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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과 가을, 수천에서 수만 킬로미터를 비행하는 철새들의 신비한 여행의 수수께끼는 아직 과학적으로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다. 새들이 비행하면서 자기장을 인식하고 먹이와 기후에 따라 이동한다는 정도의 원론 이외 밝혀진 내용은 많지 않다. 이동경로조차 파악하지 못한 새들도 있다. 때문에 다양한 연구거리가 남아 있다. 대표적으로 북극에서 남극까지 최장거리를 이동하는 극제비갈매기는 믿을 수 없는 사실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철새들의 이동경로를 확인하기 위해 최첨단 장비인 GPS를 이용하기도 하지만 가장 전통적인 방법은 가락지다. 가락지는 반지의 형태의 물체를 끼워 확인하는 방법이다. 과거에는 납이나 알루미늄 금속에 번호를 새겨 넣어 확인하는 형태였다. 하지만 실제 야외에서 링을 발견하더라도 번호까지 확인할 수가 없어 왕왕 낭패를 보기도 했다.

다리에 밴딩(가락지)도 부착한 모습을 확인 할 수 있다.
▲ 날개에 Wing-tag(윙 태그)한 까치의 모습 다리에 밴딩(가락지)도 부착한 모습을 확인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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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하구에서 확인했던 목가락지(목밴딩)한 큰고니
▲ 목 밴딩(가락지)한 큰고니 금강하구에서 확인했던 목가락지(목밴딩)한 큰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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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큰새들의 경우는 목에 밴딩(가락지)을 하거나 날개에 'Wing-tag(윙 태그)'를 부착해 확인한다. 또, 다양한 나라와 지역을 이동하기 때문에 지역별로 부착방식을 통일해 확인이 되면 바로 어디에서 온 철새인지 확인할 수 있도록 진화하고 있다. 새들의 종류에 따라 이동경로 파악 방법이 다양해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유색 가락지 부착이 어려운 종도 있다. 도요목의 새는 나라별로 유색가락지의 부착방식을 구분해 색깔과 형태만 보더라도 가락지를 부착한 곳을 확인할 수 있다.

매년 봄과 가을 금강하구에는 많은 도요새들이 찾아온다. 이중에는 유색 가락지를 부착한 새들이 종종 있다. 지난 27일 금강하구에서 가락지를 낀 3마리의 도요를 만날 수 있었다. 많은 도요새 중에서 가락지를 낀 새를 보는 기회는 많지 않다. 하지만, 수많은 도요가 찾는 금강에서는 자세히 살핀다면 가락지를 한 한두 마리 정도는 만날 수 있다. 봄철 태평양을 쉬지 않고 비행한 도요새들은 우리나라 서해 갯벌에 도착하자마자 먹기에 바쁘다. 호주에서 날라오는 새들로 약 9000~1만km를 비행하고 왔기 때문이다.

금강 하구에서 관찰된, 가락지 낀 도요는 붉은어깨도요 1마리와 큰뒷부리도요 2마리였다. 붉은어깨도요는 노란 색의 가락지가 채워져 있고, 'YVK'라고 쓰인 듯 보였다. 가락지 부착 분류에 따르면, 이 가락지는 호주의 북서부에서 채워졌다. 큰뒷부리도요의 다리에도 붉은 색과 초록 색의 가락지가 있었다. 이 새들은 호주의 동부와 남동부를 걸쳐 우리나라에 온 것으로 확인된다.

붉은어깨도요
▲ 붉은어깨도요의 노란색 가락지를 한 모습 붉은어깨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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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색 가락지를 볼 수 있다.
▲ 큰뒷부리도요의 모습 초록색 가락지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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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금강하구에서 만난 3마리의 가락지 도요새는 모두 호주에서 왔다. 하지만, 호주 동부와 북서부라는, 지역적으로 매우 다른 곳에서 출발해 장거리 비행해 금강하구에 모인 것이다.

우리나라를 찾는 도요새 대부분은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월동한다. 넓은 지역에 골고루 퍼져서 월동하던 도요새들은 서해 갯벌에 모여 먹이를 보충한 뒤 번식지인 몽골과 시베리아로 다시 넓게 퍼져 이동한다. 놀라운 일이다.

가락지를 부착한 큰뒷부리도요가 먹이를 찾고 있다.
▲ 초록색과 주황색 가락지를 낀 큰뒷부리도요 가락지를 부착한 큰뒷부리도요가 먹이를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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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락지 분류표
▲ 유색 가락지 부착 형태 분류표 가락지 분류표

도요새가 우리나라 갯벌에 머무는 기간은 짧다. 하지만 호주와 시베리아, 몽골 등 넓은 지역에 퍼져서 생활한 도요새가 우리나라 서해 갯벌에 모였다가 다시 넓은 지역으로 이동해 서식하는 것이다. 시베리아와 몽골 등 넓은 지역 서식지와 우리나라의 좁은 서해 갯벌이 도요새들의 생태계를 유지하게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서해 갯벌의 생태적 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지점이다.

짧게 머물다 월동지와 번식지로 이동하는 도요새는 우리나라 서해 갯벌에서 충분한 먹이를 섭취해야 한다. 수천 킬로미터를 쉬지 않고 이동하기 때문에 중간에 낙오하지 않기 위해서는 충분한 영양분을 몸에 저장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충분한 곳이 우리나라 서해 갯벌이고, 금강하구다. 이렇게 소중한 금강하구의 갯벌의 가치를 많은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란다.


태그:#붉은어깨도요, #가락지, #큰뒷부리도요, #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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