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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지갑에 들어 있는 2015년 1월 생활비
 필자 지갑에 들어 있는 2015년 1월 생활비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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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30년 넘게 해오던 가게를 그만두고 백수가 된 2002년 아내에게 매월 용돈으로 5만 원씩 받다가 담배를 끊은 2004년부터 3만 원씩 받았다. 밥을 해먹기 시작한 2007년 20만 원으로 대폭 인상됐고, 2009년 3월부터 25만 원을 받고 있다. 모두 내가 원하는 금액이기에 고마울 따름이다. 그 속에서도 조금씩 저축해서 선물도 구입하고, 급할 때 비자금 뭉치를 내놓기도 하였다. 다시 말해 50대 이후 '짠돌이 인생'을 살아온 것이다. - 기자 말    

"한 달 생활비가 25만 원이라고요···. 그 돈으로 부족하지 않으세요?"

내 기사를 꼼꼼히 읽는 지인들에게 가끔 듣는 질문이다. 칭찬인지 위로인지 모르겠으나 그들은 하나같이 "대단하다!"는 감탄사를 덧붙인다. 질문의 요지는 하나. 그러면서도 다양한 반응을 나타낸다. 40년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퇴직연금으로 아내와 노후를 보내는 지인은 "매월 수백만 원씩 받는 사람도 항상 쪼들린다"며 어떻게 가능한지 비법을 묻기도 하였다.

처음에는 상대가 나의 한 달 생활비를 화두로 꺼내면 쑥스럽고 창피했다. 그러나 요즘엔 낯이 두꺼워져 지출 내용과 절약 방법까지 곁들여 설명해준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아끼고 안 쓰면 10만~20만 원으로도 한 달 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앞뒤 설명도 없이 "돈은 안 쓰면 모을 수 있다"고 말하면 너무 막연해서 기본적인 방법으로 돈을 소중하게 여겨보라고 권한다.

돈을 소중히 여기라는 말은 액수를 얘기하는 게 아니라 백 원짜리 동전 하나도 돈 자체를 깨끗하고 소중하게 보관하라는 뜻이다. 다시 말해 돈을 구기거나 지저분하게 사용하지 말고, 아무리 잔돈이라도 허투루 사용하는 것을 자제하라는 것이다. 나 역시 아내에게 생활비를 받을 때마다 고맙다는 인사를 빼놓지 않으며, 돈을 그림에 맞게 가지런히 정리해서 지갑에 넣어둔다. 아주 사랑스러운 마음으로.

생활비 절약 지름길은 '금전출납부' 작성하기 

나는 밥을 해먹기 시작한 2007년 6월부터 금전출납부(아래 가계부)를 써오고 있다. 처음에 입출금 명세만 적다 보니 궁금하고 답답할 때가 종종 있었다. 예를 들어 그날 누구를 만났기에 자장면값으로 1만 5000원을 지출했는지 내역을 몰라서였다. 해서 2009년 2월부터 외출한 시간과 만난 사람 등 주요 일정과 간호사인 아내 '근무표'까지 메모한다.

위와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생활비 절약 비법을 묻는 이들에게 가계부를 작성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카드와 현금을 사용한 장소와 날짜, 액수 등을 꼼꼼히 정리하면서 돈을 더욱 아끼고 절약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가계부를 작성해온 지 7년 남짓. 긴 시간은 아니지만, 그날의 씀씀이를 기록할수록 지출은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동네 슈퍼마켓은 물론, 원거리 여행을 할 때 기차, 버스, 국립공원 입장권, 식당 영수증 등을 모으는 버릇을 들이는 것도 가계부를 작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처럼 사소한 것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잘 정리한 가계부는 입출금 내용을 적어놓은 골치 아픈 장부이기에 앞서 아름답고 향기로운 '추억의 노트'로 거듭나게 된다.    

그날그날 일어난 일들을 꼬박꼬박 정리하다 보니 자괴감과 불편한 감정으로 가끔 짜증이 나기도 했다. 초등학교 학생이 겨울방학 일기 쓰듯 사흘치를 몰아서 정리할 때도 있었다. 그래서 얘긴데, 가계부 정리는 '나와의 싸움'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때마다 마음을 곧추세우고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하려고 노력하였다. 그 결과 돈보다 소중한 재산이 됐다.    

