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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고를 키운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게 원칙대로 고박하지 않은 화물칸의 컨테이너와 자동차들이다. 그런데 배에 오른 화물기사들은 종종 객실이 아닌 2층 화물칸에 주차된 차에서 잠을 잤다. 이유는 여러 가지였다. DR로 시작하는 기사 숙소는 싼 만큼 상대적으로 지저분했고, 술을 먹고 심하게 코를 고는 경우도 있었다. 화물차 좌석을 뒤로 젖혀서 잠을 청하면, 독방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4월 16일 세월호에도 그런 사람이 있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다행히 그는 무사했다.

기자와 만난 생존자 강봉길씨는 사고 당시 3층 후미 우현 갑판에서 여러 명이 대기해 구조를 기다릴 때의 상황을 설명했다. 그곳은 위치상 기사들이 대부분이었다.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혹시 차에서 잔 사람 있냐고 서로 물어봤다"고 한다. 그의 증언이다.

"한 사람 있다고 하더라. 전날 저녁 차에 가서 잤다고 한 사람이. 난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기어올라왔더라. 그 사람 나오는 걸 봤다. 사람들이 '아, 나왔다, 나왔다'라고 했다."

구조된 이후 처음 도착한 섬에서 강씨는 그 사람에게 상황을 물었다고 한다.

"어떻게 나왔냐고 물어보니, 밑에는 난리도 아니었다고 했다. 다행히 그 사람이 차를 벽 쪽에 세웠기 때문에, 어느 정도 넘어가도 충격이 덜 하고 문을 열 수 있었던 거다. 뭐가 날아올지 모르는 무서운 상황이라 차 밑으로 기어서 더듬더듬 올라왔다고 하더라."

강씨는 "평소에도 2층은 미로 같이 복잡하다"면서 "화물기사들은 세월호를 많이 타봤고, 길을 아니까 그 상황에서도 나올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태그:#세월호, #생존자, #공간의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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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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