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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양면을 내려다 본 모습
▲ 춘양면 춘양면을 내려다 본 모습
ⓒ 임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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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경상북도 봉화군에 있는 춘양을 찾아갔다. 금강소나무(춘양목)으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옛 부터 궁궐의 신축이나 문화재를 개보수 하고자 할 때 대부분 이곳 춘양에서 나오는 소나무를 사용했다고 한다.

수형이 곧고 심재(나무줄기의 중심부)가 많아 재질이 단단하기 때문이다. 궁궐이나 양반 댁 가옥은 대부분 울진 삼척 태백에서 자라는 금강 소나무로 지었는데 대부분 춘양역을 통하여 운반되었다 하여 춘양목이라는 별칭이 붙게 되었다.

오송에서 중부내륙기차(O-train)를 타고 제천과 봉화를 지나 춘양에서 내렸다. 아담한 춘양 역사가 가만히 다가온다. 새로 지어진 현대식 건물이다. 여느 시골 역처럼 기차에서 내리는 사람이 많지 않다. 그 수가 열 명도 채 되지 않는다. 승강장은 보도블록이 아니라 모래흙으로 덮여 있어 예전 역내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제복을 입은 역무원이 나와 반갑게 눈인사를 건넨다.

역사 안으로 들어섰다. 뜻하지 않게 호랑이 한 마리가 누워 있다. 순간 방어 본능이 작동하며 몸이 움찔해진다. 가만히 살펴보니 조형물이다. 그 앞에는 춘양목을 자랑하려는 듯 실제 금강소나무를 한 토막 잘라서 갖다 놓았다. 거북이 등껍질 모양을 한 춘양목은 변재 보다는 붉은 색의 심재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매우 촘촘한 나이테를 갖고 있다. 손으로 만져 보아도 감촉이 매우 단단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춘양면을 가로지르는 하천이 한창 공사중이다
▲ 춘양면 춘양면을 가로지르는 하천이 한창 공사중이다
ⓒ 임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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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양역을 빠져나오자 역전 마당에 커다란 안내판이 기다리고 있다. 안내판에는 봉화군의 관광명소로 알려진 청량산과 닭실 마을 그리고 워낭소리로 알려진 마을이 선명하게 표시되어 있다. 춘양면소재지에는 한수정과 각화사 그리고 백두대간 수목원이 관광명소로 안내되어 있다. 먼저 역에서 가까운 한수정과 재래시장을 둘러보고 나중에 수목원에 가보기로 했다.

역에서 조금 걸어 나오자 면소재지를 가로질러 커다란 천이 흐르고 있다. 천변은 한창 공사 중으로 굴삭기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돌과 흙을 열심히 파내고 있다. 다리를 건넜다. 다리를 건너자마자 커다란 숲이 길을 가로막아 선다. 그냥 보기에도 예사롭지 않은 숲이다.

숲 사이를 비집고 살펴보았다. 오래된 한옥 건물 한 채가 보물처럼 감추어져 있다. 언뜻 보아 사람은 살지는 않는 것 같다. 마루가 시원하게 놓여 져 있는 모양이 필연 정자 같다. 누가 보아도 금세 '한수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보물처럼 감춰져 있던 건물

춘양면에 있는  한수정의 모습
▲ 한수정 춘양면에 있는 한수정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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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정'은 조선 선조 31년(1608) 세워진 정자이다. 원래 이 자리에는 충재 권벌(1478∼1548) 선생이 세운 '거연헌'이라는 건물이 있었는데,  그의 손자인 권래가 다시 세웠다 한다.

권벌은 중종(재위 1505∼1544) 때 사람으로 예조판서 등을 지내고 죽은 후에 좌의정에 올랐다 한다. 건물은 T자형 평면으로 온돌 2칸의 방을 사이에 두고 사방에 마루를 두었다. 찬물과 같이 맑은 정신으로 공부하는 정자라 하여 '한수(寒水)정'이라 이름 지었다고 한다.

춘양의 재래장터로 들어섰다. 예전의 장터모습이 아니다. 리모델링 공사로 장터 골목에 커다란 기둥과 아치형의 천장이 덮여져  현대식 모습으로 바뀌어 있다. 길에서 아주머니들이 파는 난전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춘양은 보통 4일마다 장이 열리는데 오늘은 장날이 아니라서 그러한지 한산하다. 장터골목 중간에서 난전을 하시는 할머니 한분을 만났다. 더덕을 비롯한 각종 채소를 팔고 있었는데 팔순이 훨씬 넘으셨다. 소일 삼아 장에 나와 일을 하신다는데 도라지 껍질을 손질하시느라 손이 많이 상해있다. 춘양 재래시장에는 특이하게 한우고기 음식점과 송이버섯을 파는 가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산이 깊어 주변에서 송이버섯이 많이 나는 모양이다.

