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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값 인상' 기사를 살펴보면서, 담뱃값 인상과 관련해 몇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우선 나에 대해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나는 현재 한국이 아닌 헝가리에 거주하며 외화 벌이를 하고 있는 직장인이다. 이곳(EU)의 담뱃값은 한국의 배가 넘는다. 흡연 인구 역시 상당한 수준이다.

돈을 잘 벌어서 담배를 피운다거나 소득 수준이 좋아 담배를 피우는 것은 아니다. 주관적 판단일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본 사람 중 대부분은 저소득층이 더 흡연을 즐긴다. 또한, 비싼 담뱃값 때문에 담배를 직접 말아 피우는 사람들도 쉽게 볼 수 있다. (담뱃가게에서 기계와 담뱃잎, 필터, 종이를 별도로 팔고 있다)

나는 17살부터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거의 20년 넘게 담배를 태우고 있지만, 이제는 정말 끊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얼마 전 가족과 통화 중 정말 놀라운 이야기를 듣게 됐다. 아버지가 50년 가까이 피우시던 담배를 드디어 끊으셨다는 것이다.

이유는 정말 간단했다. 다섯살배기 손녀가 담배 냄새를 싫어해서다. 나 역시 예외 대상이 아니다. 이제 한국에 들어가면 금연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 돼버렸다. 담배가 인체에 해롭다는 것은 모두가 특히, 흡연자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그리고 대다수 흡연자들은 금연을 희망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생각은 있으되 실천이 안 되는 게 바로 금연이다. 담뱃값 인상이 흡연 인구 감소에 도움될 수도 있다는 의견엔 동의한다.

나 역시 비싼 담배를 사면서까지 건강을 해치고 내 용돈의 상당 부분을 담배로 쓰고 싶은 생각은 없다. 차라리 그 돈으로 딸내미 맛난 거 하나 더 사줄 것이다. 하루 한 갑씩 한 달이면 15만 원. 이 돈이면 우리 가족 외식 두 번은 한다.

담뱃값 인상으로 얻은 세수... 똑바로 활용해야

그 전에 정부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다. 담뱃값 인상을 통해 늘어난 세수 부분을 어디에 사용할 계획인가? 늘어난 세수를 흡연을 통해 발생된 질병 관리나, 흡연 인구 감소를 위한 정책, 캠페인, 복지 등에 사용한다면 쌍수를 들어 찬성이다.

하지만 다른 부분(가령 예전처럼 4대강 사업 등 공적 자금 투입)에 쓰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부자 감세 정책을 실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서민에게 다시 세금을 확대해 부족한 세수를 채운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담뱃값 인상만이 흡연 인구 감소를 위한 최선책은 아니다. 왜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서 흡연 인구 감소를 위해 세운 정책들, 그 수많은 성공 사례를 도입하려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얼마 전 헝가리에선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마트나 주유소 등에서 담배 판매를 금지하는 법을 시행했다. '우리도 시행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담배 구매를 조금 불편하게 하는 등 흡연 인구를 줄이기 위한 실질적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얼마전 한국에서 온 직원이 주고간 담배. 역시나 깨끗(?)한 표지!
 얼마전 한국에서 온 직원이 주고간 담배. 역시나 깨끗(?)한 표지!
ⓒ 정종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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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스러운 사진이 담배를 피울때마다 흡연의 위험함을 상기시킨다.
▲ EU(헝가리)의 담배 외형 혐오스러운 사진이 담배를 피울때마다 흡연의 위험함을 상기시킨다.
ⓒ 정종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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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의 담배 곽은 정말 혐오스럽게 디자인되어 있다. 피우는 사람이 볼 때마다, 담배는 해롭다는 것을 알 수 있도록 말이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오히려 더 잘 팔리도록 '예쁘고 멋지게' 디자인하는 것 같다. 고작 들어간 게 "담배는 인체에 해롭습니다"라는 문구 정도. 이거 누가 몰라서 담배 피나?

담뱃값 인상 전 할 수 있는 흡연 인구 감소 정책부터 고민하고 시행해보길 정부에게 권한다. 또한 담뱃값 인상을 통해 확보된 세수를 다시 국민 건강 증진에 쓰일 수 있도록 고민을 하기를 함께 건의한다. 이것이 바로 진정 국민을 위한 '금연' 정치일 것이다.


태그:#금연, #흡연, #담배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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