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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가 다시 현장으로 달려갑니다. 기존 지역투어를 발전시킨 '2013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전국투어'가 4월부터 시작됐습니다. 올해 전국투어에서는 '재야의 고수'와 함께 지역 기획기사를 더욱 강화했습니다. 시민-상근기자의 공동 작품은 물론이고, 각 지역에서 오랫동안 삶의 문제를 고민한 시민단체 활동가와 전문가들의 기사도 선보입니다. 10월 <오마이뉴스> 전국투어가 찾아가는 지역은 제주도입니다. [편집자말]
천혜향은 일본에서 수입된 '세토카' 나무에 열린 과일을 국내에 출하할 때 부여하는 상품명이다. 즙이 풍부하고 맛과 향이 좋아서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과일이다.
 천혜향은 일본에서 수입된 '세토카' 나무에 열린 과일을 국내에 출하할 때 부여하는 상품명이다. 즙이 풍부하고 맛과 향이 좋아서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과일이다.
ⓒ 장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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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 살겠다며 섬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제주도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이후 제주도의 인구 증가 속도가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금년 8월에 인구가 60만 명을 넘어섰다. 제주도를 인생을 새롭게 시작할 기회의 땅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증거다.

제주에 유입된 사람들 중 일부는 자연에 묻혀 농사를 지으며 여유롭게 살겠다는 꿈을 꾼다. 그들이 실직 걱정을 안 하면서 자신의 농사에 몰입할 수 있으면 좋겠다. 안정된 수입을 유지하면서 자녀들 공부에 결혼까지 시킬 수 있으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을 것이다. 귀농을 준비하는 많은 이들이 꿈꾸는 일인데, 물론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이 꿈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걸 보여주는 농부들도 있다. 토박이 농부 김석대(65)씨는 천혜향을 재배하면서 제주도가 기회의 섬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증명해보인 농사의 장인이다.

천혜향의 멘토로 통하는 장인 농부

천혜향은 일본의 '세토카' 품종을 제주에서 재배해 그 과실을 출하할 때 붙이는 상품명이다. 세토카는 일본 과수연구소에서 청견(Kiyomi)과 앙코르(Encore)의 교잡 과실에 머코트(Murcott)를 교잡하여 육성한 감귤류 품종이다. 과즙이 많고 맛과 향이 독특해 일본에서도 매우 인기 있는 품종인데, 지난 2000년 전후로 제주도에서 본격적으로 재배하기 시작했다.

김석대씨는 세토카가 제주도에 도입되던 시기에 천혜향 재배를 시작했는데, 과실을 거두기 시작한 이래 한 차례의 실패도 없이 해마다 높은 소득을 올렸다. 그래서 그가 사는 남원읍 일대에서는 천혜향 멘토로 통한다.

물론 그에게도 시련의 시기는 있었다. 1980년대 말 바나나 농사가 한창 붐이 일었을 때 막차로 합류했던 탓이다. 그 바나나에서 실패를 맛본 후 그는 몇 해 동안 '조생 온주밀감'을 재배하면서 부업으로 틈틈이 접목 일을 다녔다. 그러다가 1998년에 남의 과수원에서 우연히 천혜향을 접했다. 그 운명적인 만남을 계기로 김석대씨 농사 인생은 새로운 도약을 맞았다.

김석대씨는 남원읍 신례리에서 천혜향을 재배한다.
 김석대씨는 남원읍 신례리에서 천혜향을 재배한다.
ⓒ 장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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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에 천혜향 접순을 1kg당 50만원에 구입해서 800평 조생귤 나뭇가지에 접목했다. 접목한 가지를 잘 키워서 2000년에 처음으로 과실을 수확을 했는데, 첫해 가격이 1kg당 8000원을 호가했다. 수확량이 대략 8000kg 정도였으니 첫 해부터 6천만 원이 넘는 수입을 올렸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천혜향 재배에 뛰어들자 공급량이 급증해 가격이 떨어졌다. 다행히 그다음 천혜향의 맛이 널리 알려지면서 수요가 늘어나자 가격이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네를 타던 천혜향 가격은 최근 몇 년 동안 1kg당 5000원 이상으로 안정화됐다.

김석대씨는 "천혜향의 장점은 다수확성에 있다"고 말했다. 하우스 재배의 경우 수확량이 평당 15kg에서 18kg에 이르러 평당 수입이 해마다 8만원에서 10만원에 육박한다고 말한다. 비닐하우스 1000평을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올해 천혜향 농사로 거둔 매출이 8000만원에 이르고 지출은 연료비와 비닐하우스 보수비 인건비 등을 합해 2000만 원 정도다. 1000평 농사에 순수익이 6000만 원 이니 농사치고는 높은 소득이다..

그는 현재 천혜향 비닐하우스 3000평에서 연간 2억 가까운 수익을 올린다. 그동안 부인 강일선(63)씨와 농사일을 함께 했는데, 최근에는 축협을 다니던 장남 수민(35)씨가 직장을 그만두고 아버지의 일을 거들고 있다. 아들이 농사를 배우면서 부모의 일을 돕는 동안 연봉 3000만원을 주기로 계약한 상태다. 김석대씨는 "수민이가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고, 아버지가 천혜향 농사로 고수입을 올리는 것을 보니 굳이 직장을 다니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면서 "아들이 선택을 잘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천혜향 재배가 쉬운 것만은 아니다. 김석대씨의 말이다.

"우선 나무에 가시가 있어서 작업에 어려움이 있는데, 다행히도 나무가 크게 자라면 가시는 약해진다. 그리고 새순이 날 때 나무가 무척 예민해서 농약의 부작용이 생기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피하기 위해서 가급적이면 친환경 영양제를 사용해서 나무의 기력을 보충해줘야 한다. 그리고 과일의 껍질이 약해서 수확한 열매가 오래 저장이 안 되는 점도 염두에 둬야한다."

김석대씨는 만감(滿柑)재배의 성공여부를 결정하는 관건은 해거리(나무가 열매를 맺고 나면 체력이 약해져 이듬해에 열매 맺기를 포기하는 현상)를 방지하는데 있다고 강조했다. 해거리 방지를 위해 보조가온(온도를 더해주는 일)도 해주고, 적과(열매솎기)도 하고, 수확시기도 앞당겨야 한다는 것.

귀농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주는 충고

천혜향이 나무에서 자라는 모습.
 천혜향이 나무에서 자라는 모습.
ⓒ 장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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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해마다 3월 10일이 되면 가온을 시작해서 4월말에 개화를 시킨 후, 이듬해 1월 10일경에 천혜향 열매를 처음으로 수확한다. 수확시기를 1월로 앞당기면 한미FTA에 따라 보호관세 적용을 받기 때문에 미국산 오렌지가 대량 수입되는 시기를 피할 수 있고, 설 대목 특수도 누릴 수 있다. 게다가 수확이후 꽃이 필 때까지 나무가 충분히 수세를 회복할 수 있어서 해거리를 피할 수도 있다.

김석대씨는 관내에서 가장 앞장서서 천혜향을 도입했다. 김석대씨가 천혜향 재배를 통해 높은 수익을 올린다는 소문이 일자 그의 과원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천혜향 재배에 필요한 정보와 기술을 얻기 위함인데, 찾아오는 이들 중에는 농사에 경험이 적은 이들도 있다.

이에 대해 김석대씨는 "귀농해서 농사 경험이 부족한 사람이라면 일단 노지귤 재배를 통해 몇 해 동안 농사를 경험해보고 난 이후에라야 만감류 재배에 도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제주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는 신이민자들이 귀담아 들을 말이다.


태그:#천혜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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