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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16주년 기념일을 넘기고 15주년 기념여행을 온 김재명?이미라부부
 결혼 16주년 기념일을 넘기고 15주년 기념여행을 온 김재명?이미라부부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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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 1일, 두 남녀가 모티프원에 들어섰습니다. 실내가 한결 밝아진 듯싶었습니다. 두 사람의 함박웃음 때문이었습니다. 웃음은 입술과 이빨로 웃는 것이 아님을 이 두 분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온 얼굴 전체가 웃는 크고 환한 웃음으로 보아 이 분들은 분명 기분 좋은 일이 있음이 분명했습니다.

"두 분께 오늘이 특별한 날인가요?"

저의 질문에 여자분이 답했습니다. 

"오늘이 저희 결혼 15주년 기념일입니다."

부인의 이 대답을 남편이 좀 더 덧붙여 설명했습니다.

"사실은 작년이 결혼 15주년이었습니다. 그리고 결혼기념일도 지났지만 저희에게는 이제야 이렇게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났습니다. 작년에 해외여행을 가기로 약속했었는데 모티프원에 오는 것으로 올해 그 해외여행을 대신한 겁니다."

그러니까 이 부부는 결혼 15주년 기념일에는 꼭 함께 해외여행을 하자는 약속을 몇 년 전부터 했었지만 부부 모두 각자의 일을 하고 있고, 그 일들이 짬을 허락하지 않아 결국 15년만의 부부 해외여행은 기약 없이 미루어졌습니다. 그 미루어진 여행약속이 올 결혼기념일의 국내여행으로 바뀌었고 그 여행조차 기념일을 한 달 넘기고 올 수 있었지만 이 부부는 모티프원으로의 하룻밤 여행을 '결혼 15주년 기념 해외여행'으로 여기고 있고, 이렇게 여행을 할 수 있음이 시종일관 기쁘고 행복했던 것입니다.

이제는 해외여행이 옆 동네 순이네 가는 것만큼이나 쉬어지고 잦아졌지만 사는 일이 먼저였던 이 부부에게는 나라밖 여행은 15년 동안 언감생심이었습니다.

아들딸을 두고 부부만 여행하는 것 또한 쉽지 않은 일이지요. 저는 자녀들이 궁금했습니다. 

"자녀들은 어떻게 하시고?"
"아, 저희 부부에게는 연년생 형제가 있는데 이번에 이 아들들에게 여행허락을 받았습니다. 중학교 1학년과 2학년이데. 저희들끼리 잘 있을 테니 다녀오라고…."

#2

말로만 듣던 헤이리를 쫓기지 않는 걸음으로 함께 걸어보고 전시장의 그림 구경도 해보았습니다. 그리고 맛난 곳에서 남이 차려주는 밥상을 받아서 단 둘이서만 마주보며 저녁밥을 먹었습니다. 

늘 아들이 먼저였던 밥상 옆에 아들이 없는 것이 어색하긴 했지만 둘이만 함께하니 마치 연애시절로 되돌아 간 듯 수줍고 아련했습니다. 

"15주년 해외여행 약속도 지키지 못한 이 못난이 남편을 편함없이 사랑해주어서 고마워!"

남편의 미안해하는 마음에 부인이 화답했습니다. 

"당신은 못난이에요. 하지만 제게 '제일 멋진 못난이'에요. 이곳이 해외인걸요. 고마워요."

#3

다음날, 부부가 체크아웃을 위해 내려왔습니다. 저를 보자 남편은 여전히 크고 환한 웃음을 머금은 채 말했습니다. 

"아들 자랑 좀 할게요. 작은 아들이 상을 차려서 형과 함께 저녁을 잘 먹었다고 사진을 찍어 보내주었네요. 그러니 걱정 말고 엄마 아빠, 잘 지내다 오라고…. 떼어놓고 보니 다 컸네요."

집에 둔 아들이 걱정이었던 부부. 그러나 작은 아들이 차린 저녁상을 사진으로 찍어 보내줌으로서 이 부부를 안심시켰습니다.
 집에 둔 아들이 걱정이었던 부부. 그러나 작은 아들이 차린 저녁상을 사진으로 찍어 보내줌으로서 이 부부를 안심시켰습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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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보여주는 스마트폰의 카톡 화면에는 작은 아들과 주고받은 대화도 적혀있었습니다. 남편의 스마트폰에 부인은 이름대신 '애인'으로 입력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카톡의 대화가 이 가정의 행복을 증언합니다.
 카톡의 대화가 이 가정의 행복을 증언합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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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 : "소박하지만 형님이 맛있게 먹어주어서 좋습니다."
애인 : "멋지군! 야~ 우리아들들 대박이야."

전화기의 주인인 남편이 아들을 살짝 시새워하는 마음을 담아 작은 아들에게 보냈습니다.

"야... 김성훈! 아빠 따라하지마... 사진만 넘 멋져..."

비록, 1년을 넘겨 해외여행 약속이 국내로 대체된 결혼 15주년 여행이었지만 이 부부의 금실과 가정의 화목은 어떤 호화해외여행보다도 멋지고 아름다웠습니다.

저는 스마트폰화면의 두 아들과 함께 이 가족의 기념사진을 찍는 것으로 축하의 마음을 보탰습니다. 

스마트폰 화면의 아들과 함께 찍은 가족사진
 스마트폰 화면의 아들과 함께 찍은 가족사진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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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는 해외여행 약속 지키실 거지요?"

문을 나서는 부부에게 물었습니다. 

"물론입니다. 맹세합니다."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태그:#결혼기념일, #부부, #김재명, #이미라, #헤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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