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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남 예산의 저푸른 김장 배추밭입니다.
 충남 예산의 저푸른 김장 배추밭입니다.
ⓒ 강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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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이 참 좋은 이유는 눈앞에 펼쳐지는 푸른 들판과 황금들녘, 빨간 사과가 익어가는 풍경이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농산물을 직접 재배하고 수확하는 기쁨을 누릴 수가 있어요. 맑고 깨끗한 공기와 자연이 주는 음이온을 느낄 수가 있어요. 이 아름다운 현장을 지키고 가꾸어 가고 싶습니다.

가을이 무르익어가는 계절에 농촌의 가을을 만나러 갔습니다. 겨울 김장을 대비해 자라나는 배추밭이 끝없이 펼쳐지는데요. 충남 예산은 넓은 평야의 곡창지대로 낮은 구릉과 평야가 있습니다.

저 하늘의 구름 사이로 내리비치는 햇빛이 너무 아름다워 놓칠 수가 없었어요. 농촌에 살다가 보면 햇볕과 적당한 비를 내려주는 자연에 감사하는 마음이 생깁니다. 눈부신 가을 오후의 햇살 아래에서 무럭무럭 자라는 배추가 서민들에게는 겨울 김장이 되고 농부에게는 기쁨 가득 환한 얼굴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곳의 채소나 과일이 맛있는 이유는 토질이 황토라 그렇다는데요. 무엇보다도 새벽에 동이 트기가 무섭게 부지런히 일하는 이곳 분들의 정성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사과 농장에서 사과를 수확하던 노인들이 점심식사를 하러 재빨리 걸어가는 뒷모습이 보입니다. 이곳에서는 일을 하는 칠십 팔십 된 분들께 할머니라는 호칭 대신 아주머니라고 부릅니다. 노인도 젊은 사람 못지않게 농장에서 일을 하고 일당도 같이 받으니까요. 농촌은 나이 들어도 몸과 마음이 건강하면 삶을 의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랍니다.

 벼를 베는 콤바인입니다.
 벼를 베는 콤바인입니다.
ⓒ 강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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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들판 위로 콤바인 한 대가 지나갑니다. 이곳은 지금 벼 베기가 한창입니다. 콤바인 한 대로 하루에 5000평 정도의 벼를 혼자서 벨 수 있다고 하네요.

오래 전 아산만 방죽이 생기기 전에는 동네 옆으로 바닷물이 들어와 새우잡이 배가 들어 왔다고 합니다. 소금기가 있는 바닷물 때문에 쌀이 맛있다고 소문나서 당시의 서울의 부자동네였던 계동에서 이곳 쌀을 가져다가 먹었고 그 사람들이 이 마을을 자기 동네 계(桂)자와 동일하게 계촌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하네요.

콤바인이 지나가면 벼는 자리에 눕고 탈곡이 되어 그 자리에서 큰 마대자루에 알곡을 모읍니다. 이 일은 기계가 해냅니다. 예전에는 마당에서 벼를 햇볕에 말리기도 했는데요. 지금은 기계로 벼를 말리는 농가가 대부분입니다. 논에서 탈곡한 벼를 건조기에 옮겨서 기계로 벼를 말립니다. 간혹 마당에서 재래식 방법으로 벼를 말리는 농가도 있어요. 가끔 저기 나무 밀기로 저어주며 햇볕에 벼를 말리는 모습도 보입니다.

 예산의 사과농원입니다.
 예산의 사과농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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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충남 예산에는 추석 때 수확한 홍로에 이어 부사가 익어가고 있어요. 여름내 흘린 농부의 땀방울이 열매로 맺혀가고 있네요. 부사는 서리가 맞은 다음에 수확해야 당도가 최고라고 합니다.

햇살에 붉은 빛을 토해내며 반짝이는 애기 사과는 술을 담그거나 효소용으로 사용하며 관상용으로도 아름다워요. 애기 사과는 항산화제인 플라보노이드를 함유하고 있어서 혈압과 콜레스테롤 예방에 좋다고 합니다.

