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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에서 국정원 심리전단 소속 직원들의 선거개입 활동을 보도하는 11월 21일자 <뉴욕타임스>
 지난 대선에서 국정원 심리전단 소속 직원들의 선거개입 활동을 보도하는 11월 21일자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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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여표 차이로 지난 대선에서 승리한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이 국정원 대선개입을 지시한 적도 없고, 그것으로부터 어떠한 도움을 받은 적도 없다'고 말했다.
– <뉴욕타임스> 11월 21일자 기사 중

<뉴욕타임스>가 21일 '한국 선거판을 뒤흔든 검찰의 발표(Prosecutors Detail Bid to Sway South Korean Election)'라는 제목의 분석기사를 게재했다. 검찰이 제2차 공소장 변경을 신청하면서 발표한 내용을 인용하는 기사다. 그런데 특이하게 지난 해 12월에 있었던 '국정원 여직원' 사건에 초점을 맞춰 자세히 리뷰하고 있다. 그 리뷰 중에는 국정원 여직원 사건을 적절히 활용한 당시 박근혜 후보 얘기도 등장한다. 이날 보도한 기사의 글자수 6000자, A4 3장 분량의 장문이다.

'도움 받은 적 없다', <뉴욕타임스> 보도는?

검찰의 발표를 충실히 전달한 후 뉴욕타임스 기사는 지난 대선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신문은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이 처음 제기된 때는 지난 대선 기간 중, 야당의원들과 선관위 직원들이 문을 걸어 잠그고(female intelligence agent had locked herself in) 있는 국정원 여직원에게 불법 선거개입 행위를 했는지 묻는 질문에 대답을 거부하던 그 시점"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신문은 대선 투표 3일 전, 수서경찰서에서 야당의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에 대해 '근거없다'고 발표했다고 전한 뒤 박근혜 대통령의 관련 발언을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마지막 대선후보 TV 토론에서 박근혜 후보는 민주당의 행위가 국정원 여직원에 대한 심한 학대(harassment)에 해당한다면서 상대인 문재인 후보를 맹렬하게(excoriated) 비난했다"고 전했다. 이어 "박근혜 후보의 승리 이후에도 스캔들은 끝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에게 한국의 지난 대선이란?

<뉴욕타임스>는 외신으로는 드물게 국정원 사건을 꾸준히 보도하고 있다. 지난 4월 18일에는 <한국 국정원 직원들, 선거개입으로 기소되다(South Korean Intelligence Officers Are Accused of Political Meddling)> 기사에서 "경찰은 선거 3일 전에는 '증거가 없다'고 발표했지만 그 이후에 그 여직원은 16개 ID를 이용해 문재인 후보에게 불리한 댓글을 달았고 여전히 다른 요원이나, 조력자가 있을 거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6월 11일에는 <선거개입으로 전 국정원장 기소되다(South Korean Ex-Official Accused of Interfering in Election)> 제목의 기사에서 "아직까지는 근소한 차이로 승리한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기관 선거개입과) 관련이 있다는 아무런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국가기관의 선거개입이 존재했는지, 있었다면 어느 정도로 개입했는지, (만일 개입이 있었다면) 그것이 선거에 어느 정도로 영향을 미쳤는지 분명치 않다. 하지만 국정원장 기소 발표로 지난 대선에서 국정원이 박근혜 후보 당선을 위해 개입했을 것이라는 야당의 오랜 의심에 힘을 실어줬다"고 보도했다.

이어 10월 22일 22일 <뉴욕타임스>는 <검찰, 사이버사령부 압수수색하다 (Investigators Raid Agency of Military in South Korea)>는 제목의 기사에서 요원들에게 선거개입을 지시한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수사 축소은폐를 지시한 김용판 경찰청장 기소 사실 등을 보도하며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후 국정원 스캔들로 한국정치가 마비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신문은 국정감사에서 외압을 폭로한 윤석열 여주지청장을 언급하며 "윤 지청장은 지난 주 3명의 국정원 직원을 구속하고 자택을 압수수색한 후 수사팀에서 배제되었다. 그는 수사팀이 국정원의 온라인 비방 캠페인에 대한 더 많은 증거를 확보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11월 21일 <뉴욕타임스>는 "목요일 한국 검찰은 국정원 직원들이 26,500여 개의 트윗 메시지를 특별한 프로그램을 이용해 대량 리트윗하여 결과적으로 120만여 건으로 확대하여 유포한 내용을 파악했다고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가 중시한 작년 12월 16~17일 무슨 일 있었나?

<뉴욕타임스>가 중시한 지난 해 마지막 대선후보 TV 토론 시기로 돌아가 보자. 박근혜 후보는 사활을 걸다시피 '국정원 여직원' 사건에 매달렸다. 신중한 것으로 알려진 평소 태도와는 달리 "성폭행범들이나 사용하는 방법" 등 과격한 표현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선거가 끝난 한참 후에야 공개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 대표가 공개한 지난 대선 여론추이에는 흥미로운 대목이 있다. 12월 중순으로 접어들면서 문재인 후보가 유리한 형국이었다. 12월 10일 5% 박근혜 우세에서 15일에는 0.3%의 초박빙으로, 그리고 드디어 16일에는 문재인 후보가 0.5% 역전하는 '골든크로스' 현상이 발생했다. 지지율 흐름만 놓고 봤을 때 문재인은 상승세였다. 마지막 TV토론은 바로 '골든크로스' 현상이 발생한 날 저녁 때 열렸다. 

초조한 박근혜 후보는 문재인 후보에게 "인권변호사인데 28세 여성을 40여시간 감금하고, 인권을 침해했다. 사과할 의향은 없느냐"고 물었다. 문 후보는 "경찰에서 현재 수사 중인 사건인데 '감금, 인권침해'등 발언을 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맞섰다. 토론회는 법률가인 문 후보의 우세승으로 끝나는 듯했다.

16일 밤 11시 수서경찰서의 중간수사결과 브리핑을 1면으로 보도하는 조선일보
▲ 17일자 조선일보 1면 16일 밤 11시 수서경찰서의 중간수사결과 브리핑을 1면으로 보도하는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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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17일자
 중앙일보 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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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불과 1시간 후인 늦은 밤 11시. 수서경찰서에서 전격적으로 중간수사결과 브리핑을 했다. '국정원녀 컴퓨터에서 문 후보 비방글 발견 못해'라는 내용이 공개됐다. 수서경찰서의 밤 11시 서면브리핑은 17일 수도권에 배달되는 조중동 지면에 착실하게 반영되었다. 브리핑의 절묘한 시간대로 이를 반박하거나, 비판하는 민주당의 의견은 지면에 반영되지 못했다.

리얼미터 조사결과 16일 역전한 문재인 후보는 경찰의 중간발표가 있었던 17일에는 재역전을 허용했다. 하루만의 '골든크로스'는 그렇게 끝이 났다.

지난 대선 당시 리얼미터가 조사한 '일일여론조사 추이'. 16일 '골든크로스'는 그러나 17일 재역전되었다.
▲ 경찰의 허위발표가 없었더라면? 지난 대선 당시 리얼미터가 조사한 '일일여론조사 추이'. 16일 '골든크로스'는 그러나 17일 재역전되었다.
ⓒ 리얼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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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개인블로그인 busase.tistory.com에도 게재하였습니다.



태그:#뉴욕타임즈, #국정원녀, #국정원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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