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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 28일째.'

지난 주 '턱수염에 대한 사회적 고찰 6' 글에서 세월호 유가족인 유민 아빠 김영오씨의 절규와 분노의 수염에 대해 이야기 했었다. 유민아빠 김영오씨의 목숨을 건 단식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도 세월호 특별법은 알맹이가 빠진 채 여야의 정치놀음으로 전락해버렸다.

독립된 수사권과 기소권이 없는 특별법이 무슨 소용인가? 이런 특별법으로 진상이 제대로 밝혀질 것을 믿으라 한다면 소가 웃을 일이다. 한줄기 작은 희망의 끈이 되기를 바랐지만 두 거대 '새'당(새누리, 새정치민주연합)들의 야합으로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여, 야 정치권들이 그 동안 보여준 모습을 보면서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건 해도 해도 너무 하다는 생각이다.

이 나라 정치인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는 사람들인가? 국민을 대표해 할 말과 할 일을 대신 해달라고 선거를 통해 뽑아주고 그들에게 세비를 주는 것이다. 그런데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자기들 밥그릇 싸움에만 골몰하니 참말로 화가 난다.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정치권은 지금 유가족을 고문하고 있다. 이 때문에 벌써 단식 28일째(10일)를 맞이 하는 유민아빠 김영오씨의 생명 줄도 서서히 사그라지고 있는 것이다.

무능한 국가 때문에 어린 학생을 포함한 300여명의 무고한 국민들이 하루아침에 목숨을 잃었다. 그래서 유가족들은 그런 엄청난 사건이 왜 일어 났는지, 그런 어마어마한 사고가 나도록 정부는 무엇을 했는지, 또 그 잘난 해경은 어떻게 1명의 목숨도 구할 수 없었는지 등에 대해 궁금해하고 억울해 한다. 그것을 풀어 달라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세월호 특별법이라는 것도 필요가 없었어야 했다. 사고가 나면 국가는 사고 원인과 사고 대책 등 유가족이 궁금해하고 억울해 하는 것들을 이해시켜주고 사후 대책을 세워 이해 시켜주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이 나라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아니 하지 않았다. 그래서 유가족들은 억울함을 호소하며 전국을 돌며 서명을 받고, 도보순례 중이며, 단식으로 말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인들은 국민들의 혈세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다. 그 세금은 나를 찍어준 사람한테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나를 찍지 않은 과반수의 사람들이 낸 세금도 정치인 본인들의 세비에 포함된다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이 나라는 새누리당만을 위해서, 새정치민주연합만을 위해서 존재하지 않음을 명심하기 바란다. 이번 세월호 특별법 합의는 그래서 무효다, 국민이 합의하지 않고 특히 유가족을 대변했다는 야당에게도 유가족이 합의 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누구를 위한 특별법을 왜 만들겠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오두가단 차발불가단(吾頭可斷 此髮不可斷)'

목숨을 건 단식 중인 김영오씨의 수염을 보니 내 목을 자를지언정 내 머리카락은 자를 수 없다며 항거하다 숨진 면암 최익현 선생이 생각 난다. 선생은 일제에 항거하다 쓰시마섬으로 붙잡혀 가 단발령을 거부하고 목숨을 내놓은 채 단식으로 마지막까지 저항하였다. 결국 그 단식이 병이 되어 살아 돌아오지 못하였다. 지금 세월호 유가족이 벌이고 있는 단식은 목숨이 걸린 일이다. 김영오씨는 지난 9일 촛불 문화제에서 "16일까지 법안이 통과 안 되면 저는 관을 짜놓고 여기서 쓰러져 죽을 때까지 단식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정치권은 제발 그의 절규를 귀담아 들어주길 부탁한다.

서너 번의 단식을 했던 경험이 있다. 단식을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인간의 생존 요건인 밥을 끊겠다는 것은 목숨을 내놓겠다는 의사 표현이다. 인간의 욕구 중 식욕은 다른 어느 욕구보다 강하다. 생존의 기본욕구인 먹는 것을 끊는다는 것은 그만큼 그 의지가 목숨을 걸만큼 절실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목숨을 담보로 내 말을 들어 달라는 것인데 어찌하여 이 나라에서는 이리 무심하다는 말인가? 심지어 국회의원이라는 양반이 했다는 말이 더욱 화를 부채질 한다. 오마이뉴스'는 7일 새누리당 안홍준 국회의원이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세월호 유가족 단식, 제대로 했으면 벌써 실려 갔어야...'라는 발언을 했다고 한다. 의사 출신이라는 양반이 도대체 그 동안 의사로써 생명 윤리는 있었는지 묻고 싶다. 뭘 어쩌자는 것인가? 안 의원한테는 말하고 싶다.

'난 단식 제대로 해봤다. 10일 정도 지나니 정말 죽겠더라.'
'그런 것 궁금해 할 마음 있다면 본인 말대로 죽을지도 모르는 그 단식을 왜 그리 목숨 걸고 하는지 궁금해 하길 바란다.'

뉴스를 보니 안타깝게도 안홍준 의원 말에 유가족 대변인인 유경근씨가 지금 물도, 소금도 먹지 않는 단식에 돌입했다고 한다. 정말 유경근씨 생명이 위험하다.

가수 김장훈씨도 며칠 전 유민아빠 김영오씨 단식에 동참 했다고 한다. 엊그제는 영화인들도 단식에 동참했다는 소식이다. 나라를 말아 먹겠다는 것도 아닌데, 특혜를 바라는 것도 아니라는데, 많은 법대 교수들이 법적인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하는데 왜 못하겠다는 것인가? 정년 굶어 죽는 것을 보겠다는 것인가? 국가적 재난 상황이 도대체 왜 정치싸움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자식 잃고, 가족 잃은 유가족은 그 힘든 와중에 도 굶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유민양의 아버지 김영오씨는 지난 9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서  "국민 여러분의 응원이 있어 27일을 굶어도 배가 부르다"고 말하며 "국민 여러분도 끝까지 도와달라"고 호소했다고 한다. 그 응원의 한 방법으로 광화문에는 못 나가지만 조용히 오늘 하루 일일 단식에 동참할까 한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유민아빠 김영오씨를 응원해주기를 바란다.


태그:#세월호 단식, #김영오 단식, #유민 아빠, #단식, #새월호 특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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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공작소장, 에세이스트, 춤꾼, 어제 보다 나은 오늘, 오늘 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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