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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태안군 안면읍 승언리 이주단지 주민들이 억울함을 호소하고있다.
 충남태안군 안면읍 승언리 이주단지 주민들이 억울함을 호소하고있다.
ⓒ 신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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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간 충남도의 약속만을 믿고 기다렸다. 다시 원점으로 갔다는 발표를 듣고는 이제는 죽기 전에 소용 없게 됐구나 하고 절망했다."
"국제관광지에 내 땅을 순순히 내준 우리들만 거지가 되었다. 끝까지 버티다가 바닷가 좋은 땅을 받은 사람들은 부자가 됐다. 충남도의 일관성 없는 행정에 우리 이주단지 주민들은 죽고 싶은 심정이다."

지난달 29일 충남 태안군 안면읍 승언4리 이른바 '이주단지'에서 만난 지역주민들은 깊은 절망을 넘어 분노를 표출했다.

정부와 충남도는 지난 1991년 태안 안면도 일부 지역을 국제관광지로 지정했다. 당시 주민들은 국제관광지 지정 구역의 2.5%(나머지는 도 소유)를 사유지로 갖고 있었다. 주민들은 국제관광지 지정 이후 충남도에 문전옥답을 빼앗겼다고 말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관광지 지정고시에 따라 사유지와 임대 경작하던 도유지(도 소유 땅)를 빼앗기고 2000년대 초반 충남도가 마련해준 이주단지에 3.3㎡당 20만 원 총 4950㎡씩 3000만 원을 주고 옮겨와 집을 짓고 살고 있다. 아래는 한 주민의 증언이다.

"당시 충남도는 이곳을 준도시지역으로 고시해 3.3㎡당 10만~15만 원선으로 보상했다. 반면 이주단지는 이보다 5만 원 비싸게 주민들에게 팔았다. 그리고 주민들에게는 2년 안에 이곳 인근에 대규모 국제관광지가 지정되면 펜션 등을 지으면 부자가 된다, 안 돼도 인근 관광지에 일자리가 넘쳐나니 골라서 취직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충남도는 또 5년 안에 개발을 안 하면 여러분들 땅을 다 되돌려 주겠다고 했다. 이후 임대하던 경작지의 작물 보상도 3년치를 계산해서 통장에 넣어 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보상이 끝나고는 9년치를 잘못 입금했다며 다시 우리들의 통장과 남은 재산에 압류를 해서 60%를 빼앗아 갔다. 빨리 이주 시키기 위해 주민들을 속인 것이다."

충남도가 국제관광지로 지정된 직후 개발이 바로 될 것처럼 주민들을 속여 이주단지로 내몰았다는 것이다. 또 세계적인 휴양지가 되면 이주자들이 지은 펜션과 민박도 사람들로 넘쳐 날 것이라고 현혹했다는 주장이다. 다른 한편 2년 안에 건물을 짓지 않으면 토지 소유권을 박탈하겠다고 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대출을 받아 펜션과 주택을 신축했다는 것이다.

안면도국제관광지, 2014년에는 무조건 추진된다고 하더니...

도로 아래부분에 있는 안면도 국제관광지 이주단지
 도로 아래부분에 있는 안면도 국제관광지 이주단지
ⓒ 신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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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안면도국제관광지 지정됐지만 충남도의 약속과 예측과는 달리 개발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충남도는 처음에는 공영개발을 시도했지만 여의치 않자 민간투자자 모집에 나섰다. 이마저도 용이하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 2006년 투자자공모때에는 경기호황 등에 힘입어 성황을 이뤘다.

하지만 개발 바람이 불자 1만 원 하던 땅들이 공시지가만 38만 원으로 뛰어 올랐다. 5년 안에 개발을 안 하면 땅을 되돌려 주겠다던 약속은 온데간데 없었다. 오히려 충남도는 땅값 상승을 근거로 임대지의 임대료를 대폭 올려 받았다. 도유지를 임대 받아 농사를 지어봤자 임대료도 안 나오는 경우가 허다해 아예 임대를 포기하는 일도 속출했다. 개발이 지연되면서 재산권 행사 제약으로 불편을 당했는데도 충남도가 오히려 임대료 상승으로 불이익을 가했다는 것이다.

승언4리 라우식 이장은 "관광지 개발을 이유로 지난 24년 동안 행정규제 지역으로 묶여서 인근 꽃지 주민들은 제 집도 마음대로 못 고치는 경우가 허다했다"며 "심지어 개집을 고쳤다가 벌금을 내는 경우도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안희정 충남지사 취임 이후인 2012년 충남도 관광과장이 찾아와 '늦어도 2014년까지 국제관광지는 무조건 추진되니 조금만 참아 달라'고 공개적으로 주민들에게 약속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충남도는 지난해 말, 사업시행자인 인터퍼시픽컨소시엄이 충남도에 사업포기 의사를 전달,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상실시켰다. 24년 간 기다려왔지만 다시 사업이 원점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라 이장은 "이제 와 다시 원점에서 추진한다는 청천벽력같은 얘기를 언론을 통해 들으니 주민들을 무시해도 너무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문전옥답을 빼앗기고 생계 유지도 못할 궁색한 생활"

