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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에서 온 아도화상은 불교를 몰랐던 신라 눌지왕 때 큰 병이 든 성국공주를 위해 부처님께 기도를 올려 낫게했다고 한다. 그 이후로 집안에 병든 이가 있거든 아도화상에 정성스레 향을 피워 소원을 빌게되면 병이 낫는다고 한다.
▲ 도리사 아도화상전 앞 간절한 소망을 담은 소원 양초들 고구려에서 온 아도화상은 불교를 몰랐던 신라 눌지왕 때 큰 병이 든 성국공주를 위해 부처님께 기도를 올려 낫게했다고 한다. 그 이후로 집안에 병든 이가 있거든 아도화상에 정성스레 향을 피워 소원을 빌게되면 병이 낫는다고 한다.
ⓒ 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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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마지막 날인 31일에 우리 가족은 구미시 해평면에 위치한 태조산 자락 도리사에 다녀왔다. 도리사는 구미시 형곡동에서 30분 남짓 걸리는 거리에 있어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쉽게 다녀올 수 있는 곳이다.

도리사는 불교를 최초로 신라에 전파한 아도화상이 창건한 절이다. 가족과 함께 조용한 산사를 찾아 한 해를 마무리하며 가족의 행복과 건강을 소원 빈다.
▲ 눈이 내려 운치 있는 도리사 앞마당 도리사는 불교를 최초로 신라에 전파한 아도화상이 창건한 절이다. 가족과 함께 조용한 산사를 찾아 한 해를 마무리하며 가족의 행복과 건강을 소원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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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날이면 마치 겨울잠을 자는 곰처럼 집에 틀어박혀 꿈쩍거리기 싫어할 정도로 잠이 많고, 집에만 있고 싶어하는 아내에게 연말이고 해서 아이들과 함께 도리사에 가자고 하니 의외로 순순히 응한다.

3년 전 우리 가족은 도리사 바로 아래에 있는 주차장 옆 정자에서 라면을 맛있게 끓여 먹으며 여흥을 즐긴 적이 있었다. 이따금씩 멀지 않은 근교에 나가 라면을 끓여 먹고 오는 재미가 솔솔해 갑작스럽게 가자고 해도 아이들과 아내는 즐겁게 따라 오곤 한다.

이날은 눈이 내린 도리사의 운치를 만끽하고 얼마 전 처음 알게 된 서대(전망대)로 데려가 멋지게 펼쳐진 낙동강 주변의 풍경을 구경시켜 주고 싶어서였다.

아내는 도리사 주차장에 차를 두고 걸어 올라가자고 했지만, 나는 지난해에 바꾼 차의 성능을 시험도 해볼겸 차를 몰고 도리사 입구 바로 옆 주차장까지 몰고 올라갔다. 예전 차 같았으면 엄두도 못 내고 중턱에서 엔진이 가열되어 연기가 났을텐데 역시 새차 성능은 대단했다.

나의 안전 운전 솜씨를 철석같이 믿고 있는 아내였고, 천진난만한 아이들이라 별로 게의치 않고 도리사에 도착하게 되었다. 수북히 쌓인 눈에 환호성을 질러대는 아들과 딸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토끼처럼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산 아래는 눈이 내리자마자 금방 녹지만, 제법 높은 곳에 있는 도리사의 눈은 여전히 남아있다.

산아래 도시에서는 쌓인 눈이 없어 아쉬웠지만 도리사엔 눈이 가득했다.
▲ 도리사 극락전 앞 석탑에서 눈뭉치 만드는 아이들 산아래 도시에서는 쌓인 눈이 없어 아쉬웠지만 도리사엔 눈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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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바쁜 일상의 연속이였는지라 우리 가족이 한 낮에 나들이를 나온 적이 손에 곱힌다. 지난 여름 휴가 이후로 입시학원을 한 후 일주일에 한 번정도만 겨우 쉰다. 그러므로 저녁시간에 잠깐 식사를 하는 정도가 전부였다.

아내와 아들과 딸에게 이왕이면 더욱 즐거운 도리사를 추억하게 해 주고 싶다. 발자욱 하나 없는 눈밭 위에 큰 대자로 누워, 내 몸의 형체를 남게 했더니 다들 웃으며 좋아했다. 아들과 딸에게도 해보라고 주문하니, 주저 없이 벌러덩 뒤로 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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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깨끗한 눈위에서 아이들은 강아지 마냥 신나고 즐겁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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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사의 극락전 앞 석탑을 둘러보며 아이들에게 몇 층일까 내기도 걸어보다. 지난 번에 봤던 삽살개가 있는 곳까지 둘러보았다. 어릴 적에 동네 개에게 호되게 당했던지 아내는 유달리 개를 무서워한다. 하지만 2년 전, 겨울이 끝날 무렵에 진도개를 분양해 와 키운 후로는 한 가족처럼 지내게 되었다. 아내는 도리사 내 건물의 한 켠에 있는 삽살개들을 보자, "우리 개도 데리고 왔으면 좋았겠다"며 다음에 올 때는 함께 오자고 얘기를 한다.

도리사에 들어서자마자 아내는 무엇인가를 유심히 살펴본다. 도리사를 창건한 아도화상을 기리기 위해 만든 아도화상전에 초를 올려 소원을 빌라는 문구를 읽곤 천막 안의 보살에게 물어 소원초를 샀다. 아내는 양초 가격이 개당 만 원이라는 것을 보고 다소 떨떠름한 표정이었지만, 이내 큰 마음 먹고 사는 거라며 호탕하게 웃으며 두 개를 샀다.

