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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한 바구니씩, 바구니에 가들 찬 행복을 주는 토마토
 매일매일 한 바구니씩, 바구니에 가들 찬 행복을 주는 토마토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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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너무 덥군요. 뭔가 '빵' 터지게 시원한 일이 있으면 좋겠는데, 답답한 정치권 뉴스와 메르스 여파로 인한 불경기 소식은 한여름 가뭄 속에 날씨를 더욱 덥게만 만드는 군요. 그러나 덥다 덥다 하면서 가만히 있으면 더 덥지요. '이열치열'이라는 말이 있듯이 가만히 있기보다는 뭔가에 열중하며 삼매에 젖어들다보면 오히려 더위를 잊을 수도 있겠지요.

여기 연천의 작은 농부는 텃밭 농사에 푹 빠져 더위를 느낄 겨울이 없네요. 200여 평의 텃밭에 각종 채소를 비롯하여 서른 가지나 되는 작물을 키우고 있는데, 폭염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라나는 작물에게 물을 주고, 풀을 매고, 돌봐 주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농약을 일체 살포하지 않고 퇴비만 사용하고 있는데요, 잡초와 음식물 찌꺼기 그리고 깻묵과 왕겨를 섞어 만든 자가 제작한 퇴비를 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삽과 괭이, 호미, 낫 등으로 밭을 일구고 씨를 뿌려 가꾸는 원시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원시농법은 힘이 들기는 하지만 신선한 노동으로 땀을 흘린 후 샤워의 즐거움을 선물하기도 하지요.

옥수수육묘
 옥수수육묘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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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상추나 옥수수 등 야채류는 파종을 해서 육묘를 길러 이식을 하는 과정으로 키우고 있는데요, 지난 7월 7일 날 2차 파종을 한 옥수수가 불끈불끈 싹을 틔우며 흙을 밀고 올라오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노라니 저 역시 불끈불끈 힘이 솟아납니다.

모든  작물들은 정성을 들인 만큼 꼭 보답을 해줍니다. 날씨가 워낙 가물어 아침저녁으로 물을 주는 데만도 1~2시간이 걸립니다.

금년 텃밭 농사는 대체로 모두 풍성하게 되어가고 있습니다. 각종 상추(5종), 케일, 신선초, 마늘, 당근, 오이, 가지, 고추, 감자, 고구마, 호박, 딸기, 옥수수, 강낭콩, 부추, 서리태, 들깨, 비트, 열무, 얼갈이, 수박, 참외… 뭐, 자가공급을 목적으로 이것저것 심어서 기르고 있는데, 모두가 정성을 들인 만큼 틀림없이 보답을 해주고 있네요.

아래층부터 차례로 익어가기 시작하는 방울토마토
 아래층부터 차례로 익어가기 시작하는 방울토마토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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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서도 가장 큰 '대박'은 단연 토마토입니다. 푹푹 찌는 폭염 속에 폭폭 익어가는 토마토를 바라보면 더위가 싹 물러가고 맙니다. 거짓말이 아니라 큰 것은 아이들 머리통 만큼 큽니다. 거기에다가 아무런 병도 없어 모두가 토실토실하게 너무너무 잘 생겼어요. 팽팽하게 농익은 토마토는 그야말로 영양이 듬뿍 들어있습니다.

무슨 비법이 있느냐고요? 비법은 간단합니다. 농부의 정성이지요. 작물은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고 하지 않습니까? 지난 4월 21일 큰 토마토 25본, 방울토마토 5본을 심었습니다. 호박구덩이처럼 구덩이를 50여 cm 간격으로 깊게 파고 밑거름으로 자가 제작을 한 깻묵거름과 퇴비를 듬뿍 주었습니다. 그리고 구덩이마다 물을 충분히 주었습니다.

지난 4월 21일 큰 토마토 25본, 방울토마토 5본을 심었다.
 지난 4월 21일 큰 토마토 25본, 방울토마토 5본을 심었다.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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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대를 세우고 층층이 묶어주는 작업
 지주대를 세우고 층층이 묶어주는 작업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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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들이 자리를 잡고 활착을 하기 시작하더니 쑥쑥 자라났어요. 토마토에 지주 대를 세우고, 화방이 하나씩 생길 때마다 지주 대에 묶어주고, 매일 곁싹을 잘라주었지요. 단 하나의 줄기만 남겨놓고 말입니다. 이 작업이 쉬운 것 같지만 매일 아침저녁으로 발자국소리를 내며 눈과 손이 가야 합니다.

지주대를 세워 끈으로 묶어준 토마토. 정성을 들인만큼 보답을 한다.
 지주대를 세워 끈으로 묶어준 토마토. 정성을 들인만큼 보답을 한다.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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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들은 이 작은 농부를 무척 반기는 편이지요. 넘어지지 않게 기둥을 세워주고, 마디마다 지주 대에 묶어 바르게 설 수 있도록 해주는 작은 농부의 정성을 그들은 알아차리고 있습니다.

