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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숨기고 있는 청도요
▲ 청도요 몸을 숨기고 있는 청도요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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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계룡산에서 발원하는 금강 지류인 용수천을 찾았다. 겨울철에 새들이 얼마나 와 있는지 궁금했다. 왠지 모를 이끌림에 탐조하기 좋아 보이는 곳을 찾아 헤매는 것은 탐조 인이라면 한번쯤은 꼭 해봤을 행동이다. 이런 느낌은 어떨 때는 사람을 한없이 기다리게만 하지만, 너무 잘 맞아서 보기 드물거나 희귀한 종들을 만나게 해주기도 한다.

지난 1월 15일에 찾아갔던 용수천에서 나는 갑자기 발 앞에서 날아가는 새를 보고 놀랐다. 도요 3마리였다. 지그재그로 빠르게 날아가는 모습을 보고, 분명 꺅도요류 일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었다. 꺅도요는 워낙 위장이 잘되어 있어 많은 곳에 서식하지만, 쉽게 관찰하기 어려운 종이다.

쌍안경으로 보면서 새를 찾아 봤지만, 확인할 수 없었다. 나는 시간을 두고 조금 더 기다려 보기로 했다. 1시간여를 기다린 끝에 움직임을 확인 할 수 있었다. 풀숲에 숨어서 개울가로 이동하는 도요를 확인한 순간, 나는 심장이 멈추는 듯했다. 일반적으로 관찰이 잘 되는 꺅도요가 아닌 꺅도요류 중에서도 희귀성으로 따지면 1위에 해당하는 종이였기 때문이다.

18년 탐조하면서 처음 보는 '신종'... 청도요

18년 탐조(새를 관찰하는 활동) 생활을 하면서 처음 보는 그야말로 '신종'이었다. 겨울철새인 청도요다. 주로 산간 계곡의 물가에 서식하며 가끔 강이나 평지에서 확인된다. 나는 좀 더 가깝게 보기 위해서 이동했다. 움직임을 눈치 챈 청도요는 몸을 납작하게 엎드려 미동도 하지 않았다.

주로 경기도 인근에서 자주 관찰되는 청도요가 금강의 제1지류에 찾아 온 것은 내가 아는 한 최초의 기록이다. 그 정도로 귀한 새를 관찰하는 경험은 정말 짜릿했다. 먹이 잡는 모습이라도 보기위해 오랫동안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1월에 관찰했던 청도요의 모습.
▲ 미동없이 움직이지 않는 청도요 1월 관찰했던 청도요의 모습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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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관찰하던 와중 나는 3마리가 날아간 것을 기억하고 다른 곳을 찾아보기로 했다. 역시나 다른 곳에 청도요 한 마리가 더 몸을 움츠린 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한 쌍이 더 월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겨울철을 보내고 봄에 다시 북상하여 번식하게 될 것이다. 그러다 나는 다시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청도요와 다른 멧도요라는 종을 찾아냈기 때문이다. 처음 날아갔던 3마리 중 2마리는 청도요였고, 1마리는 멧도요였던 것이다. 멧도요와 청도요가 함께 쉬고 있다가 나를 보고 도망쳤고, 공교롭게 비슷한 지점에 착지해 있었던 것이다.

멧도요 역시 미동 없이 꼼짝도 하지 않은 채 나를 경계하고 있었다. 한참을 관찰했지만, 전혀 미동이 없어 나는 한발 물러섰다. 아마도 나를 목격했을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멀리서 관찰하면 경계를 풀고 먹이나 채식활동을 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 때문이었다.

청도요도 보기 힘들지만, 멧도요도 역시 매우 관찰이 어려운 희귀종이다. 이렇게 귀한 새를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는 행운은 그리 많지 않다. 갯벌에 사는 도요새들의 경우 집단으로 서식하면서 갯벌에 살아가기 때문에 마음만 먹는다면 쉽게 관찰이 가능하다. 하지만, 멧도요와 청도요의 경우 위장술이 너무 뛰어나기 때문에 서식하는 장소를 알더라도 실제 관찰하는 것은 3대가 덕을 쌓아야 가능할 정도이다. 그렇게 보기 힘든 종을 한꺼번에 관찰하는 행운을 맛보는 것은 역시 탐조 인에게는 '대박'이다. 이런 대박 사건은 평행 한번 올까 말까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멧도요의 경우 대부분 나그네새(봄과 가을에 관찰되는 철새)로 기록되어 있고 겨울철에 서식하는 하는 경우는 서산에서 최근에 월동한 기록 외에 없기에 매우 특별일이다. 이런 특별한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만든 나의 감에 다시 한 번 감탄한 하루였다.

멧도요는 2시간여동안 한발자국의 미동도 없이 움직이지 않았다.
▲ 미동없이 움직이지 않는 멧도요 멧도요는 2시간여동안 한발자국의 미동도 없이 움직이지 않았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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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2시간여의 추위 속 관찰을 마치고 집에 와서 도감을 확인하면서 멧도요가 야행성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아무튼 멧도요는 유럽지역에서는 맛있는 새로 알려진 종이라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그 개체수가 너무 줄어들어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에서 관심 필요종으로 등록되어 있을 정도로 줄어들었다.

청도요 역시 국제자연보전연맹에서 관심 필요종으로 등록되어 있는 종이다. 즉, 두 종 모두 매우 관찰이 어려운 종이라는 뜻이다. 멧도요는 우리나라에 어렵지 않게 관찰할 수 있는 종으로 도감에는 설명되어 있지만, 18년 간 두 번밖에 관찰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만큼 위장이 잘되어 있어 관찰 자체가 어려운 종이다. 실제로 야외에 많이 서식하지도 않는 것으로 추정된다.

위장을 잘하여 관찰 자체가 어려운...

풀숲에서 멧도요가 뭄을 숨긴체 움직임 없이 머물러 있다.
▲ 다시 만난 멧도요 풀숲에서 멧도요가 뭄을 숨긴체 움직임 없이 머물러 있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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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중순 용수천에서 만난 3마리의 꺅도요류로 나는 가슴이 설렜었다. 얼마동안 용수천에 머무는지 확인하기 위해 나는 2월 15일 다시 현장을 찾았다. 빠른 새들은 북상을 준비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벌써 이동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현장을 찾았다.

현장을 한참 돌아다녔지만, 멧도요와 청도요는 찾을 수 없었다. 결국,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오려는 순간 청도요가 다시 내 눈앞으로 지나갔다. 나는 다시 낙하지점을 찾아가 한참을 헤맨 끝에 청도요와 멧도요를 확인했다. 다시 만난 청도요는 활발한 먹이활동을 하고 있어 북상을 준비하고 있는 듯 했다.

조금은 멀리서 관찰할 수 밖에 없었다.
▲ 2월 15일 확인한 청도요의 모습 조금은 멀리서 관찰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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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24일, 다시 현장을 찾아갔다. 언제쯤 북상하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다시 현장을 찾았을 때 청도요와 멧도요는 다시 확인 할 수 없었다. 아마도 북상을 통해 용수천을 떠난 것으로 판단된다. 아마도 올해 나로 인해서 멧도요와 청도요는 귀찮은 놈을 만났다고 생각했을 지도 모른다.

매일 찾아가 확인하고 관찰하고 싶었지만, 꾹꾹 참아서 3번 정도 찾아갔다. 사람이 자주 보이면 월동지로 부적합하다고 판단하여 월동을 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올해는 무사히 북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은신의 황제이면서 희귀한 멧도요와 청도요를 내년에도 용수천에서 다시 보기를 바라본다.


태그:#청도요, #멧도요, #희귀조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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