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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은 전태일 열사 기일이었다. 그런 만큼 다사다난한 일들이 있었다.

우선 영화 <카트>가 개봉했다. 배경은 2007년 당시의 이랜드 사태이다. 당시는 파견노동자를 고용한 지 2년이 지나면 정규직으로 고용할 의무를 법으로 막 제정한 시기였다. 이랜드는 이 법의 허점을 노려 600여 명의 이랜드 판매원을 계약해지하였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이랜드일반노동조합은 이에 점거농성까지 불사하는 등 결사저항했고, 몇 백일 만에 노조 간부들만 해고를 받아들이면서 사태는 일단락되었다.

쌍용차 정리해고가 무효임을 선언한 2심 판결을 파기환송한 대법원의 선고 또한 있었다. 나는 2심 판결이 사회안전망이 빈약한 한국 사회에서 정리해고 요건을 강화하는 판례를 남긴 의의가 있고, 이에 따라 대법원도 정리해고를 무효로 선고해주길 바랐다. 그러나 대법원은 2심 법원의 판결이 잘못되었으니 다시 선고를 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쌍용차 사태를 바라보는 내 심정은 다소 복잡한 편이다. 소송을 제기한 쌍용차 해고 노동자는 민주노총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소속이다. 쌍용차노조가 산별노조로 조직전환은 했지만, 사실상 산별노조 강화에 적극적인 활동을 한 적은 없다.

게다가 같은 컨베이어벨트를 타는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도 외면했다. 대추리 미군기지 이전 투쟁 때, 쌍용차 노동자들이 동네에선 가장 잘 사는 축에 속하는데, 현장 노동자들은 투쟁에 불만을 갖고 연대하지 않는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일종의 자기들 특권 지키기에만 급급한 정규직 이기주의의 표본이었던 셈이다.

아무튼 그러던 그들은 77일의 옥쇄파업 후 어느 순간 사회적 약자가 되버렸다. 어찌보면 우리가 정규직 이기주의 문제로 불편해하는 현대차 노동자들이 정리해고 되어 농성을 하는 모습을 떠올려볼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쌍용차 정리해고가 엄청난 비극이라 느꼈고 그들을 위한 연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대한문 집회도 자주 참석했다.

이랜드 사태와 쌍용차 사태가 겹치는 점은 정리해고의 문제다. 두 사태에서 모두 노조의 결사저항이 있었다. 우리 사회는 노동시장에 좋은 일자리로의 입직이 어렵고, 노동시장으로부터의 강제퇴거는 쉬운 경향이 있다.

우리나라가 OECD에서 노동시장의 유연성 기준으로 평균 이상인 게 정규직 보호는 튼튼한 데 비해, 비정규직 해고는 너무 쉽다는 해석 또한 있다. 이는 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보호는 비교적 튼튼하고 비정규직에 대한 해고는 너무나 용이하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쌍용차, 한진중 사태 등 최근의 정리해고 논란이 있듯이, 정규직 또한 고용불안 문제로부턴 자유롭진 않은 편이다.

우리 사회의 비극이자 민낯들인 이랜드가 재조명 되어가고 쌍용차는 앞으로의 전망이 어두워졌다. 이는 단순히 이랜드 노동자가 노동시장 끝자락에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였고 쌍용차가 안정된 일자리에서 일하며 사회적 약자들을 외면하던 정규직 이기주의의 표본이었다는 결과는 아니다. 하지만 두 사태가 뭔가 교차하는 느낌은 감출 수 없다.

쌍용차 사태를 보는 내 복잡한 심정과 다르게 대법원의 판결이 확실하게 경영자의 입장에 놓인 것은 확실한 것 같다. 판결의 요지를 요약하면 거의 해고 결정 등에 대한 문제는 경영자의 재량이란 것이다. 경영자의 재량 앞에 그 다른 모든 것이 실종된 판결이라는 느낌이다. 노동의 가치가 존중받는 사회는 그나마 최후의 인권의 보루인 법원에서도 요원한가?

그리고 왜 노사합의로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가? 왜 법원이라는 남의 잣대에 의지해야할까... 법원에 맡기는 것은 승자와 패자가 확연하게 구분되는 게임이다. 여기서 우리사회의 노사관계와 노동운동이 실종된 것을 본다.

어쨌거나 힘든 나날들을 보내고 계신 분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서먹하다.


태그:#쌍용차, #카트, #대법원, #이랜드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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