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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의 한 장면
 영화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의 한 장면
ⓒ 곽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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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경찰이셨던 할아버지를 보고 자라서 어릴 적부터 경찰에 대한 동경심이 있었다. 항상 제복을 입고 다니시는 할아버지를 보고 자란 탓에, 한때는 이상형이 제복을 입는 남자이기도 했으니까. 초등학생 때는 단지 경찰 제복과 비슷한 복장을 입는다는 이유로 아람단에 들었고, 아람단 모임이 없는 날에도 단복을 입고 학교에 나가곤 했다. 그렇게 나는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레 경찰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꿈에 한 발짝 더 가까이 가기 위해서 나는 경찰학과로 진학했다. 사실 대학교 입학을 하기 전에는 경찰학과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 선후배 간의 군기가 셀 것 같았고, 법을 배우는 것도 굉장히 딱딱할 것 같았다. 하지만 막상 오리엔테이션을 다녀와보니 술을 강요하는 선배도, 군기를 잡는 선배도 없었고, 오히려 적응을 못 하고 있는 우리를 잘 챙겨주었다. 시간표를 짜는 것도 일일이 도와주면서, 어떤 교수님이 좋은지, 시험은 쉬운지 어려운지 등 옆에서 많은 팁을 주기도 했다.

그렇게 오리엔테이션을 다녀오고 며칠 뒤 입학을 하였다. 고등학교와 다른 방식의 수업에 당황했고, 적응하기도 어려웠다. 그래도 재밌었던 이유는 내가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서 들을 수 있다는 거였다. 정말 하기 싫었던 수학, 과학 대신 수사, 무도 등 배워보고 싶었던 과목을 배우니 수업도 재밌었다.

제일 재밌었던 수업은 '과학수사'였다. 이 강의에서 전국적으로 이슈가 됐었던 한 사건의 기록을 보며 수업한 적이 있었다. 교수님께서 직접 현장 사진을 보여주시며, 사건 설명을 해주셨고 피해자의 모습도 보여주셨다. 물론 얼굴은 모자이크가 돼 있는 상태였지만 나에게는 굉장한 충격이었다. 피해자 모습은 어떠했는지, 두피, 피부 상태도 자세히 보여주었다.

그때 말로만 듣던 '시반'이란 것을 처음 보았다. 시반이란 시체에 있는 얼룩을 말하는데, 시반으로 사망 추정 시각과 사망 당시 자세를 알 수 있다고 한다. 일반 다른 사람들은 쉽게 볼 수 없는 것을 수업을 통해 보게 되어 굉장히 흥미로웠다.

수사 강의실에는 일반 강의실과는 달리 온갖 과학수사에 필요한 장비들이 준비돼 있다. 이 강의의 연장으로 학생회에서 과학수사 경진대회를 열었다. 어떤 사건을 주어주고 그 사건을 해결하게 하는 대회이다. 과학수사를 하며 현장 지문 검출, 방문자 지문 검출 등 정말 실제처럼 수사를 하는 대회인데, 우승하면 졸업시험 면제라는 어마어마한 특혜가 주어졌다. 나는 비록 그동안 참가하진 못했지만 내년에 기회가 된다면 꼭 참여해보고 싶다.

"많은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어요"... 멋진 여자 경찰이 될 겁니다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
ⓒ 안소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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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인기 있는 대회는 무도 경진대회이다. 검도, 유도, 태권도 등 각 운동 종목별로 시합을 해 메달을 나눠주는 대회인데, 특히 동아리들끼리 경쟁이 치열했다. 일정 기간 동안 신청을 받아 신청자들끼리 모여 교수님들의 지도하에 시합을 하게 된다. 종목별로 금, 은, 동메달을 뽑아 교수님이 직접 수여도 해주신다.

아무래도 과가 과이다 보니, 타 동아리에 비해 운동 동아리들이 인기가 많았다. 태권도, 검도, 유도, 주짓수, 경호 동아리 등 여러 가지가 있었다. 나는 그중 유도 동아리에 들었다. 유도는 고등학교 때부터 쭉 배워온 운동이기 때문이다. 동아리에 들어가기 전에 유도 동아리라면 군기가 셀 것 같아 많은 걱정을 했다. 다행히 내 걱정과는 다르게 다른 동아리보다 자유로운 분위기였다.

과 특성상 동기들 대다수가 운동 동아리에 가입했는데, 어떤 동아리에서는 동아리 내에서 커플이 나온다거나 중간에 탈퇴하겠다 하면 엎드려뻗쳐를 시킨 뒤 긴 막대기로 엉덩이를 내려쳤다. 또 다른 동아리에서는 말을 하지 않고 훈련에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선배가 후배의 뺨을 치기도 했다. 그 일이 문제가 되어 그 동아리는 결국 폐부가 됐지만, 당시에 크게 문제가 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충남경찰청, 보호관찰소 등 견학도 자주 다닌다. 직접 부검하는 장면을 보기도 하고, 경찰청에 갔을 땐 경감님께서 직접 안내도 해주셨다. 경감님과 이야기를 나눌 때 한 동기가 "경감님은 교통법규를 잘 지키시나요? 불법 유턴 안 하세요?"라는 질문을 했다. 교수님, 동기들, 경찰청에 계시던 많은 경찰분이 모두 크게 웃으셨다. 경감님께선 "최대한 안 하려고는 해요"라고 하셨다.

많은 얘기를 나누다 경감님은 나에게 "학생은 왜 경찰이 되고 싶어요?"라고 질문하셨다. 그래서 "딱히 어떤 이유 때문은 아니에요. 그냥 많은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경감님께서 웃으시면서 "응원할게요"라고 하셨다. 그 말 한마디가 굉장히 힘이 됐다. 다음에는 경찰 대 경찰로 만나자고 하셨는데, 경감님을 만나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멋진 여자 경찰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덧붙이는 글 | 안소윤 기자는 오마이뉴스 1기 대학통신원입니다.



태그:#경찰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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