산허리를 잘라버리고 방치된 관광지 예정지
 산허리를 잘라버리고 방치된 관광지 예정지
ⓒ 신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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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사는 김기현씨는 "이주단지로 이사를 와 빚을 내 민박집을 짓고 손님을 기다려도 안쪽에 있어 도로변에서 보이지도 않는다. 우리 이주단지 주민들은 하나같이 생계가 위협 받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그래서 충남도에 우리 할아버지 때부터 경작하던 임대지가 풀밭으로 변한 것이 안타까워 1년씩이라도 농사를 짓게 해달라고 사정해도 차라리 풀밭으로 놔두는 것이 낫다며 거절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왜 조상들이 물려준 문전옥답을 빼앗기고 생계유지도 못할 정도의 궁색한 삶을 살고 있는지 울화통이 터진다"고 토로했다. 그는 "오히려 우리처럼 충남도에 협조한 사람들은 거지가 되고 버티고 있었던 사람들은 바닷가 땅으로 대토를 해줘 부자가 되었다"며 충남도의 일관성 없는 행정을 비난했다.

이주단지 한 할머니가 굳게 닫힌 펜션 앞에서 긴 한숨을 쉬고 있다.
 이주단지 한 할머니가 굳게 닫힌 펜션 앞에서 긴 한숨을 쉬고 있다.
ⓒ 신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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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할머니의 사연은 더 기구하다. 이 할머니는 모든 땅을 수용 당한 후 그 보상비로 이주단지에 펜션을 지었다. 직장생활 하던 아들 부부까지 이곳으로 내려와 펜션을 시작했다.

첫 해는 방 7개에 손님이 들어 그런 대로 유지가 되었으나 다음해부터 관광지 개발이 미뤄지고 바닷가에 펜션들이 들어서면서 산골에 위치한 이주단지에는 손님들의 발길이 끊어졌다. 결국 남편은 화병으로 세상을 등지고 아들 부부는 경국 포항으로 돈 벌러 가버렸다. 이제 할머니는 혼자 집을 지키고 있다. 겉만 번지르한 펜션은 이미 수년 전부터 손님을 받지 못해 객실엔 곰팡이가 피었다.

이 할머니는 "충남도의 반복적인 거짓행정이 행복했던 우리 가정을 파탄에 이르게 만들었다"며 "내가 죽기 전에 흩어진 우리 가족들이 같이 살 수 있다면 여한이 없다"며 눈물을 흘렸다.

손님의 발길이 끊긴 펜션이 객실은 쓰레기장으로 변했다.
 손님의 발길이 끊긴 펜션이 객실은 쓰레기장으로 변했다.
ⓒ 신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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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도관광개발사업 추진 경과
관광지 지정에서 투자자 지위상실까지
위 치 : 충남 태안군 안면읍 승언, 중장, 신야리 일원
사업비 : 총 사업비 1조474억원(공공 1410억, 민자 9064억)

▲'91년 2월 : 충남 태안군 안면읍 승언리 일원 936천평 안면도국제관광지 지정, 골프장 및 해양종합리조트 등
▲'99년 6월 : 218천평 추가 지정
▲'97~2001년: 충남도 공영개발 추진했으나 성과 못냄
▲'02년     : 안면도국제꽃박람회 대비, 일부 지구별 분할개발
▲'03년     : 충남도,알나스르사와 개발 투자협약 이후 투자이행금 미납으로 계약해지
▲'05년 9월 : 안면도관광지개발 투자제안서 모집
▲'06년     : 투자제안서 접수결과 7개 컨소시업/44개 업체 참여,
             충남도, 인터퍼시픽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
▲'07년     : 탈락한 대림오션캔버스 반발, 소송제기 , 인터퍼시픽, 칼라리조트, 링크스 등 4개 컨소시엄선정)
▲'09년     : 충남도 승소(선정과정 문제없다 판결)
▲'13년     : 인터퍼시픽컨소시엄, 안면도 관광지 개발 계획 발표
             (2020년까지 3단계로 18홀 규모의 퍼블릭 골프장, 200실 규모 6성급 호텔, 콘도, 테마파크 등)
▲'14년 7월 : 인터시픽컨소시엄,충남도에 계획변경 요구, 1단계(골프장, 콘도) 사업만 추진하고 나머지 사업은 포기 등
▲'14년 12월: 충남도 수용불가 입장 통보, 인터퍼시픽컨소시엄 사업포기 의사 충남도 전달
             충남도 인터퍼시픽컨소시엄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상실통보
▲'15년 2월 : 안희정 충남도지사, 주민 반발에 "안면도 개발 의지 확고" 입장 발표

덧붙이는 글 | 바른지역언론연대 태안신문에도 실립니다



태그:#안면도, #안희정 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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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시대를 선도하는 태안신문 편집국장을 맡고 있으며 모두가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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