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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8일, 탈핵로드 6일째. 오늘은 영덕핵발전소유치백지화투쟁위원회와 환경정의가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하기로 되어있다. 어제 늦게까지 기자회견 준비를 했는데 조금 부족한 것이 있어서 물건을 사러 일찍 나섰다. 기자회견 장소에서 조금 떨어진 마트에서 퍼포먼스에 필요한 물품을 사고 서둘러 준비를 하는 동안 인근 영양댐건설저지대책위 분들이 오늘 일정에 함께하기 위해 찾아왔다.

어제 늦은 저녁 영덕핵발전소유치백지화투쟁위원회와 간담회에서 듣기로는 이곳 영덕은 지난 1989년, 2003년, 2005년 총3번이나 핵폐기장 후보지로 올랐는데, 그때마다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막아냈다고 한다. 그런데 2010년 현 군수가 주민동의 없이 핵발전소 유치신청을 하면서 다시 논란이 되었는데 결국은 2011년 12월에 영덕과 삼척이 후보부지로 선정되고 12년 9월에는 예정부지가 고시가 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예전만큼 유치백지화투쟁위원회 활동이 활발하지 못 하다는데 지난 2005년 이후 반대 입장 주민들에 대한 압력이나 피해가 주어지다 보니 주민들이 공개적으로 핵발전소 반대 운동하기는 어렵다고 한다.

강구시장 상인들에게 핵발전소 철회 홍보물과 버튼을 나눠주고 있다.
▲ 강구시장에서 영덕 핵발전소 철회 홍보 활동중인 활동가 강구시장 상인들에게 핵발전소 철회 홍보물과 버튼을 나눠주고 있다.
ⓒ 환경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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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장까지 가는 길에 영덕 핵발전소 철회 홍보를 위해 일부러 주민들이 많은 강구시장을 가로질러 구호를 외치면서 가기로 했다.

"영덕주민 반대한다. 핵발전소 철회하라!"
"영덕대게 끝장난다. 핵발전소 철회하라!" 

몇몇 주민분들이 박수치며 격려해주기도 했다. 어제 간담회를 듣고 어느 정도 예상하기는 했지만 주민들의 반응이 그리 높지는 않았다. 그동안 이미 많은 갈등과 논란을 겪은 터라 또 핵발전소 폐지를 얘기하는 것에 피로감이 있는 것도 같고 이미 정부가 결정했는데, 막을 수 있겠냐 싶은 자포자기 심정도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해본다.

환경정의 활동가들과 영덕핵발전소유치백지화 투쟁위원회의 공동기자회견
▲ 강구시장 기자회견 환경정의 활동가들과 영덕핵발전소유치백지화 투쟁위원회의 공동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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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은 박혜령 집행위원장의 사회로 강구수협과 강구항 사이 주차장에서 진행되었다. 환경정의 사무처장과 영양댐대책위원회의 지지발언이 있었다.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동안 정보과 형사인 듯한 사람들이 촬영하고 메모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주변 상인들은 기자회견 내용을 들으면서 공감하는 모습을 보여주시는 분도 계셨지만 대체로 차분하게 듣는 정도였다.

"강구주민 반대한다. 핵발전소 철회하라!"
"영덕대게 끝장난다. 핵발전소 철회하라!"

환경정의 활동가가 영덕 핵발전소 철회를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 영덕 핵발전소 철회 기자회견 환경정의 활동가가 영덕 핵발전소 철회를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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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을 마치고 핵발전소 부지까지 걸어서 가기로 되어있다. 바닷가여서 그런지 바람도 불고 날씨가 흐려서 조금 걱정은 되었지만 계획대로 움직였다. 가는 길에 환경정의 활동가들이 준비해온 핵발전소 반대 리본을 곳곳에 걸고 작은 버튼을 시민들에게 나눠주면서 도보 순례를 시작했다.

영덕핵발전소 유치 백지화투쟁위원회와 환경정의 활동가들이 기자회견을 마친후 영덕핵발소 예정부지를 향해 가고 있다.
▲ 영덕핵발전소 예정부지를 향해 영덕핵발전소 유치 백지화투쟁위원회와 환경정의 활동가들이 기자회견을 마친후 영덕핵발소 예정부지를 향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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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 핵발전소 예정부지는 약 1백만 평 규모로 석리, 배정리, 노물리 등 3개 마을이 있다. 여기에 살고 있는 주민은 약590여 명 정도 등록되어 있는데, 주소지만 있고 나가 사는 주민들이 있어 실제 거주하는 주민은 더 적을 거라고 한다. 핵발전소 후보지를 유치하기 위해 초기에 홍보하기에는 펜션이나 주택인 경우 땅값만 평당 70만 원, 산은 10만 원 정도를 보상해준다 했다고 한다. 현재 산지의 경우 토지가격이 아무리 비싸도 2~3만 원을 넘지 않는다는 것을 보면 처음부터 돈으로 지역주민들의 반발을 무마하려고 했던 것을 알 수 있다.

