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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6일로 3개월이 됐다. 하지만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은커녕 진상규명을 위한 조사위원회 구성도 힘겨워 보인다. "4월 16일 이전과 이후가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약속은 온데간데없다.

가장 논란인 부분은 특별법에 따라 구성될 조사위원회에 수사권을 부여하는 문제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조사위에 검사나 특별사법경찰관을 둬 수사권을 주자는 입장이다. 반면, 새누리당은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상설 특검을 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유가족들은 조사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새누리당은 겉으로는 과거 위원회에 수사권을 준 전례가 없고 수사권이 남용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지만, 이는 조사위에 수사권을 줄 경우 반정부성향의 '외부 세력'에 휘둘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4.16특별법 제정 촉구에 나선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대표단이 15일 오전 국회 본청 입구에서 시민들의 서명서를 국회에 전달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 시민서명 전달 나선 세월호희생자 가족대표 4.16특별법 제정 촉구에 나선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대표단이 15일 오전 국회 본청 입구에서 시민들의 서명서를 국회에 전달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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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규명을 위해선 강력한 권한이 필요하다. 우리는 이미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활동 을 통해 수사권 없는 진상규명의 한계를 경험한 바 있다.

의문사위원회의 주요 업무는 의문사 진정접수와 조사 활동이었다. 진정이 접수되면 국가기관 등에 대한 자료제출 요청과 함께 사실 조사에 나섰다. 진정 내용이 사실이고 범죄혐의에 대한 개연성이 상당한 경우 검찰총장 또는 군참모총장에게 고발하거나 수사를 의뢰했다.

그러나 피진정기관인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기무사령부 등 권력기관들이 자료 제출과 증언에 소극적이었던 데다, 수사권이 없는 특별법의 한계 때문에 진상규명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았다. 조사를 나가면 대상 기관들은 요리조리 피하기 일쑤고, 자료를 달라고 요청해도 거부하면 그만이었다.

당시 활동했던 위원들은 증거가 눈앞에 있어도 수사권이 없어서 가져올 수 없었다고 한다. 잠깐 기다리라고 하고 경찰이나 검찰에 도움을 요청하는 사이 증거가 얌전히 기다려줄 리 만무하다. 역시나 결과는 뻔했다. 1기 의문사위원회는 23개월 동안 82건의 의문사 진정사건을 조사했지만, 의문사로 인정된 것은 불과 19건, 진상규명 불능은 무려 30건에 달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그래서 수사권을 요구하는 것이다. 범죄와 범인을 밝혀내기 위해서는 증거를 찾고 수집할 수 있는 권한이 있어야 한다. '형사사법체계의 근간' 같은 뜬구름 잡는 말 따위로 외면할 수 없는 지극히 상식적인 요구다.

세월호 사건에 한하여 부여되는 것이므로 수사권 남용 위험도 거의 없다. 조사위 외부의 수사기관이 별도로 수사하기보다 조사위원회 내부에서 수사권이 부여된 위원이 직접 그때그때 필요한 수사를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더군다나 이번 사건의 '피의자'는 해양수산부, 해경 등 정부유관기관들이다. 수사의 독립성이 매우 중요한 사건이다. 팔은 안쪽으로 굽는다고 경찰이나 검찰에만 수사를 맡긴다면, 또 다른 외압논란이 빚어지며 진상규명이 요원할지 모를 일이다.

세월호 특별법의 본래 취지는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해 책임자를 엄중히 처벌하고, 다시는 이런 참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런 취지에 맞게 정부와 국회는 유가족들의 상식적인 요구에 조속히 응답해야 한다.


태그:#세월호, #수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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