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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인권·평화운동가인 서승 교수(일본 리쓰메이칸대학)는 "한국이나 일본에는 '미국과의 군사동맹이 완전한 평화를 가져다 준다'는 신화가 있다"며 "무기만 사들이는 전통적 군사안보는 결코 평화를 보장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특히 "국가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며 "(한국의) 군사작전권을 남한테 주느냐 마느냐를 따지는 것 자체가 이미 주권을 포기한 행위"라고 강조했다.

재일교포 3세 출신인 서승 교수는 1971년 서울대 대학원 유학 당시, '재일교포학생 학원침투 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19년간 투옥됐다. 1990년 석방 후, 일본 리쓰메이칸대학에서 법학 교수로 활동하며 동아시아 인권과 평화 운동에 매진했다. 학술세미나 참석차 방한한 서 교수와 지난 7일 서울 안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제주해군기지, 큰 전쟁에 휘말릴 수 있다"

서승 일본 리쓰메이칸대학 특임교수
 서승 일본 리쓰메이칸대학 특임교수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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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승 교수는 지난 2011년 제1회 '진실의 힘 인권상'을 받았다. 이 상은 국가에 의해 억울한 죄명으로 옥살이를 하고 고문피해를 겪은 생존자들이 만든 '진실의 힘' 재단이 수여하는 상이다. 서 교수는 여기서 받은 상금 전액을 제주해군기지 건설 반대를 위한 '강정 평화기금'으로 내놨다.

이유를 묻자 서 교수는 "상금이 적어서 그랬다"며 웃었다. 서 교수는 제주 강정마을이 동아시아 평화를 위한 상징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강정마을 사람들의 인권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권이란 경찰·군대 등 국가 폭력에 개인이 침해받지 않는 것이다. 강정이 문제인 것은 해군기지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주민 의견과 인권이 철저히 무시됐기 때문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제주 해군기지의 성격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해군은 38선만 우선하면 됐다. 그런데 국토의 최남단에 해군기지를 건설한다고 한다. 가장 불필요한 곳에 해군기지를 건설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 지점이다. 미국의 의도에 맞춰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 잘못하면 큰 전쟁에 휘말려 들 수 있다."

서 교수는 "그럼에도 가장 중요한 문제는 강정마을 사람들의 인권"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강정마을 사람들은 군사기지를 만드는 것을 싫어한다"며 "관광 수입도 있고 잘살고 있는데, 보상금 때문에 왜 군사기지를 옹호하겠느냐"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이어 일본 오키나와 미군기지를 언급했다.

"오키나와에는 술집이 많다. 왜 그런지 알고 있나? 오키나와는 일본 전 영토의 0.3%밖에 안 되지만 일본 내 미군기지의 75%가 밀집된 곳이다. 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잃고 술·도박으로 인생을 탕진한다. 군사기지가 있는 곳에서 아직까지 주민들의 생활이 잘된 예가 없다."

"아베 총리의 돌출행동?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변화에 따른 것"

"미국의 국내외 상황변화가 일본의 우경화를 일정 부분 용인케 했다"
▲ 서승 리쓰메이칸대학 특임교수 "미국의 국내외 상황변화가 일본의 우경화를 일정 부분 용인케 했다"
ⓒ 김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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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승 교수는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변화가 가져올 파급력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미국의 전략변화에 따른 결과가 '제주해군기지 건설'과 '일본의 우경화'를 초래했다는 진단이다. 특히 서 교수는 아베 일본 총리의 우경화 행보에 대해 "아베 총리에게 있어 '돌출행동'이라는 표현은 맞지 않는다"며 "그 사람은 처음부터 일본의 천황제 국가신봉자였다"고 지적했다.

"일본 내부에는 '한국과 중국의 야스쿠니 비판은 부당한 외압'이라는 비뚤어진 심정이 형성돼 있다. 미국에는 비굴하면서도 한국과 중국의 외압에는 의연하게 대항하는 것이 일본의 '구미 숭상, 아시아 멸시' 정신구조다. 야스쿠니 신사에 가지 않던 고이즈미가 총리가 되자마자 신사참배를 강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제는 일본의 급속한 우경화가 일본사회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단순히 아베의 개인적인 별난 성향 탓에 강행된 것으로 봐서는 안 된다."

서 교수는 "미국의 국내외 상황 변화가 일본의 우경화를 일정 부분 용인케 했다"고 분석했다.

"보통 주권국가는 외교권과 군사권이라는 양 주권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지난 반세기 독자적인 외교적 결정을 한 적이 거의 없다. 군사권은 말할 것도 없다.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하지만 미국의 패권주의에 위기가 왔다. 특히 부시 정권이 일으킨 이라크 전쟁이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 미국은 '국제협조주의'라는 명목으로 다른 나라를 전쟁에 참여시켰다. 결국 미국의 전쟁활동에 일본을 참가하게끔 만들기 위해 일본의 군사적인 역할 확대를 용인하게 됐다."

"군사작전권 두고 좌우 따져선 안 된다"

서 교수는 이 과정에서 한국의 주체적인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식민지 지배, 주권 박탈에 대해 의식적으로 극복해야 한다"며 "미국이 자신들의 이익에 따라 동아시아 전략을 짜고 있다는 점을 확실히 깨달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이를 위해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며 "군사작전권 (환수를) 갖고 벌벌 떠는 것은 주권의 포기다, 이걸 두고 좌우를 따져선 안 된다"고 밝혔다.

서승 교수는 끝으로 "동아시아의 평화와 인권은 일본의 완전한 사과와 과거청산 없이는 결코 달성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서 교수의 주장은 곧 "식민지배 자체를 국제법상 범죄로 인정해야 한다"는 말로 이어진다. 서 교수가 한국과 대만, 특히 제주도와 오키나와를 엮어 '동아시아 역사·인권·평화 선언'을 조직하는 데 집중하는 이유기도 하다.

서승 교수 주요 이력
서승 리쓰메이칸대학 특임교수. 1945년생, 일본 교토에서 태어난 '해방둥이'로 재일동포 3세다. 올해 한국 나이로 칠순이 됐다. 도쿄 교육대학을 졸업했고, 서울대 대학원 사회학과에서 유학했다. 이 과정에서 지난 1971년 '재일교포학생 학원침투 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투옥됐다. 이후 1심 사형, 2심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다. 19년 옥살이를 하고 1990년 석방됐다.

재판 중 모진 고문을 당해 분신을 시도했다. 그때 남은 상처가 그의 얼굴에 온전히 남았다. 서 교수의 상처 난 얼굴을 두고 함세웅 신부는 "민주주의와 통일을 위해 순직한 분들의 삶을 집약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2011년 동아시아 평화를 위해 활동했던 기록들을 모아 <서승의 동아시아 평화기행>을 집필했다. 최근에는 동아시아 인권, 국제문제를 집중하며 연구와 실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덧붙이는 글 | 김종훈 기자는 <오마이뉴스> 19기 인턴기자입니다.



태그:#서승, #아베,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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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팀 취재기자. 오늘도 애국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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