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최)동원아, 엄마 오늘 프로야구 시구 잘했다. 오늘 아침에 너에게 힘을 실어달라고 말했는데, 네가 도와줘서 엄마가 잘했다."

   2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케이티 위즈의 올 시즌 프로야구 개막전에는 고(故) 최동원의 어머니 김정자 여사가 시구자로 나섰다.

   1984년 한국시리즈에서 홀로 4승을 거두며 롯데에 첫 우승컵을 안긴 최동원은 부산은 물론 한국 야구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김정자 여사의 시구는 이날 전국 5개 구장에서 일제히 치러진 개막전 시구 행사 중에서 가장 의미 있는 시구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김 여사는 이날 마운드에 올라 최동원의 과거 투구 준비 동작을 똑같이 선보였다. 허리를 숙여 양쪽 바지 깃을 매만지고 로진을 만지고 나서 안경을 고쳐 세우고 모자를 만지는 일련의 동작이 최동원의 옛날 모습 그대로였다.

   김 여사는 투구 준비 동작을 마친 뒤에는 몇 걸음 앞으로 나와 포수 강민호에게 힘차게 공을 던졌다. 공은 원바운드가 됐지만 어떤 강속구보다 전력으로 던진 공이었다.

   사직구장 전광판에는 화면을 2개로 분할해 외야 관중석에 설치된 최동원의 영구결번 11번 번호판과 김 여사의 시구를 함께 보여줬다.

   김 여사는 시구를 마친 뒤 이종운 롯데 감독과 선수단에게 고개 숙여 선전을 기원한 뒤 그라운드를 떠났다.

   김 여사는 "시구 연습은 많이 하지 못했다. 2번 정도 했다. 너무 힘이 든다"며 "옛날에 아들이 던지는 모습을 많이 봐서 동작은 훤한데, 실제로는 잘 안 됐다"며 아쉬움을 담아 말했다.

   그는 "롯데 측에서 섭외가 왔을 때 처음에는 너무 황당했다. 이 나이 든 사람이 시구를 한다는 게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갑자기 아들이 떠올랐다. 아들이 옛날에 그 마운드에서 공을 던졌는데, 이제는 던질 수가 없으니까 내가 눈 감기 전에 아들이 던진 마운드에서 던지고 싶었다"며 시구 제의를 수락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롯데 자이언츠가 올해에는 좋은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믿는다. 힘을 합쳐서 '가을 야구'에 나가서 좋은 성적을 내길 기원하는 마음으로 힘껏 던졌다"고 했다.

   김 여사의 마지막 말은 최동원을 그리워하는 많은 사람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김 여사는 "동원아, 엄마 오늘 프로야구 시구 잘했다"며 하늘에 있는 아들이 마치 듣고 있기라도 한 듯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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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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