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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국가들의 평균 청소년 자살률은 낮아지는 반면 우리나라 청소년 자살률은 10년간 57%나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OECD 회원국과 비교해도 우리나라 청소년 자살의 증가세는 두드러진다. OECD 31개 회원국의 아동청소년(10~24세) 자살률은 2000년 7.7명에서 2010년 6.5명으로 감소했지만 우리나라는 6.4명에서 9.4명으로 46.9% 증가해, 10년 만에 순위가 18위에서 5위로 뛰어올랐다. 증가율로는 칠레(52.9%)에 이어 두 번째다.
▲ 연도별 학생 자살 현황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국가들의 평균 청소년 자살률은 낮아지는 반면 우리나라 청소년 자살률은 10년간 57%나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OECD 회원국과 비교해도 우리나라 청소년 자살의 증가세는 두드러진다. OECD 31개 회원국의 아동청소년(10~24세) 자살률은 2000년 7.7명에서 2010년 6.5명으로 감소했지만 우리나라는 6.4명에서 9.4명으로 46.9% 증가해, 10년 만에 순위가 18위에서 5위로 뛰어올랐다. 증가율로는 칠레(52.9%)에 이어 두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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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년간 서울에서만 125명이 넘는 학생이 목숨을 스스로 끊었다. 그럼에도 누구 하나 정확한 원인 진단 및 근본적인 처방도 내놓지 않고 있다. 참으로 이상한 나라다.

만약 이 학생들이 대한민국이 아닌 행복한, 아니 정상적인 교육시스템이 작동되는 나라에서 태어났더라면 죽었겠는가? 경쟁 만능의 사회, 그리고 교육이 아니었다면 과연 스스로 꽃다운 목숨을 끊었겠는가?

알고 보면 우리나라에서 어린 학생들은 이중적 약자이다. 수직적이고 권위적인 우리 사회에서 단지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무시당하기 일쑤이고, 엄연히 대한민국 국민임에도 투표권이 없다는 이유로 정치권도 큰 관심을 갖지 않아 사실상 사각지대다. 정치인들이 경로당은 열심히 찾아다녀도 학생 행사에는 거의 참여하지 않는 것은 학생은 유권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으로 받은 최근 2년 반 동안의 자료를 분석해 본 결과, 학생 수의 감소로 인해 '학교수업중단 학생 수'와 '학급당 학생 수'는 점차 감소하고 있었다. 하지만 매년 무려 1만 6천 명 이상의 학생이 학교를 중도에서 그만두고 있었고, 2013년 1학기에만 6661명의 학생이 학교수업을 중단하고 학교 밖을 선택했다('학업중단자'라는 말은 쓰지 않는 게 좋을 듯: 학교를 그만두었다고 하여 학업을 중단한 것은 아니라는 학교 밖 청소년들의 목소리가 일리 있다 여겨짐. '학교수업중단자'라고 쓰는 것이 좋겠다고 여겨짐-필자주).

'학교수업중단률'과 '자살한 학생 수'는 고학년으로 갈수록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또한, 최근 2년 반 동안 50명의 학생이 자살이라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최근 2년 반 동안 학교급별 학교를 그만 둔 학생과 자살한 학생 수.
 최근 2년 반 동안 학교급별 학교를 그만 둔 학생과 자살한 학생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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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월부터 2013년 8월까지 서울에서 자살한 학생들(125명)의 원인을 살펴보면 (통계에 잡히지 않는 학교 밖 청소년들까지 포함하면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정불화 및 가정문제 :31명(24/8%) ▲우울증 및 염세비관: 21명(16.8%) ▲성적불량 및 성적문제: 14명(11.2%) ▲신체결함 및 질병: 3명(2.4%) ▲이성문제: 2명(1.6%) ▲기타: 54명(43.2%) 이었다.

하지만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사회조사보고서'에 따르면 20세 이상 성인은 자살충동 이유로 ▲경제적 어려움(42.6%) ▲질환·장애(14.4%) ▲외로움·고독(13.2%)을 꼽았지만, 청소년(13~19세)은 ▲성적 및 진학문제(39.2%) ▲가정불화(16.9%) ▲경제적 어려움(16.7%) ▲외로움·고독(12.5%) 순이었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에서 발표한 통계와 통계청의 자살 원인은 사뭇 다르다. 서울시교육청이 원인 분석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경쟁위주의 사회로 내몰리다 보니 가정·가족 해체도 심각

우리 사회가 지나치게 경쟁사회이다보니 가정도 예외일 수 없다. 핵가족화에 이어, 설상가상으로 집값과 교육비 부담까지 커 맞벌이 부부가 점점 늘고 있다. 사실상 집은 거의 잠만 자는 공간으로 심각한 '가정 해체, 가족 해체'로 내몰리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가정에서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있고, 공교육 위기로 학교마저 제 기능을 못하자, 상급학교로 갈수록 학교를 그만두는 학생들도 크게 늘어나고 자살하는 학생도 늘어나고 있다.

또한, 학군별로 구분해서 봤을 때 교육열이 높은 강남과 목동지역은 학급 수에 비해 학생 수가 많아서 학급당 학생 수의 비율이 높았다. 자살한 학생 수 또한 각각 10명과 8명으로 가장 많았다. 그 밖에도 동부지역이 자살한 학생 수가 7명으로 높은 편이었다.