생활비 절약을 위한 이런저런 '짠돌이 전략'들

나이가 들고, 아내에게 생활비를 받으면서 추구하는 목적과 방법, 의식 등이 바뀌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아무리 급해도 서두르지 않기, 먼 거리도 시내버스 이용하기 등이다. 장비가 필요한 등산을 걷는 운동으로 대체하였고, 매일 아침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걷기 운동은 15년, 스트레칭은 20년 가까이 해오고 있는데 기대 이상으로 효과를 보고 있다. 

젊어서는 가까운 거리도 택시를 타고 다녔으나 50대 이후 시내버스로 바뀌었다. 시내에서 사람을 만날 때도 2km 이내는 걷고, 원거리는 시내버스를 이용한다. 스트레칭도 집에서 하므로 매월 지급해야 하는 헬스장 등록비를 절약하고 있다. 고가의 장비와 의류, 교통비 등 등산 비용을 절감한 것도 큰 수확이 아닐 수 없다. 

장보기는 재래시장 이용을 원칙으로 하며 '부식비 아끼기 수칙 5'를 세워놓고 실행한다. 첫째, 끼니마다 식탁에 오르는 반찬을 네 가지 이내로 제한하기. 둘째, 한 달에 한 번 이용해도 단골집 만들기. 셋째, 장보기에 앞서 구매할 찬거리 메모하기. 넷째, 메모장에 없는 품목은 아무리 맛있게 보여도 미루기. (다음에 사 먹지 못해도 서운할 뿐 손해는 아님) 다섯째, 아무리 저렴하게 느껴져도 한꺼번에 다량으로 구입하지 않고 자주 장보기 등이다.

나의 가장 큰 취미는 사진촬영과 서예이다. 비가 오는 날도 외출할 때 카메라를 가장 먼저 챙긴다. 어쩌다 빈손으로 외출하면 허전할 정도다. 사진은 40년, 서예는 30년이 넘었는데, 취미는 유지하되 목적을 바꿨다. 각종 공모전과 전시회 출품을 목적으로 작품을 구상하고 연습에 몰두했으나 비용이 만만치 않아 카메라와 묵향을 가까이하는 것으로 만족을 느끼고 있다.

한겨울 난방비 아끼기 으뜸 전략으로 집에서 두툼한 옷 입기를 핵심으로 삼는다. 양말과 두툼한 실내화 착용도 빠질 수 없다. 보일러는 매년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내가 거주하는 서재에서만 사용한다. 등유는 1년에 두 드럼 사용을 목표로 한다. 보일러 작동은 당일 기온에 따라 2~3시간 간격으로 설정해놓는다.

예전에는 결혼식과 상가(喪家)에 열심히 쫓아다녔다. 그러나 지금은 가까운 친지 외에는 참석하지 않는다.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정해놓고 '안 주고 안 받기 운동'을 시작한 것. 3년 전 장모님이 돌아가셨을 때도, 2년 전 딸 결혼식 때도 이곳저곳 알리지 않았다. 미리 알고 축의금을 보내온 동창과 지인들은 메모해놓았다. 훗날 고마운 마음을 돌려드리기 위해서다.

지난 12월 초에는 책 출간을 앞두고 주변에서 출판기념회를 열라고 권했지만, 정중히 사양했다. 축의금 받는 게 부담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살다 보니, 사람들과 만남이 뜸해지고, 생활 범위도 좁아졌다. 그래도 개의치 않는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 갚는다'고, 연락을 받고 참석을 못 하면 사과하고, 손위 지인에게 가끔 안부도 묻는 등 원만한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안 주고 안 받기 운동'으로 시작한 나의 '짠돌이 인생'. 건강하고 행복한 노년을 위해 새롭고 참신한 '짠돌이 전략'을 개발하면서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태그:#짠돌이, #생활비, #가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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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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