양초에 이름을 적고 소원을 적어 넣는다. 하나는 아내의 이름과 사업 번성을 기원하는 문구를 적었고, 또 하나는 지난해 수능을 치른 제자의 이름과 대학 합격을 기원하는 문구를 적었다. 왜 우리 소원은 안 넣느냐고 물으니, 아내는 자기가 잘 되면 우리 모두가 잘 된다며 귀엽게도 일리 있는 거만을 떤다.

도리사에서는 간절한 소원을 양초에 담아 아도화상전 앞에 두고 소원빈다.
▲ 소원을 비는 양초에다 대학에 합격하기를 기원하며 제자의 이름을 적는 아내 도리사에서는 간절한 소원을 양초에 담아 아도화상전 앞에 두고 소원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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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의 이름을 적어 넣는 것을 보며 간절히 합격을 바라는 아내의 마음이 이해가 갔다. 우여곡절 끝에 두개의 양초 모두 불이 잘 살아나는 가운데 소원을 빌게 되었다. 아내는 불 붙기 힘든 상황이었지만 아저씨가 도와 주셔서 웬지 의미있는 일로 생각된다며 내심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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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도화상전 앞에서 소원을 비는 우리가족과 우연히 함께한 사람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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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도화상전에서 소원을 빈 뒤, 가파른 계단을 내려와야만 했고 아들은 겁을 먹어 엉거주춤 손과 발을 계단에 디디며 조심조심 내려갔다. 아들에 비해 용감한 딸은 당당히 서서 오빠 뒤를 따라 내려가는 모습이 대조되어 웃음짓게 만든다. 사실 계단이 워낙 경사지고 해서 나 또한 가슴 조마조마하며 내려갔다.

아내와 아들과 딸에게 서대의 풍경을 빨리 보여주고 싶었다. 내가 처음 서대에 처음 왔을 때 느낀 감동을 그대로 느끼며 감탄사를 연발 할거란 예상을 한 채 서대로 향하는 길을 따라 흐믓한 발걸음을 옮겼다. 서대로 향하는 길은 산비탈의 소나무 숲 사이로 목재로 이어 만든 운치있는 길이어서 나름 유럽풍 분위기가 나는 것이 낭만적이다. 다소 추운 날씨였지만, 신선한 공기로 둘러 쌓인 소나무 숲은 상쾌함 그 자체였다.

서대로 가는 길 위에서 아내에게 뽀뽀를 해 주니 마치 연애 초기에 가졌던 설레이며 짜릿했던 기분이 들었다. 결혼 12년 차에 들어서 어느덧 아이들이 훌쩍 자랐고, 부부간에 예의와 격식이 사라진 지가 이미 오래다. 아들과 딸은 우당탕거리며 뒤에서 달려와 서대 위로 올랐다.

가슴이 트일 정도로 시원하게 펼쳐진 대자연의 광경에 아들과 딸과 아내는 탄성을 질렀다. 서대는 마치 우리가 해외의 유명한 장소에 여행을 온 듯한 기분을 들게 만들어 주었고 아이들은 이 다음에도 또 오자며 흡족해 했다.

알몸으로 태어나 아둥바둥 인생을 살아왔고 큰 부는 없을지라도 세상의 아름다운 모든 것들을 함께 바라 볼 수 있는 가족이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행복한가.
▲ 서대에서 바라다 보이는 멋진 풍경들은 가슴을 트이게 하며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알몸으로 태어나 아둥바둥 인생을 살아왔고 큰 부는 없을지라도 세상의 아름다운 모든 것들을 함께 바라 볼 수 있는 가족이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행복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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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일터에서만큼은 그 누구보다도 활발하며 생기 넘치지만, 집에서만큼은 쉰다는 이유로 느림보 굼벵이 그자체였다. 오죽했으면 '나무늘보 곰탱이'라고 농담반 핀잔을 듣기도 한다. 2014년 마지막날인 이날 순순히 도리사를 따라 온 이유를 생각해보니, 우리 가족의 건강한 행복을 기원하고 싶은 마음과 제자의 대학 합격을 간절히 소원 빌고 싶어했던 마음이 작용했지 않았을까 여겨진다.

금오산과 낙동강이 의연히 자리잡고 있는 서쪽 하늘 위에서 찬란히 빛나는 태양을 배경으로, 다소 역광이 비칠지라도 우리가족의 건강한 미래를 염원하며 찍은 기념사진과 함께 우리 추억의 발자취를 남긴 하루였다. 평생토록 건강한 웃음을 잃지 않고 명랑한 삶을 만들어가는 가족이 있다는 사실에 늘 감사하자.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유통신문>과 <한국유통신문>의 카페와 블로그에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도리사 아도화상, #서초동 일가족의 비극, #한국유통신문 오마이뉴스 후원, #구미김샘수학과학전문학원 수학무료동영상 강의, #모빌포스 김성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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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빨간이의 땅 경북 구미에 살고 있습니다. 주변의 사람들이 체감하고 공감할 수 있는 우리네 일상을 기사화 시켜 도움을 주는 것을 보람으로 삼고 있으며, 그로 인해 고맙다는 말을 들으면 더욱 힘이 쏫는 72년 쥐띠인 결혼한 남자입니다. 토끼같은 아내와 통통튀는 귀여운 아들과 딸로 부터 늘 행복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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