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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까지 봉사활동과 여행으로 보냈던 아프리카에서의 3년은 황홀했습니다. 그것은 자본주의화와 개인화되어 가는 우리에 대한 성찰이었고, 아직도 더불어 살아가는 아프리카 사람들에 대한 환희였습니다. 아프리카 하면 떠오르는 어둡고 부정적인 이미지들. 그 속으로 돌을 던집니다. 그곳은 보통 사람들이 사는 세상이었습니다. - 기자 말

 하늘에 걸린 무지개처럼, 도회지에서 온 껍데기뿐인 이미지 사진으로 도배한 방르로, 음타에란 벽촌을 탈출하고픈 청년의 욕망이 나타나 있다. 이미지에 사로잡힌 자가 비단 이 청년뿐일까. 시장과 서민식당을 사라지게 하고 대형마트와 프렌차이즈삽을 비대하게 만드는 우리도 그들이다.
▲ 여관 입구 청년의 방 하늘에 걸린 무지개처럼, 도회지에서 온 껍데기뿐인 이미지 사진으로 도배한 방르로, 음타에란 벽촌을 탈출하고픈 청년의 욕망이 나타나 있다. 이미지에 사로잡힌 자가 비단 이 청년뿐일까. 시장과 서민식당을 사라지게 하고 대형마트와 프렌차이즈삽을 비대하게 만드는 우리도 그들이다.
ⓒ 이근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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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관 입구엔 양철 지붕을 얹은 조그만 흙담집이 있다. 이 조그만 산골에 웬 문지기가 필요할까 싶지만, 주인장의 먼 친척 조카뻘인 스무살짜리 청년이 윗마을 집에서 떨어져 나와 홀로 산다. 이 두 평 남짓한 방에는 바깥세상에서 가져온 할리우드 영화 포스터며, 금발의 미녀, 스포츠카, 사진과 잡지에서 오려낸 아이스크림, 피자, 휴대전화 등 별의별 것들이 흙벽에 붙어 있다.

"왜 학교는 그만뒀지?"
"학교 나와서 뭐해요. 모두 말렸지만 돈 벌 생각을 하니 지겨워지더라고요."
"그래도 졸업장은 따야지.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촌구석 학교라서 선생도 없어요. 학생은 백오십 명인데, 선생은 달랑 둘 뿐인데요. 선생 한 명이 두세 과목을 가르치고, 경제나 수학은 아무도 안 가르쳐요."

이 벽촌에 도시에서 온 어느 선생이 견딜 수 있을까. 부임해서도 얼마 못 가 그만두거나, 인맥을 이용해서 도회지로 나가버리는 형편이다.

"저는요. 꿈이 있어요. 돈 많이 벌어서, 멋있는 집도 짓고, 차도 사고... 그런 다음에  결혼해서 도시로 나가서 살 거예요."

꿈... 꿈이라. 꿈을 권하는 사회. 언제부터 우리가 꿈을 말하기 시작했을까. 이제는 너무 물어봐서 지겹기도 할 정도이다. 꿈을 강요하는 사회. 꿈이란 다름 아닌 현실에 대한 회의이자 부정이다.

어려서부터 모두에게 꿈이 무엇인지를 묻고, 마치 꿈이 이루어진 듯이 손뼉 치는 사회. 이젠 늙어서도 노년의 불안을 희망과 꿈으로 포장하여 묻는 실정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우리를 극한 생존경쟁으로 몰고 있는 시대에 대한 공포의 표현이다.

시공간의 변화와 함께 맞물려 어린아이는 커서 어른이 되어간다. 그리고 부대끼며 살아가는 현실에서 만나는 그 무언가를 흠모하고 닮아가며 늙어간다. 그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며, 당연한 일이다.

'오지 않는 내일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아프리카 사람들

아빠처럼 소방수가 되고 싶다고 아이가 말한다. 이는 아빠와의 관계가 건강하며, 아이를 둘러싼 현실이 굳건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반면 텔레비전에 나오는 연예인이 되고 싶다는 아이는 주위 관계와 현실이 건강하지 못함을 일차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중세 유럽, 봉건영주와 교황의 권위에 대항하여 상당한 경제적 기반을 가진 신진세력이 등장하였다. 그리고 이들은 게으름을 죄악시하고 검소, 절약, 노동을 통한 미래의 경제적 풍요를 일반대중들에게 설파하였다. 그리고 뒤를 이어 진화론(환경에 적응하는 생명체의 변화는 점진적으로 이루어진 과정으로 서로 비교하여 가치 판단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과 식민지 수탈로 경제적 풍요를 경험한 자본주의자들의 발전이론이 보태어졌다.

이렇게 금욕, 시간 관념, 희망, 발전이란 자본주의 사상이 윤회와 같은 통합적인 세계관이 아니라 세상의 시작과 끝을 말하는 직선적인 기독교 정신을 만나 제국주의의 돛을 타고 세계로 퍼져 나갔다.

흔히 말한다. '보릿고개를 넘어 이만큼 왔노라고. 그래도 더 나은 내일을 꿈꾸었다'고. 정말 그러할까? 이건 어떤가. 열심히 살다 보니 여기에 다다른 거라고. 더욱 정확하게는 주어진 현실에 그냥 뚜벅뚜벅 걸어왔을 뿐이라고.

'오지 않는 내일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시간 관념을 가진 아프리카 사람들. 그들에게 희망이란 애당초 머릿속에 존재하지 않는 개념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오랜 세월 변화가 더딘 삶의 양식을 가졌고, 다른 것과 비교하여 불평하지 않았다.

그러나 차이에 가치를 두어 차별이 체내화되어서 직선적인 발전론에 빠져 세상을 빈부로 나누는 데 익숙한 사람들은 말한다. 그러니 문명이 없는 야만인이며, 게을러서 발전을 못 하는 것이라고.

그렇다면 되려 묻는다. 그러면 또 어떤가? 그러는 당신은 행복한가? 살아가는 모든 존재의 당연한 의미론에서 보자. 아프리카 사람보다,꿈을 얘기할 줄 몰랐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보다 당신은 과연 지금 행복한가?

예상컨대 광활한 케냐의 챠보 국립공원이 내려다보이는 이곳은 급속도로 관광화될 것이다. 지금은 집에서 나와 가뭄에 콩 나듯 한 여행객을 상대로 안내자 명목으로 푼돈을 벌던 청년은 시대의 흐름을 타 목돈을 만질 것이다. 기회를 잡아 어엿한 사업가로 차를 몰고 다닐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행복해진다면...


태그:#아프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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