이러다 보니 예정부지에는 보상을 노리고 유치신청서를 낸 이후에 지어진 펜션이 많다고 한다. 예정부지에 있는 마을 중 하나인 석리 해안가 마을은 너무나 아담하고 아름다운 마을이다. 가파른 해안가 지형에 한 집 한 집 들어서면서 생긴 마을인 듯한데 멀리서 보면 조금 이국적인 분위기가 느껴질 만큼 조용하고 아름다운 마을이었다.

영덕핵발전소유치백지화투쟁위원회의 이병환씨는 "부지내 사람들은 보상받고 발전소가 없는데 가서 잘 살면 그만이지만 오히려 부지 밖 사람들은 앞으로도 계속 살아야 하는데 이런 사람들에 대해서는 아무런 동의도 안 받고 배려도 없는 것은 너무 잘못된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맞는 얘기다. 결국 영덕주민이 쓸 전기를 위해 영덕 핵발전소가 지어지는 것도 아닌데도 영덕 주민들은 피해를 봐야하고 핵발전소가 들어서면 영덕 주민들 모두 삶에 직접적인 영향이 주어질 텐데도 주민들 의견은 무시되고 추진과정에 주민동의도 생략되었다. 그야말로 정의롭지 못하다.  

영덕 핵발전소 예정부지인 석리의 해안가마을, 바닷가를 앞에두고 작은집들이 층층히 들어서 있다.
▲ 영덕 핵발전소 예정부지 해안가마을 모습 영덕 핵발전소 예정부지인 석리의 해안가마을, 바닷가를 앞에두고 작은집들이 층층히 들어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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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 핵발전소 부지의 석리 해안가 마을에서 핵발전소 철회를 요구하는 퍼포먼스
▲ 영덕 핵발전소 부지의 해안가 마을에서 대책위와 함께 영덕 핵발전소 부지의 석리 해안가 마을에서 핵발전소 철회를 요구하는 퍼포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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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운 마음을 뒤로 한 채 다시 영해를 향했다. 그곳에서 주민들에게 핵발전소 반대 입장을 알리는 홍보물을 나눠주고 캠페인을 하기로 되어 있었다. 도착해서 역할분담을 하고 영해관광시장 근처의 가게로 들어가 준비해온 홍보물을 나눠주기로 했다. 행여 찬성 입장주민들이 있어 부딪히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대체로 설명도 잘 듣고 홍보물도 잘 받아주었다.

오전 기자회견 때부터 우리 일행처럼 붙어 다녔던 형사들은 홍보물 나눠주고 주민들과 얘기하는 것을 계속 촬영하고 따라다녀서 박혜령 위원장이 강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실제 대책위 활동할 때도 경찰들이 계속 따라다니는데 주민들이 함께하고 싶어도 경찰들이 붙어있고 촬영을 하면 주민들이 심적으로 부담 느끼고 멀리하게 된다고 한다.

영해 관광시장 근처에서 지역대책위와 환경정의 활동가들이 주민들을 대상으로 홍보 활동을 하고 있다.
▲ 영해에서 핵발전소 철회를 요구하는 홍보활동 영해 관광시장 근처에서 지역대책위와 환경정의 활동가들이 주민들을 대상으로 홍보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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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해지역 홍보를 마치고 오늘 일정의 마지막 목적지인 영덕군청으로 향했다. 추운 날씨에 웅크리고 걸어서 그런지 어깨가 뻐근하고 발바닥도 조금씩 아파오기 시작했다. 벌써 어둑어둑해지고 있는 영덕군청 앞에서 간단하게 핵발전소 유치 반대를 표현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군청에 있는 나무에 정성을 다해 리본을 묶었다.

아마 청소하는 분들이 보면 다 뜯어낼 테지만 혹시라도 그전에 군청에 오는 주민들이 리본을 보고 핵발전소 유치를 생각해볼 수 있다면 그것만이도 좋겠다 싶었다. 오늘 일정을 끝내고 나면 내일은 서울로 향한다. '핵과 환경정의'를 주제로 진행되었던 이번 동행은 환경정의와 환경정의 활동가, 그리고 핵발전소 지역의 주민들, 대책위와 함께했던 동행이었다. 영광, 고리, 월성, 영덕, 각 지역을 거쳐 왔지만 하루 이틀의 만남으로 그 지역의 고민과 과제를 알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일정이었다. 짧은 일정동안 채워지지 못한 것들은 돌아가서 각자가 채워야할 또 다른 과제일 것이다.

영덕군청 앞에서 탈핵 시위로 하루 일정을 마무리 했다.
▲ 영덕군청 탈핵 시위 영덕군청 앞에서 탈핵 시위로 하루 일정을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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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환경정의, #탈핵로드, #동행, #영덕핵발전소, #영덕핵발전소유치백지화투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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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여성, 어린이, 저소득층 및 사회적 취약계층에게 나타나는 환경불평등문제를 다룹니다. 더불어 국가간 인종간 환경불평등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정의(justice)의 시각에서 환경문제를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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