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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일병 집단 구타 사망사건과 관련해, 군 헌병대가 윤 일병 사망 5일 뒤인 지난 4월 11일 실시한 현장 검증 사진.
 윤 일병 집단 구타 사망사건과 관련해, 군 헌병대가 윤 일병 사망 5일 뒤인 지난 4월 11일 실시한 현장 검증 사진.
ⓒ 군 수사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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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에도 외부 감시가 필요합니다."

육군 28사단 가혹행위 사망 사건 이후로 꾸준히 제기되는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폐쇄적인 군 내부 감시를 위해 독일식 군 옴부즈만 제도를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국방부의 반대가 만만치 않다. 국방부는 국민권익위 및 국가인권위원회와 기능 중복, 군 안보 등을 이유로 부정적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독립성 떨어지는 국민권익위와 인권위

군 옴부즈만 제도는 국회 산하에 민간 전문가인 군 옴부즈만을 두고 군 내부에 대한 조사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독일의 군 옴부즈만 제도가 가장 모범적인 사례로 꼽힌다(관련기사 : 인권보장·강군육성, 두 마리 토끼 잡은 독일). 독일의 군 옴부즈만 제도는 '독일 연방 기본법 45조'에 따라 국회 산하에 군 옴부즈만을 두고 이들에게 군 내부에 대한 조사권을 부여하고 았다.

군 옴부즈만은 정보 요구권, 문서 접근권, 현지 군 부대의 일반 군인 면담권 등을 갖고 군 관련 기관들을 조사할 수 있다. 특히 군 당국에 사전 예고 없이 군부대를 방문할 수 있어 막강한 권한을 지닌다. 군 관련 기관에 구속력을 행사할 수는 없으나 국방부로부터 독립된 제3기관이기 때문에 공정한 조사가 이뤄진다는 이점이 있다.

하지만 국방부는 군 옴부즈만 제도가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가인권위원회와 국민권익위원회의 군사소위원회가 유사한 기능을 맡고 있다는 게 이유다. 그러나 이들 기관은 국회 산하이며 국회의원의 동의로 선출되는 군 옴부즈만에 비해 독립성이 떨어진다.

국민권익위원회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이고 국가인권위원회는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로부터 독립된 기관이지만 한계가 있다. 대통령이 인권위 위원 12명 중 4명을 임명하기 때문에 정부의 입김이 작용할 여지가 있다.

인권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윤 일병의 사망 이후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지난 4월 국가인권위원회가 윤 일병 유가족의 민원을 접수해 현장 조사를 하고도 각하 처분을 한 정황이 드러났다.

인권위의 인력 부족 문제도 한계로 지적된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는 "군·검·경을 다루는 인권위의 조사관 수를 다 합해도 3명 정도뿐"이라며 "그렇다고 인권위에만 30~50명씩 직원을 증원해서 군대 문제만 다루게 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힘든 일"이라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인권위가 일반적으로 진정을 처리하는 것보다 군사 옴부즈만을 통해 더 넓은 범위를 다룰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 일병 사건 이후 신설된 병영문화혁신위원회 역할 역시 기대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군 책임자인 한민구 국방장관이 위원장인데다가 전문위원 65명 중 관군 출신이 37명에 달해 27명에 불과한 민간인 출신 외부 전문가들이 영향력을 발휘하기 힘들다는 우려가 크다.

민간 전문위원으로 참여하는 임태훈 군 인권센터 소장은 지난 14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민간 전문위원들이) 조사의 주도권을 갖기 힘들다는 건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라고 밝혔다.

군 보안이 문제?... 전문가들, 보완 가능

군 보안을 이유로 군 옴부즈만 제도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사전 예고 없는 군 부대 방문권, 문서 접근권 등으로 군 기밀이 유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적절한 보완 장치를 두면 해결된 문제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홍성수 교수는 "아무나 (군 부대를) 방문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국가공무원인 군 옴부즈만이 권한 내에서 방문하는 것"이라며 "직무 상 기밀을 누설하는 것은 형사 처벌을 강화하는 안을 넣어 해결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 "정말 보안이 염려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거부권을 줄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현재 국회에서는 안규백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군인 지위 향상에 대한 기본 법안'을 발의해 군 옴부즈만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안 의원의 법안은 국회 산하의 군 옴부즈만이 군인이 제기한 진정과 국회 국방위원회가 요청한 사안에 대한 조사권을 갖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하지만 국방부의 반대 등으로 법안 처리에는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국방부가 지난 13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한 '병영문화 혁신방안'에도 군 옴부즈만 제도는 빠졌다. 국방부 대변인실은 지난 14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도 "군 옴부즈만 제도와 관련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라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세정 기자는 <오마이뉴스> 20기 인턴기자입니다.



태그:#군 옴부즈만, #윤 일병, #28사단, #독일, #홍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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