실과 사무동은 걸어서 1분도 채 안되는 거리. 오후 3시 10분 강기봉 사장과 김 의원의 면담이 예정된 사무동 건물 앞에는 회색 작업복을 입은 '보직반장' 20여 명이 한가운데 좁은 통로만 낸 채 양쪽으로 무리지어 서 있었다. 사무동에는 김재연 의원, 정희성 통합진보당 최고위원, 윤병태 도당위원장 등 3명의 출입만 허용했다. 기자들은 신분을 확인한뒤 면담장으로 갈수 있게 했다. 강 사장은 2층 회의실 입구에서 김 의원 일행을 맞이했다.

짧은 인사에 이어 김 의원은 노조측의 핵심요구, 즉 자유로운 출입보장을 요구했다.

"법원에서 판결한 것인데 왜 자유로운 출입을 허용하지 않나?"

강 사장은 방위산업체의 특성을 감안해 간단한 출입절차만 지키면 된다고 강조했다.

"방위산업체다. 기본적인 출입절차만 지켜달라고 여러번 공문으로 요구했다. 저희가 요구하는 것은 그것 뿐이다. 지금 저희가 요구하는 것도 사실은 방위산업체 출입규정을 위반하는 것이다. 이름 석자 쓰고 들어오는 시간 쓰고, 서명하고... 나갈 때 반대로 하면 된다. 간단한 규정만 지키면 된다고 7~8회 경주지부 등에 내용증명으로, 공문을 보냈다."

사무동 앞에는 보직반장들이 서 있었다.
 사무동 앞에는 보직반장들이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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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회사측의 방침이 해고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이며, 따라서 다른 일반 사원들의 출입과 동등하게 지문인식만 하는 절차로 해달라는 김 의원의 요구에 대해서 강 사장은 회사 시스템문제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지문인식기는 프랑스 본사와 네트워크로 물려 있다. 그분(해고자)들이 저희 회사에 정상적으로 잡혔을 때 시스템이 열린다. 지문인식을 하려면 다시 시스템을 설치해야 하고 복잡한 문제가 많다. 반대로 저희 직원들이 모두 이름을 쓰는 걸로 하면 안되나?"

노조측의 자유로운 노조사무실 출입보장 및 지문인식기 이용 등 동등한 절차적용 요구에 대해 회사측은 자신들이 노조측에 제시한, 즉 이름쓰고 서명하는 절차를 전체직원들에게 적용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간극은 좁혀지지 않았다. 최근 발생한 농약살포와 뒤이은 충돌에 대해 강 사장은 "회사가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농약살포는 우리가 당했다. 회사는 방역계획에 따라 오전에 농약살포 계획 있으니 자리 비켜달라고 요구 했는데 거절당했다. 그래서 (노동자들이 있는 곳의) 반대편부터 방역했다. 화단쪽에 사람이 안 계신 곳부터 농약을 치기 시작했는데, 그분들이 (살포기를) 빼앗아 이 상무에게 살포했고, 그 다음 폭행사건이 생겼다. (농약을 쳤던) 60세 직원은 병원에 계신다."

강 사장은 또 대화를 통한 사태해결을 위해서는 노조측의 태도변화를 먼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서로간에 존중을 보여줘야 한다. 매일 90데시벨 이상의 노동가요를 매일 5, 6시간 들으며 일한다. 그런 상황에서는 대화를 위한 대화 밖에 안된다. 서로 대화 상대를 존중하자고 요청했다. 지금도 무력으로 침입한 거다. 저희 잘못이라면, 강제이행금 내면 된다. (노조측이) 힘의 논리로 저희들을 탄압하고 있다. 주거침입, 퇴거불응, 업무방해... 이런 상황에서 얼마만큼 대화가 되겠나?"

김 의원은 회사측의 전향적인 변화를 주문했다.

"농약 살포, 개값 발언, 단전단수 등은 상식적으로 인권침해다. 그래서 인권위서 조사했고, 많은 언론이 주목하고 통합진보당, 민주당까지 나서 있는 상황이다. 노동자에 대한 탄압을 지속하고 있다. 단전단수 등, 탄압행위로 보이는 조치들을 풀어야 한다. 노조사무실 출입은 법원 판결대로 대등하게 해달라."

강 사장은 탄압은 없다고 되받았다.

"대기업에서 노조 탄압할 곳은 대한민국에서 한 곳도 없다. 저희 회사도 노동조합 4개가 있다. 탄압하고 싶어도 탄압할 수 없다. 노조를 탄압할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보직반장 일동 명의의 피켓. 사무동 입구 양쪽에 2명이 이 피켓을 들고 김 의원을 맞이했다.
 보직반장 일동 명의의 피켓. 사무동 입구 양쪽에 2명이 이 피켓을 들고 김 의원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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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의원이 창조컨설팅을 통한 노조파괴 공작을 거론하며 "창조컨설팅은 이미 발레오에서 악명 떨쳤다"고 지적하자 강 사장은 "여러해 동안 조사했고, 저희도 조사결과를 기다린다, 문제 있으면 바로잡아야 한다, 피하거나 회피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오후 3시 45분까지 약 30분 이상 진행된 면담에서는 회사측이 준비한 동영상 상영을 두고 여러차례 실랑이를 벌였다. 강 사장은 개값발언, 농약살포등에 대한 진실을 알려면 동영상을 봐야 한다며 여러차례 자체적으로 제작한 동영상시청을 권했다. 김 의원이 이를 거절하자 강 사장 옆에 있던 간부는 동영상을 막무가내로 틀었고, 김 의원 보좌관이 이를 제지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 의원이 나중에 보겠다면서 끝내 동영상 시청을 거절하자 강 사장은 면담 막바지에도 또다시 동영상 시청을 언급했다.