 재래시장에서 할머니가 도라지를 다듬고 있다
▲ 춘양 재래시장에서 할머니가 도라지를 다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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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시장을 빠져 나왔다. 버스터미널이 시장 주변에 있고, 소나무 묘목을 심어 놓은 널따란 밭이 그 앞으로 펼쳐진다. 처음에는 채소밭에서 아주머니들이 일을 하는 줄만 알았다. 그러나 가만히 살펴보니 손가락 크기만 한 소나무가 만여 평 가까이 빼곡히 심어져 있다.

밭에서 일하시는 아주머니에게 물어보니 산불이 난 산에 심으려고 정부에서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묘목장이란다. 이제 춘양목이 전국으로 퍼져 자라고 있다는 것이다. 소나무 묘묙을 밭에서 일 년 정도 키우면 산에 심을 수 있다고 아주머니가 살짝 귀띔을 해준다.

버스를 타고 백두대간 수목원이 조성되고 있는 서벽으로 출발했다. 2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주변의 산을 바라보았다. 나무들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는데, 생각만큼 멋진 금강 소나무 숲이 나타나지 않는다. 그냥 여느 산과 같이 잡목으로 섞여 소나무가 자라고 있다. 아무리 찾아보아도 금강소나무 숲은 보이지 않는다.

잠시 후 서벽에 내렸다. 수목원으로 가는 길을 찾으려고 두리번 거리자 한 아주머니가 물어온다.

"어디 찾는가요."
"금강 수목원이 있다고 해서 왔는데요."
"아! 그래요  조기가 긴디, 지금 공사중이라오."
"언제쯤 완공된대요?"
"글쎄, 그건 잘 모르겠네요."

정류장에서 100m쯤 걸어 올라가자 몇 개의 건물들이 한창 건설 중에 있고, 간간이 금강소나무가 무리지어 심어져 있다. 어림보아 수목원이 완성되려면 2~3년은 족히 더 걸릴 것 같다. 수목원 조감도가 없어 어떠한 모습으로 조성될지 알 수 없지만 춘양에 금강소나무 수목원이 들어서고 있다니 반가운 일이다.

사실 춘양에 와보니 옛 명성에 맞지 않게 금강소나무골이라는 느낌을 쉽게 찾을 수가 없다. 그냥 어느 산골에 와 있는 낌이다. 앞으로 이곳에 금강소나무 수목원이 들어서면 사람들이 많이 찾는 춘양의 명소가 될 것임이 틀림없다.

잠시 숨을 돌리고 영월 방향으로 한참을 걸어 올라갔다. 고대 하던 금강 소나무 숲이 각화산 줄기에 살짝 모습을 드러낸다. 금강 소나무는 줄기가 밋밋하고 곧게 자라서 최상급 건축 재료로 쓰인다. 궁중 문화재에 쓰는 목재는 거의 다 금강소나무라 한다.

춘양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문구 '억지 춘양'

묘목장에서 아주머니들이 잡초를 제거하고 있다
▲ 소나무 묘목 묘목장에서 아주머니들이 잡초를 제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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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역에서 들어오는 기차는 춘양면을 한 바퀴 휘돌아 춘양역으로 들어온다. 지도상으로 법전역에서 녹동역으로 바로 기차 길이 이어져야 하지만 억지로 기차 길을 춘양으로 끌어 놓은 형국이다. 그래서 '억지 춘양'이란 말이 나온 걸까. 춘양에 오면 억지 춘양이라는 문구를 길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오늘 춘양에 와보니 예전에 번창했던 춘양역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그냥 한적한 시골역의 모습이다. 머지않아 백두대간 금강 수목원이 춘양면 서벽리에 완성되면 옛날처럼 춘양역에 많은 사람들이 북적댈지 모른다.

어느새 해가 저물어 오후 6시가 넘었다. 무거운 다리를 끌고 춘양역에 들어서자 서울행 기차가 반갑게 역내로 들어오고 있다. 사실 옛날의 명성만 믿고 춘양에 와보니 볼거리가 거의 없다.

다소 실망스러운 면도 없지 않지만 묘목 밭에서 빼곡히 자라는 금강 소나무와 한창 조성되고 있는 백두대간 수목원이 춘양의 옛날 명성을 다시 찾아 올 것이라 기대하며 조용히 기차에 몸을 실는다.    

덧붙이는 글 | 중부권 내륙기차(O-train) 타고 오송에서 오전 8시 40분에 출발하면 춘양에 11시 40분경 도착 ( 약 3시간 소요)

춘양역에서 오후 6시 8분에 출발하는 서울행 기차가 있음



태그:#춘양역, #금강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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