'학교수업중단률'을 봤을 때, 강남지역은 최근 2년 반 동안 8390명 학생이 학교를 그만두어,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행복한 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우리나라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행복하지 않다고 대책을 세워달라고 어린 목숨을 끊어가면서 호소하고 있다. 단지 대한민국에 태어났다는 이유로 왜 공부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세계 최고의 학습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 최근 2년반 동안 구청별 학업중단 학생과 자살한 학생 수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행복한 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우리나라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행복하지 않다고 대책을 세워달라고 어린 목숨을 끊어가면서 호소하고 있다. 단지 대한민국에 태어났다는 이유로 왜 공부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세계 최고의 학습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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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을 더 세분화하여 봤을 때, ▲노원구 ▲송파구 ▲양천구 ▲강남구 ▲서초구 ▲광진구가 학급당 학생 수가 높았다. 강남구와 서초구는 '학교수업중단률'이 다른 구에 비해 높았으며, 양천구와 강남구에서 자살한 학생 수가 높게 나타났다.

지역을 더 세분화하여 봤을 때 ▲노원구 ▲송파구 ▲양천구 ▲강남구 ▲서초구 ▲광진구가 학급당 학생 수가 높았다. 강남구와 서초구는 학교수업중단률이 다른 구에 비해 높았으며, 양천구와 강남구에서 자살한 학생 수가 높게 나타났다.
▲ 최근 2년 반 동안 학군별 학교수업중단 학생과 자살한 학생 수 지역을 더 세분화하여 봤을 때 ▲노원구 ▲송파구 ▲양천구 ▲강남구 ▲서초구 ▲광진구가 학급당 학생 수가 높았다. 강남구와 서초구는 학교수업중단률이 다른 구에 비해 높았으며, 양천구와 강남구에서 자살한 학생 수가 높게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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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경쟁교육, 이제는 핀란드식 협력교육으로...

현재 우리나라 교육은 소모적인 입시 경쟁 교육을 통한 상급 학교 진학 대비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창의성을 기르기보다는 지식을 반복적으로 암기하는 교육이다. 엄밀히 말하면 '교육'은 없고 '학습'만 있을 뿐이다.

학생은 학교와 '제 2의 학교'인 학원(사교육 기관)을 오가며 핀란드 학생의 1.7배에 이르는 하루 10시간 이상의 소모적이고 비교육적인, 아니 살인적인 학습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한 아이를 대학까지 졸업시키는데 교육비가 3억 원이나 든다고 한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부러워할 만큼, 이 정도의 교육열과 교육에 대한 투자라면 노벨상 우리가 다 휩쓸어야한다. 그런데 왜 우리는 노벨상 하나를 못 타고 있는가? 한국 교육은 현재 필요 이상으로 경쟁하고 있다. 이것은 고비용 저효율 다시 말해 비생산적, 소모적이고, 국가적으로도 엄청난 낭비고 손실이다.

학교가 하나같이 점점 입시학원처럼 기형화되어 가고 있다. 경쟁으로 성적만 강조하다보니 사고력, 창의성 교육, 인성교육은 사라지고 "입시위주의 선행학습과 반복학습의 연속"만 있을 뿐이다. 그렇다보니 우스갯소리로 공부 잘 하는 아이는 수능시험 보고 잊어버리고, 공부 못하는 아이는 수능시험 보기 전에 잊어버린다는 말까지 나돈다.

세계적 통계지표를 보면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이 그대로 드러난다. '지적 역량'은 비교대상 36개국 중 2위이나 흥미도는 최저 수준이다. 또, 자기주도 학습능력도 58/65국 순위에 머물고 있다. 특히 심각한 것은 '사회적 상호작용 역량에선 36개국 중 35위이며 관계지향성' 영역에서 48.3점을 받아 최저점으로 인도네시아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또한 우리나라 중·고교생 중에 17%가 우울 증세를 보이고 있고, OECD 국가 중에 햇볕을 쪼이는 양과 운동량, 수면양, 모유 수유율 등은 가장 적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국가들의 평균 청소년 자살률은 낮아지는 반면 우리나라 청소년 자살률은 10년간 57%나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OECD 회원국과 비교해도 우리나라 청소년 자살의 증가세는 두드러진다. OECD 31개 회원국의 아동청소년(10~24세) 자살률은 2000년 7.7명에서 2010년 6.5명으로 감소했지만, 우리나라는 6.4명에서 9.4명으로 46.9% 증가해, 10년 만에 순위가 18위에서 5위로 뛰어올랐다. 증가율로는 칠레(52.9%)에 이어 두 번째다.

하루라도 빨리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하여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처럼 행복한 교육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또는 국민적인 차원에서 경쟁사회를 협력사회로 전환해야 하고, 학교가 학원이 아닌 학교다운 본 모습을 찾도록 해야 한다. 오로지 일류대, 명문대에 가기 위해서는 12년 동안 행복을 포기하고, 우정도 건강도 학창시절의 추억까지 모두 접으라고 강요하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교육이 아니라 사육이다.

또한 일부 선진국처럼 투표연령을 낮춰서라도 학생들의 목소리를 이제는 들어야 한다. 아울러 학교 밖 청소년들에 대해서도 국가적인 차원에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엄격한 의미에서 2세 교육은 가정의 몫과 책임이 아니라 국가의 몫이고 책임이기 때문이다.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처럼 우리나라도 교육만큼은 국가가 책임진다는 발상과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

"배를 만들고 싶다면 사람들에게 목재를 가져오게 하거나 일을 지시하거나 일감을 나눠주는 일을 하지마라. 대신 저 넓고 끝없는 바다에 대한 동경심을 키워줘라." -생땍쥐베리-

덧붙이는 글 | 김형태 시민기자는 현재 서울시 교육의원입니다. 이와 유사한 글을 시의회 공보실에도 보냈습니다.



태그:#학교수업중단자, #학생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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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포럼 <교육을바꾸는새힘>,<학교안전정책포럼> 대표(제8대 서울시 교육의원/전 서울학교안전공제회 이사장) "교육 때문에 고통스러운 대한민국을, 교육 덕분에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만들어가요!" * 기사 제보 : riulkht@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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