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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를 줄이고 이유식을 시작했다. 아직 입에 맞지 않는지 혀로 밀어낸다.
▲ 미음 시작 우유를 줄이고 이유식을 시작했다. 아직 입에 맞지 않는지 혀로 밀어낸다.
ⓒ 문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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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은 손녀딸 은우 이유식을 시작한 날이다. 보통 아이들은 생후 6개월부터 이유식을 시작한다. 은우는 조금 늦었다. 모유를 2개월밖에 먹이지 못한 엄마의 미안함(?) 때문에…. 쌀로 미음을 만들어 2~3스푼 정도 입에 떠 먹였다. 맛이 다른 모양이다. 혀를 내밀어 밖으로 밀어낸다. 아주 연하게 만든 쌀미음은 알레르기도 없고 소화가 잘 되어 첫 이유식으로 적합하다.

은우가 또 뒤집었다. 이제 뒤집기는 기본이다. 잠깐 한 눈을 팔면 뒤집어서 끙끙거린다.  아직은 아기태를 덜 벗었다. 얼굴에 살이 토실토실하고 손발이 눈처럼 하얗다. 무균 상태다. 면역이 약해 건강에 유의해야 한다. 근 4주일을 감기에 시달렸다. 코밑이 헐고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좀처럼 열이 내리지 않는다.

근 4주동안은 감기때문에 고생을 했다.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고, 아직도 아물지 않았다.
▲ 은우가 감기에 걸렸다. 근 4주동안은 감기때문에 고생을 했다.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고, 아직도 아물지 않았다.
ⓒ 문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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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나 애 엄마는 은우가 홀쭉해졌다고 걱정이다.  감기 바이러스가 엄마, 아빠, 하은이, 할머니 등 모두에게 전염되었다. 온 가족이 감기에 걸렸다. 감기 동아리라도 하는 것처럼.  감기에 시달리는 은우를 보면 마음이 아프다. 열 때문에 밤에 잠을 자지 못한다. 코가 막혀서 우유를 빨아 마시지 못한다.

딸은 고민이 많다. 언니인 하은이도 제대로 보살피지 못하고 은우가 아파서 힘들어 하는 것을 보면서 가슴이 아픈 모양이다. 직장을 당분간 그만두면 어떨까 하고 망설인다. 워킹 맘들의 공통된 걱정거리고 고민이다.

은우가 잠이 들었다. 아이들의 잠자는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고 했던가. 어젯밤 못잔 잠을 낮에야 보충하나 보다. 종일 잠을 자더니 부시시 일어나 할아버지를 빤히 들여다본다. 까만 호수 같은 눈으로….  눈을 마주치자  손과 발을 흔들며 빙긋이 웃는다. 공중으로 발길질을 한다. 온몸으로 인사를 한다. 사람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할아버지 은우 코 닦아줬어요. 저 착한 일 했지요? 선생님에게 자랑할 거예요."

하은이가 동생 은우 코를 손으로 닦아주고 한 말이다. 화장지를 쓰면 코가 빨개진다는 엄마 말을 기억하고 있나 보다. 유치원에 다녀온 하은이가 은우를 안고 얼굴을 비벼댄다. 안아 주겠다고 나선다. 장난감을 주면서 갖고 놀아도 좋다고 후하게 인심을 쓴다. 언니도 동생 은우를 인정하기 시작했다. 내년에는 놀이터에 같이 가자고 귀에다 속삭인다.

콩이(하은)를 돌본 지 4년이 지났다. 네 살부터는 어린이집에 보내고 낮에는 콩콩이(은우)를 돌본다. 주위에서는 아이 돌보는 것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동정어린 시선이다.  아무리 주위의 시선을 개의치 않는다지만 조금은 불편할 때가 있다. 아이 돌보는 것이 노후생활에 방해가 된다는 시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많아서다.

그러나 아이들의 눈을 보면 절로 힘이 생긴다. 표현은 못하지만 손과 발을 흔들며 반가워하는 은우를 보면 되레 고맙기까지 하다.


태그:#유은우, #육아, #손녀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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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며 삶의 의욕을 찾습니다. 산과 환경에 대하여도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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