층층이 노란 꽃을 피우고, 마침내 토마토가 주렁주렁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방울토마토는 한 화방에 보통 30~40개씩 달리고, 큰 토마토는 3~5개가 매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너무나 많이 매달려 도대체 그 무게를 감당할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어요.

매일매일 토마토 곁싹을 잘라주었다.
 매일매일 토마토 곁싹을 잘라주었다.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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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둘 달리기 시작하는 방울 토마토. 한 층에 30~40개씩 달렸는데, 10층에서 정상 순을 잘라 주었다. 한그루에 300개가 넘게 열리는 샘이다.
 하나 둘 달리기 시작하는 방울 토마토. 한 층에 30~40개씩 달렸는데, 10층에서 정상 순을 잘라 주었다. 한그루에 300개가 넘게 열리는 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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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방울토마토는 제10화방에서 정상의 꼭지 순을 잘라주고, 큰 토마토는 제7화방에서 꼭지 순을 잘라주었습니다. 여린 줄기가 무한정으로 뻗어나가며 열매를 매다는 것도 버겁지만, 이미 매달린 열매에 영양분이 집중되어야 빨리 익고, 튼튼하게 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농부가 욕심을 버려야 토마토도 힘이 덜 들어가지요.

그래도 방울토마토는 한 그루에 300~400개나 매달려, 5그루에 무려 1500여 개가 넘게 열리고, 큰 토마토는 한그루에 40여 개나 매달려, 25그루에 100여 개가 넘게 열리는 셈이니 놀랍지 않은가요? 

큰 토마토는 한층에 3~5개가 달려는데, 7층에서 정상 순을 잘라 주었다. 한 그루에 30여개가 달리는 샘이다.
 큰 토마토는 한층에 3~5개가 달려는데, 7층에서 정상 순을 잘라 주었다. 한 그루에 30여개가 달리는 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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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층까지 올라간 방울토마토. 한그루에 300~400개나 열린다.
 10층까지 올라간 방울토마토. 한그루에 300~400개나 열린다.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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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무게로 따져보니 엄청나군요. 거의 완숙된 큰 토마토 3개를 저울에 올려놓고 달아보니 1kg이 조금 넘네요. 한그루에 40개가 매달리면 12kg이나 됩니다. 이 무게를 저 여린 줄기 하나가 버티고 있다니 정말 놀랍습니다.

큰 토마토 3개를 저울에 달아보니 1kg이 조금 넘는다. 한 그루에 30여개가 열리니 무게로 따지면 30kg이나 된다.
 큰 토마토 3개를 저울에 달아보니 1kg이 조금 넘는다. 한 그루에 30여개가 열리니 무게로 따지면 30kg이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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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하순부터 익어가기 시작한 토마토는 매일 한 바구니씩 수확을 할 정도로 풍성한 수확의 기쁨을 안겨 주고 있습니다. 70~80% 정도 익으면 빨리빨리 따줘야 위층에 달린 토마토가 빨리 커가며 익을 기회를 주고, 또 무게도 덜어줄 수 있지요.

서울 사는 큰 아이가 휴일날 방문하여 토마토를 수확하며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서울 사는 큰 아이가 휴일날 방문하여 토마토를 수확하며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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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숙된 토마토 수확. 크기가 거의 비슷하다.
 완숙된 토마토 수확. 크기가 거의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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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을 한 토마토는 물론 가장 먼저 우리 집 밥상에 토마토 주스, 토마토케첩, 토마토야채조림, 토마토냉콩국수 등 여러 가지 음식으로 둔갑하여 올라옵니다. 토마토가 우리 몸에 얼마나 좋은 지는 말씀을 구구히 드리지 않아도 잘 아실 겁니다.

토마토냉콩국수
 토마토냉콩국수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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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는 <타임>지가 선정한 '건강에 좋은 10대 식품' 중 첫 번째로 꼽힐 만큼 각종 영양이 듬뿍 들어 있고, 효능 또한 뛰어나지요. '토마토가 익으면 의사의 얼굴이 파랗게 된다'는 속담이 생길 정도이니까요. 토마토를 많이 먹으면 그만큼 병에 걸리지 않아 환자들이 줄어들어 의사들이 일거리가 없어진다는 뜻이지요.

아이들과 지인들에게 보내지는 토마토는 나눔의 기쁨을 준다.
 아이들과 지인들에게 보내지는 토마토는 나눔의 기쁨을 준다.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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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저는 매일 토마토를 한 바구니씩 따내며 '바구니에 가득 찬 행복'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 토마토는 서울에 있는 아이들과 가까운 지인들에게 보내 나누어 먹고 있습니다. 또한 매일 바구니에 가득 찬 행복과 나눔의 기쁨을 주는 토마토 덕분에 한여름 폭염도 거뜬히 이겨내고 있습니다.


태그:#토마토 대박, #토마토 수확, #방울토마토, #큰 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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