"저희 직원들이 매일 매초마다 겪는 인권탄압은 말씀 안 하고 있다. 이 동영상을 조금만 보면 평형감 있게 볼 수 있는데..."

이날 면담에서 김 의원의 발언에 강 사장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것은 마지막 대화가 거의 유일했다. 김 의원이 "빨리 해결돼서 다가오는 휴가를 편안하게 보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히자 강 사장은 "저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면담을 마친 뒤 "진실을 철저히 왜곡하고 자신들이 했던 노조탄압을 모두 부정하고 있는 데 대해 안타까움과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면서 "국회차원에서 적극적인 대책마련이 절실하다는 점을 느꼈다"고 말했다.

김 의원 등은 오후 5시 경주시청에서 이상규 의원과 함께 최양식 경주시장을 만났다. 이 의원은 이날 오전 국정원 국정조사특위 전체회의에 참석했다가 막 경주에 도착한 참이었다. 최양식 시장과의 면담에는 이들 의원과 함께 박장근 금속노조경주지부장, 정연재 발레오만도 지회장 등이 함께했다.

김의원이 승용차를 타넘고 회사를 빠져나오고 있다. 해고노동자들이 회사인근 천막농성장과 노조사무실을 오가는 이 출입문은 사측이 여러대의 승용차를 이용해 이처럼 봉쇄해 놓고 있다. 면담 후 김 의원은 노동자들이 다니는 길을 보고 싶다며 이 출입문을 이용해 외부로 나왔다.
▲ 차벽을 넘고... 김의원이 승용차를 타넘고 회사를 빠져나오고 있다. 해고노동자들이 회사인근 천막농성장과 노조사무실을 오가는 이 출입문은 사측이 여러대의 승용차를 이용해 이처럼 봉쇄해 놓고 있다. 면담 후 김 의원은 노동자들이 다니는 길을 보고 싶다며 이 출입문을 이용해 외부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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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양식 시장은 이날 오후 4시부터 진행되던 경주지역 노사민정협의회 회의를 하다 이들과 만났다. 정연재 지회장은 노조의 요구는 자유로운 출입보장과 노조사무실의 원상복구 뿐이라는 점을 설명하면서 "회사 대표가 법을 어겨도 행정기관이 관리감독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법원의 결정사항이 이행되도록 경주시청이 적극적으로 노력해 달라"고 요구했다. 최양식 시장은 "폭력없는 평화적 해결이 원칙이다. 노사민정이 깊이 있게 대화하고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오후 6시, 마지막 방문지는  경주경찰서. 원창학 경주경찰서장과의 면담은 주로 농성중인 금속노조경주지부 확대간부들의 농성해제, 발레오만도 지회 해고노동자 29명의 신변보호등에 대한 대화가 이어졌다.

박장근 금속노조경주지부장은 "금속노조경주지부 확대간부 80여 명도 열흘째 농성하고 있다, 발레오만도지회 노조원 29명의 신변안전만 보장해 준다면 금속노조 확대간부들은 언제든지 농성을 풀겠다"고 말했다. 박 지부장은 "사측 직원, 어용노조원들이 10m 거리에서 끊임없이 도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발레오만도 지회 소속 29명만 남겨두고 농성을 풀 수 없으며, 노동부, 경찰 등에 수차례 신변안전 보장을 요구해도 아무런 해답이 없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연재 지회장은 "노조가 신고해서 경찰이 출동해도 사측직원이 문을 잠그고 곧장 열어주지 않는게 현장의 현실이다, 좀더 적극적인 신변보호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상규 김재연 의원등이 경주경찰서장실에서 원창학 서장과 면담하고 있다.
▲ 경찰서에서 이상규 김재연 의원등이 경주경찰서장실에서 원창학 서장과 면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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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창학 서장은 "신변보호를 위해 경찰 2명을 대기시켜 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없다"면서 "경찰은 충돌 발생가능성이 높은 출퇴근 시간에는 형사기동대를 회사내에 배치시켜 충돌을 막고 있다, 회사 인근에서 24시간 대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 서장은 "노사를 구분하지 않고, 공정하고 엄정하게 법을 집행 할 것"이라면서 "원만한 사태해결을 위해 해고노동자들과 함께 농성중인 금속노조경주지부 간부들이 먼저 회사밖으로 나가줄 수는 없느냐"며 금속노조경주지부 간부들의 농성해제를 주문했다.

이에 대해 노조측은 신변안전보장이 우선이라고 재차 강조하면서 이견을 좁히지는 못했다. 노조사무실에서 농성중인 발레오만도 해고노동자 29명에 대한 신변안전보장 조치가  이번 사태를 해결해 나가는 출발점이 될 것으로 보였다.

경주시는 오후 6시 15분쯤, 노사민정 협의회에서 나온 권고문을 언론사에 배포했다. 권고문은 사측에는 조합원의 조합사무실 출입 및 사용에 대한 법원의 판결을 수용하라고 권고했고, 노조에는 회사의 점거시설에 퇴거함으로써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보장할 것을 요구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터넷신문 경주포커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경주, #경주포커스 , #발레오만도, #김종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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