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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들이 울산 동구 회사앞에서 노동권 보장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12년만에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에 민주진영에서 당선되면서 하청노동자들이 힘을 얻을 전망이다.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들이 울산 동구 회사앞에서 노동권 보장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12년만에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에 민주진영에서 당선되면서 하청노동자들이 힘을 얻을 전망이다.
ⓒ 박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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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치러진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 선거에서 소위 민주진영의 정병모 후보가 실리 성향의 김진필 현 노조위원장을 누르고 당선됐다.

현대중공업노조는 18일 새벽 개표 결과를 발표했다. 전체 조합원 1만8048명 중 1만6864명이 투표(투표율 93.4%)해 정병모 후보가 8882표(52.7%)를 얻어 7678표(45.5%)를 얻은 김진필 후보를 꺾었다.

현대중공업 노조 임원 선거에서 민주진영의 당선은 지난 2001년 이후 12년 만이다. 이 때문에 지난 2004년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 박일수 열사의 분신 때 노동계를 외면하고 회사측 입장에 서면서 그해 민주노총으로부터 제명된 현대중공업노조가 다시 민주노총에 복귀할 것인가 여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현대중공업은 소위 실리노조가 장기집권 하는 전후로 19년 동안 무파업 임단협 진행을 했다. 특히 하청노동자가 2만5000여 명(노동계 추산)으로 1만8000명의 정규직보다 많아졌다. 또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현대중공업 내의 산재은폐, 하청노조의 탄압 등이 진행됐다. 이번 민주진영 당선으로 이같은 노동 문제도 해결 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 민주진영 당선이 몰고올 파장은?

지난 1987년 노동자 대투쟁 후 현대중공업 노조는 국내 최고 강성 노조로 꼽혔다. 하지만 지난 2004년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외치며 분신한 박일수 열사 사태에서 반노동자적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민주노총에서 제명됐다.

특히 1987년 노동자 대투쟁 때 현대중공업노조의 핵심이었던 오종쇄 위원장은 해고된 후 15년 만인 지난 2003년 복직해 2007년 17대 노조위원장에 당선된 후 재선하며 노동계의 판도를 흔드는 행보를 이어갔다.

실리노선 행보의 정점은 지난 2009년이었다. 당시 오종쇄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은 "현재 전 세계의 발주량이 100이라면 생산능력은 200인데, 이는 50% 이상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의미"라고 밝혔고, 임단협 교섭권을 회사에 반납하기도 했다.

이후 보수언론과 경제계 그리고 이명박 정부로부터 칭송이 쏟아져 나왔고, 모범으로 삼아야 할 노조로 치켜세워졌다. 하지만 이후 조선경기 불황으로 하청업체 여러 곳이 폐업하고 수천 명이 해고되는 등 하청노동자들이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동안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결성해 권리찾기와 고용안전을 위해 나섰지만 노조 간부들이 잇따라 해고되고 구속되는 등 고초를 겪고 있다.

노동계는 이같은 하청노동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는 현대중공업 노조의 실리노선도 한 몫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 "재벌 왕국 무너뜨린 민주노조 재건"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18일 성명을 내 "죽음의 공장, 재벌의 왕국이 무너졌다"며 "현대중공업 노조가 12년만에 민주노조를 재건했다"고 평했다. 그만큼 이번 민주진영 후보 당선을 극적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민주노총은 "1987년 민주노조를 세우며 노동자대투쟁의 출발이 됐던 현중노조가 2002년 어용노조로 바뀌고, 2004년 박일수 열사 투쟁 후 금속노조(구 금속연맹)에서 제명됐던 어둠의 역사가 끝장났다'며 "현대중공업은 그동안 회사의 폭압적인 노무관리 속에 사내하청노동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산재사망사고가 끊이지 않은 죽음의 공장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12년 동안 노동조합이 제 기능을 잃고 회사의 노무관리부서로 전락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들어왔다"며 "정치적으로는 뉴라이트 계열의 극우보수화로 움직였고, 최대주주 정몽준과 보수정당의 선거에 동원됐다는 의혹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노조임원선거와 대의원 선거기간엔 회사가 노골적으로 부당개입하고 선거결과를 쥐락펴락한다는 제보가 끊이지 않았다"며 "가히 민주노조의 정신과 역행해온 흑역사가 깨지고 민주노조로 제자리를 찾는 중요한 첫 단추를 꿴 것"이라고 환영했다.

그러면서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민주노조를 복원하기 위해 고난의 시간을 견뎌온 현대중공업의 제 민주세력에게 경의를 표한다"며 "아울러 현중노조의 조합원들이 새로운 희망의 선택을 했다는 것에 박수를 보낸다"고 밝혔다.

이어 "단절됐던 시간이 길었던 만큼 금세 민주노조운동의 기운이 현장을 감쌀 수 없겠지만 이미 조합원들은 거대한 변화를 선택한 것"이라며 "그 선택을 존중하며 민주노총은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태그:#현대중공업 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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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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