 아주까리 잎사귀와 씨앗을 따는 노인
 아주까리 잎사귀와 씨앗을 따는 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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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 대보름에 귀한 나물 재료로 사용되는 아주까리 나무입니다. 피마자라고도 부르는데요. 지금 한창 꽃을 피우며 씨앗을 맺어가고 있어요. 아주까리의 연한 잎사귀를 따서 줄에 엮어서 그늘에 매달아 두었다가 갖은 양념해 볶아 먹습니다. 아니면 푹 삶아서 입맛 없을때 쌈밥을 해먹기도 합니다.

저기 주홍색 꽃이 피는 옆에 연한 잎사귀를 따서 삶아서 말리세요. 우측에는 피마자 씨앗이 영글어 가는 모습입니다. 이 씨앗은 잘 보관해 두었다가 내년 봄에 흙에 심거나 변비가 심할 때 사용합니다.

 애기사과, 벌개미취꽃 무리, 고개숙인 해바라기, 농부가 베어 누인 들깨가 있어요.
 애기사과, 벌개미취꽃 무리, 고개숙인 해바라기, 농부가 베어 누인 들깨가 있어요.
ⓒ 강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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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개미취가 군락을 이루어 피는 곳에 나비가 잠시 쉬어가는 풍경이 있는 곳입니다. 벌개미취 꽃은 향기가 좋은 아침에 채취해서 살짝 삶아 말렸다가 꽃차로 즐기고 뿌리와 줄기는 말려서 달여 마시면 기침, 천식에 좋다고 합니다.

환하게 웃던 해바라기가 드디어 씨앗을 맺으며 무게를 지탱하기 위해 고개를 숙이네요. 속이 찰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진리를 자연 속의 한낱 식물에서 배웁니다.

해바라기 씨앗의 셀레늄 성분은 암세포 확산을 막아주고 마그네슘은 고혈압을 예방한다고 합니다. 특히 혈액 순환 질병에 좋고 무기질과 비타민B 복합체가 풍부해 고혈압이나 신경과민에 좋다고 하네요. 올해는 해바라기 씨앗으로 기름을 짜볼까 합니다.

농부가 낫으로 베어 놓은 들깨가 가을 바람에 말라가고 있어요. 들깨 타작하러 친정에 온 딸도 보이고, 오손도손 가족이 함께 모여 농산물을 거두는 농촌의 풍경이 정답기만 하네요.

들깨는 줄기째 낫으로 베어 햇볕에 며칠 말렸다가 막대기로 털어서 키질을 한 다음에 물에 씻어 말린 다음 방앗간에 가서 들기름을 짭니다. 더러는 들깻가루를 내어 음식에 넣어 먹기도 하는데요. 머잖아 동네 방앗간에서는 들기름 짜는 냄새가 진동할 겁니다.

들깨는 불포화 지방산을 함유해 성인병 예방과 피부와 뇌에 좋다고 하네요. 들기름에는 리놀렌산이 있어 기미와 주근깨,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어 동맥경화, 고혈압 예방에 좋다고 합니다. 조혈작용으로 진혈 예방과 신장의 기운을 북돋아 검은 머리 유지에 좋습니다.

 올해 시골집에서 수확한 녹두콩, 붉은 팥, 동부콩, 검정 팥 입니다.
 올해 시골집에서 수확한 녹두콩, 붉은 팥, 동부콩, 검정 팥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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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제가 수확한 콩들을 소개 합니다. 콩은 건강한 식생활을 위한 작물로 농촌의 고부가가치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귀촌 후에 일년 내 여러 종류의 콩을 밥에 섞어 먹은 결과 건강한 생활을 하고 있어요. 콩은 종류별로 심는 시기와 거두는 시기가 조금씩 다른데요.

