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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규슈국립박물관 특별전시가 열리고 있는 전시실 입구입니다. 왼쪽은 구마노에 전하는 여신상입니다.
 규슈국립박물관 특별전시가 열리고 있는 전시실 입구입니다. 왼쪽은 구마노에 전하는 여신상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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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낮 일본 규슈국립박물관에 다녀왔습니다. 이곳에서는 상설전으로 바닷길, 아시아로 통하는 길 전시와 봄철 특별전으로 일본 신사 국보 대 신사전(1월 15일~3월 9일)이 열리고 있습니다. 대 신사전은 일본 여러 신사에서 가지고 있는 귀중한 문화재 가운데 국보와 국가 지정문화재로 지정된 작품을 특별전시하는 것입니다.

일본에 있는 신사는 어쩌면 일본에 불교가 들어오기 전 그때 일본에 사는 사람들이 섬기는 무속신과 토속신 등 자연숭배 사상을 담고 있습니다. 불교가 들어오면서 불교와 섞이기도 했지만 일본에서는 불교와 더불어 신앙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서양에서 기독교가 문화의 중심을 이룬 것처럼 동양에서는 불교가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어느 한 신앙이 사람들의 생활 전체를 지배할 수는 없었습니다. 특히 일본은 적도지방에서 올라오는 태풍의 중요한 통로로 해마다 많은 태풍이 엄습해 옵니다.

일본 사람들의 생활을 지배해 온 큰 주제는 지진과 화산폭발입니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 지진과 태풍은 사람들을 더욱 큰 공포 속으로 몰아넣습니다. 이러한 많은 자연 재해와 천재지변은 사람들의 정신을 더욱 불안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어쩌면 초월적인 능력을 지닌 신이 있다면 인간을 자연 재해에서 구해줄 것이라는 기대와 믿음을 낳게 했습니다. 이렇게 생신 신앙의 결정체가 일본의 신사이고 일본의 불교 절입니다.

  규슈국립박물관 입구입니다. 긴 이동계단과 이어지는 긴 보도입니다. 이 색의 동굴은 박물관 전시실로 이어집니다.
 규슈국립박물관 입구입니다. 긴 이동계단과 이어지는 긴 보도입니다. 이 색의 동굴은 박물관 전시실로 이어집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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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일본의 신사와 절 특히 불교 사찰은 한국이나 중국과 다른 독특한 면이 있습니다. 일본에 있는 신사는 단순히 종교적인 역할에 그치지 않고 마을 사람들의 구심점입니다. 마을에 따라서 다르지만 큰 신사가 있는 곳에서는 마을 사람들이 신사와 관련된 계를 조직하여 달마다 돈을 내서 신사를 수리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마을 축제를 준비하고 축제를 엽니다. 이 마을 축제의 구심점이 바로 신사이고, 신사의 직원인 구지는 마을의 정신적 신앙적 지도자입니다. 마을에 따라서 구지를 둘 수 없는 작은 신사에서는 마을 사람들이 한 해 동안 순번제로 임시 사제, 구지 역할을 담당합니다.

오래전부터 종교적인 역할을 담당해온 신사는 마을 사람들을 정신적, 신앙적으로 지배하였습니다. 따라서 귀하고 중요한 것, 마을 사람들에게 신앙적으로 필요한 것을 만들어 신에게 올리고, 믿어왔습니다. 그것은 마을에 따라서 나무로 깎아서 만든 남신과 여신 목상일 수도 있고 그런 것들을 기록해 성스럽게 다음 세대에 전하려 한 것이 역사적인 기록입니다.

이번 신사 보물전에서는 규슈를 비롯한 여러 신사가 귀중하게 보관해온 국보와 중요문화재 100점을 이곳 규슈국립박물관에 모아 특별전을 열고 있습니다. 이 특별전 맨 앞에 놓인 보물은 경주에서 온 신라 시대 금반지였습니다. 작은 반지이지만 앞면에 열십 자로 꽃무늬가 있고 반지의 위 아래는 누금기법으로 가늘고 길게 새긴 구술로 꾸며져 있습니다. 무나카타 신사에서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이 신사의 중요한 제사터인 오키노시마 섬의 제사터에서 발굴되었다고 합니다.

  이번 특별전시 전시품으로 신을 태운 미코시 가마,시가현 미가미신사에 전하는 씨름모습, 칠지도, 긴 칼, 사람들로 가득찬 전시실입니다.
 이번 특별전시 전시품으로 신을 태운 미코시 가마,시가현 미가미신사에 전하는 씨름모습, 칠지도, 긴 칼, 사람들로 가득찬 전시실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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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밖에 백제왕이 왜왕에게 주었다고 하는 칠지도도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 칼은 위력으로 적을 무찔렀다는 신화가 전해지고 있으며 나라현 천리시 이시카미 진자에서 보관해 오고 있습니다.

고려시대 청자를 비롯한 문화재도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것들 역시 한반도와 일본이 오래전부터 교류해왔다는 증거들입니다. 특히 규슈는 일본 맨 아래쪽으로 한반도와 가까워서 오래전부터 교류를 해 온 곳입니다.

상설전에서는 규슈를 중심으로 중국, 한반도,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들의 문화재와 미술품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것들 역시 규슈가 일본 고대문화의 현관으로서 많은 외부 문물과 교류해왔다는 증거를 현실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신사 특별전에 전시된 여러 가지 미술품들은 일본 사람들이 오래전부터 귀중하게 여겨온 것들입니다. 이들을 통해서 일본사람들을 모두 알 수는 없으나 그들의 생각과 생활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일본에는 국립박물관이 도쿄, 교토, 나라 그리고 이곳 규슈 등 네 곳 밖에 없습니다. 그만큼 규슈의 국가적 문화 위상이 크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이제껏 그것을 인정받지 못했었는지도 모릅니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상설전에 전시 중인 소그드 기원의 오이노코이아 병, 일본 사람들이 만든 조개껍질 그림과 복건성에서 만든 회피천목, 중국 불상, 발리 불상 등입니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상설전에 전시 중인 소그드 기원의 오이노코이아 병, 일본 사람들이 만든 조개껍질 그림과 복건성에서 만든 회피천목, 중국 불상, 발리 불상 등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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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누리집> 규슈국립박물관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문화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태그:#규슈국립박물관, #신사, #금반지, #불상, #여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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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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