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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중인 중학교
 수업중인 중학교
ⓒ 이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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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은 '9시 등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경기도교육청이 추진 중인 '9시 등교'를 둘러싸고 논란이 커지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인 학생들의 목소리는 사라졌다. 진보적인 색채의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9시 등교를 추진하자, 보수성향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아래 교총)가 제동을 걸었다. 일부 학부모들은 찬반으로 나뉘어 목소리를 내고 있다.

9시 등교처럼 학생들에게 큰 영향을 주는 정책을 결정할 때 학생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청소년 인권단체 '아수나로'에서 활동하는 '따이루'씨는 "학생들의 의견보다 학부모나 학교장 등의 이야기만 나오고 있다, 학생의 휴식권 보장 차원에서 당사자들을 중심으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9시 등교에 반대하는 교총, 왜?

경기도교육청은 '9시 등교'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의 학교별 등교실태 분석자료에 따르면, 도내 초등학교의 97%의 경우, 학생들은 오전 8시 30분 이후에 등교한다. 중학교의 96%는 오전 8시~8시 30분이 등교시간이다. 초·중학교 학생들이 오전 9시에 등교하더라도 수업을 꾸려나가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다.

경기도 내 고등학교 63%의 1~2학년생과 64%의 3학년생은 오전 8시 이전에 등교한다. 9시 등교가 이뤄지면, 등교 시간이 최소한 1시간 늦춰진다. 이에 따라 기존 교육과정을 수정해야 한다. 교총은 "수업 시작이 늦춰지면 점심 시간과 방과후 학교 등 교육과정이 모두 늦춰지게 되어 수업 후 학생들의 다양한 체험활동 변화도 뒤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에 대한 효과성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교총은 또한 "학생·학부모·교원의 삶과 학교 교육과정에 큰 변화가 수반되는 정책 추진에 있어 충분한 여론수렴과 학교현장의 준비에 대한 고려 없이 강행함에 따라 갈등과 논란이 확산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이와 관련해, 각 학교가 내부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9시 등교를 자율적으로 선택하도록 했다. 도내 처음으로 25일 9시 등교를 실시한 의정부여중은 교사, 학생, 학부모의 의견을 수렴했다. 학생 70.9%, 학부모 66.7%, 교사 74.5%가 찬성했고, 학교운영위원회가 심의를 통해 9시 등교를 확정했다.

하지만 교총은 9시 등교에 대해 법적 대응을 불사하겠다면서 반발하고 있다. 교총이 이처럼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는 뭘까.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되면, 그만큼 교장의 권한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교총은 지난 21일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학생들을 두고 '미성숙하다'고 표현했다. 교총은 "학교와 교원 존재의 의미는 미성숙한 학생들의 전인적 성장을 도모하고 사회인으로 삶을 준비하는 데 있다는 점에서 배움과 가르침의 균형이 요구된다"면서 "학생을 위한 정책은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학생만을 위한 정책이거나 학생의 요구를 모두 들어 줄 수 없는 사안도 있다"고 강조했다.

교총은 이어 "미성숙한 학생들이 미처 생각지 못하는 사안도 바로 잡아줘야 한다, 학교는 학생뿐만 아니라 학부모, 교원도 함께 하는 교육공동체이기 때문"이라면서 "학교교육을 통해 학생의 건강권을 보장하고 전인적 성장을 위해 학생들이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의 필요성과 미래 사회인으로서의 준비에 도움이 되는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전했다.

반면, 경기도교육청은 24일 의정부여중의 9시 등교를 두고 "학생들이 만들고 학생들이 지켜가는 정책의 견인차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교육의 주체이자 민주시민인 학생들이 정책 결정에 참여하는 것은 교육적으로도 값진 의미를 갖는 만큼 학교교육에서 장려되어야 할 사항"이라고 밝혔다.

"오전 7시 40분까지 등교... 공부에 집중하는 친구들 거의 없다"

그렇다면 학생들은 9시 등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기자가 만난 학생들은 대체적으로 9시 등교에 찬성 입장을 나타냈다. 의정부여중 2학년생 김아무개(15)양은 "학교에서 집이 멀어서 잠도 못자고 아침밥도 잘 못 먹고 다녀서 힘들었다"며 "9시 등교로 아침에 여유가 생겨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의정부여중 학생들은 지난 6월 이재정 교육감에게 9시 등교를 제안해 정책 추진을 이끌어낸 당사자들이다. 이 학교 3학년 6반 오지수양 등은 당시 경기도교육청 홈페이지 정책제안 게시판에 "사춘기가 되면 청소년의 하루 뇌 수면주기는 25.3시간으로 일반성인의 24.18시간보다 길어져 수면 유도 호르몬인 멜로토닌 분비가 시작되는 시점이 한 시간가량 늦어진다"며 "이런 이유에 따라 등교 시간을 9시로 늦춰야한다"고 썼다.

수능을 앞둔 고3 학생들은 어떨까? 구리 인창고 3학년 김아무개(19)군은 "원래 야자(야간자율학습)를 오후 10시까지 하는데, 야자를 하고 나면 다음 날 아침 시간에 집중이 잘 되지 않는다"며 "아침 등교 시간이 1시간 늦춰지면 훨씬 더 편할 것 같다"고 전했다.

서울 신현고 3학년 이은솔(19)양도 "야자를 한 뒤 밤 12시에 집에 간다, 다음 날 오전 7시 40분까지 등교한 이후 8시 10분까지 자습을 하는데, 이때 제대로 공부를 하는 친구는 거의 없다"면서 "9시에 등교하면, 아침에 공부할 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동원중학교 이아무개(55) 교사는 "학생들이 아침 일찍 학교에 와서 수업 시간 전까지 제대로 하는 것이 없다"며 "학생들이 너무 일찍 등교하면, 1교시에 졸고 집중을 하지 못한다"고 전했다.

일부 학생들은 9시 등교에 찬성하면서도 하교 시간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인창고 1학년생인 안아무개(17)군은 "학교가 늦게 끝나면 많이 피곤할 것 같다, 오후에 보충수업도 있는데 더 늦어지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이에 대해 민윤 경기도교육청 교육과정지원과 장학사는 "등교 시간과 1교시 수업 시간 사이의 공백을 줄이면, 하교 시각이 늦어질 이유가 없다"고 전했다.

교육 전문가들은 9시 등교 논의를 학생들의 인권 보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승배 전주교대 교수는 "경기도교육청의 9시 등교 정책 시행과정에서 절차적인 문제가 없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이 제도의 본질은 학생의 수면권과 휴식권을 보장하고자 하는 것이다, 절차상의 문제 때문에 본질을 외면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충익 의정부여중 교장은 "특히 인문계 고등학교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가장 부담스러워 하는 수업은 1교시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을 더 일찍 오도록 한 뒤 1교시 수업을 하는 것은 선생님과 학생들에게는 너무 힘든 일"이라고 전했다. 

덧붙이는 글 | 이겨레 기자는 <오마이뉴스> 20기 인턴기자입니다.



태그:#9시 등교, #이재정, #경기도, #인창고등학교, #의정부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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