이른 봄에 제일 먼저 심어서 초가을에 수확하는 녹두입니다. 명절에 이 녹두를 불려 믹서로 갈아서 빈대떡을 구워 먹지요. 녹두는 몸 속의 중금속을 해독하고 심신의 안정과 차가운 성질로 열을 내리고 염증성 질환에 좋다고 합니다. 녹두는 껍질이 다른 콩에 비해 두껍고 알갱이가 작아서 수확하기가 조금 어려워요. 그래서 우리 동네 사람들은 집집마다 먹을 적당한 양만 심어서 수확합니다.

팥은 가을 햇살과 바람에 하얀 머리를 벗으면 붉은 알을 토해 냅니다. 팥은 추운 겨울에 늙은 호박과 불린 찹쌀, 서리태콩을 넣고 호박죽과 호박범벅을 만들어 먹지요. 팥은 피부의 주근깨, 기미 등 멜라닌 색소를 감소시키는 미백 효과가 있으며 끓인 물 혹은 볶은 팥으로 팥 차(茶)를 만들어 자주 마시면 체중 관리에 도움을 준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팥은 항당뇨와 항산화 활성이 뛰어나 성인병 예방 등에 효능이 있고 특히 비타민 B1, 단백질, 철분이 많으며 심장, 간, 혈관 등에 지방 축적을 막아주는 기능도 있다고 합니다.

작년에 이웃집에 마실 갔다가 스무 알의 씨앗을 얻어다가 심어서 올해 수확한 검은 팥입니다. 스무 알의 씨앗이 수백 배로 갚았네요. 내년에는 더 많은 흑팥을 수확할 수가 있겠네요. 이렇게 미물의 쥐똥만한 팥이 뿌린 대로 정직하게 거두는 모습을 보니 감동입니다.

요즘 가느다란 가지 끝에 매달린 마른 동부콩을 수확하느라 시골집 여기저기를 돌아다닙니다. 봄에 이곳저곳에 심어 놓은 콩들이 가을에 이렇게 풍성한 보답을 해주는 자연의 경이로움에 감사를 드립니다. 동부콩은 청포묵의 재료가 되고 비타민 B의 복합체인 니코틴산이 다량 함유하여 신장과 위에 좋고 염증성 질염, 방광염, 요실금에 좋다고 합니다.

결명자는 어디서 씨앗이 날아왔는지 매년 씨앗이 떨어져 여기저기에 자라서 노란 꽃을 피우고 씨앗을 맺어요. 이 씨앗을 거두어서 일년 내 끓는 물에 보리차 대신 넣어서 마시면 시력에 좋다고 하네요.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이 보약이고 내가 직접 재배하여 먹을 수 있는 농촌생활이 참 좋습니다.

 벽오동 나무 열매
 벽오동 나무 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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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어르신 집 앞에 서있는 키 큰 벽오동 나무에도 가을이 찾아왔네요. 갈색 마른 꽃잎 사이로 작은 열매가 있어요. 어린 시절에는 바람에 날려 흩어지는 벽오동 꽃잎사귀 속에 붙어 있는 씨앗 속에 고소한 열매를 먹곤 했지요. 집안에 딸이 태어나면 이 벽오동 나무를 심어서 여식이 자라서 시집갈 때 옷장을 만들어 주었다는 옛이야기가 있어요. 줄기나 잎사귀를 약재로도 사용합니다.

가을걷이가 끝난 황량한 들에는 짚들만 남았는데요. 마른 짚은 거두어서 소먹이로 사용하거나 가을에 마늘 심은 후에 겨울에 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덮어 주기도 합니다. 더러는 벼 수확 시에 잘게 썰어서 논에 퇴비로 사용합니다. 농촌이 좋은 또 한가지 이유는 생명을 위한 건강한 먹거리 생산에 직접 참여할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태그:#배추밭, #벼수확, #콤바인, #피마자, #콩수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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