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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8월 5일, 광명동굴을 찾은 관광객이 40만 명을 넘어섰다.
 8월 5일, 광명동굴을 찾은 관광객이 40만 명을 넘어섰다.
ⓒ 광명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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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동굴은 박근혜 대통령이 이야기한 무에서 유를 만들어낸 창조경제 롤모델이다. 박 대통령이 광명동굴을 방문해야 한다."

폭염이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던 지난 5일 저녁, 광명동굴에 갔다가 우연히 마주친 양기대 광명시장의 말입니다. 와인동굴레스토랑 안이었죠.

바깥은 기온이 30도를 훌쩍 넘어 숨이 턱턱 막히는데 동굴 안은 서늘하다 못해 어깨가 저절로 움츠러들 정도였습니다. 오후 6시 가까운 시간인데도 사람들로 북적여 안으로 들어가려면 줄을 서야 했습니다.

광명동굴을 2km 이상 앞둔 도로는 동굴로 들어오려는 차량으로 꽉 막혀 거북이걸음을 하고 있다는 게 조원덕 광명시청 시민행복국장의 설명입니다. 늦은 시간까지 관광객들이 광명동굴을 찾는 건 여름성수기를 맞아 저녁 9시까지 야간개장을 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날, 광명동굴은 유료화 재개장 넉 달 만에 방문객이 4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30만 명을 넘긴 게 7월 26일이니 고작 열흘 만에 10만 명이나 동굴을 다녀간 것이죠. 광명동굴 올해 관광객 목표가 100만 명인데, 이런 추세라면 쉽게 넘어설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에 따른 광명시 수입은 16억 원이 넘었다고 합니다.

이날 조원덕 국장은 제게 재미있는 소식을 알려줬습니다. 광명동굴에서 가장 잘 팔리는 국산와인 이야기입니다. 예산에서 사과를 원료로 만든 사과와인이 있습니다. 이 와인이 지난 4월 4일부터 넉 달 동안 광명동굴에서 1779병이 팔렸답니다. 매출액은 4천만 원 가까이 된다는데 이게 작년 한 해 동안 팔린 양이랍니다.

사과와인 생산업체는 작년 1년 매출량을 올해 4개월 만에 팔았다는 거죠. 사과와인은 백화점에도 납품하고 있지만, 판매량은 아주 미미하답니다. 광명동굴이 와인판매에 엄청난 기여를 하고 있는 거죠. 이러니 국산와인 생산농가와 업체가 광명동굴을 주목할 수밖에 없죠.

 광명동굴에서 판매 되고 있는 국내 지역 와인특산품.
 광명동굴에서 판매 되고 있는 국내 지역 와인특산품.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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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광명동굴을 찾은 관광객들은 와인시음장에서 국산와인을 사려고 줄을 섰더군요. 와인을 파는 손길도, 사는 손길도 바빠 보였습니다.

입장객 40만 명 돌파는 국산와인 판매량 역시 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광명동굴에서 와인을 담당하는 이수린씨는 1만2천여 병 이상 팔렸다고 귀띔합니다. 그 이야기를 하는 순간에도 와인은 팔려나가고 있었죠.

양기대 시장이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이런 생각이 든 건 당연했습니다. 새우젓 냄새에 쩔어 있던 버려진 폐광을 관광지로 개발한 것도 대단한데 유료로 전환해 두 마리가 아니라 다섯 마리 이상의 '토끼'를 잡은 양기대 광명시장은 아무리 평가절하 하려해도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다섯 마리 토끼가 뭐냐고요? 관광지 개발, 유료화 전환으로 시 수입 증대, 일자리 창출, 국산와인 판매 활성화, 그리고 광명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들 수 있습니다. 이 정도면 박 대통령이 말하는 '창조경제' 롤모델이 맞는 것 같습니다.

이날 저녁 8시가 넘어서 동굴을 빠져나왔는데 그 때까지도 동굴 안은 사람들도 북적였습니다. 전자서명을 하는 코스는 그 시간에도 사람들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죠. 동굴 밖은 열대야지만, 동굴 안은 시원하다 못해 서늘한 한기가 도니 기다리는 것도 느긋합니다. 아주 천천히 동굴 안을 둘러보고 싶기 때문이죠.

하지만 1시간 정도가 지나면 너무 추워서 서둘러 밖으로 나가고 싶어집니다. 한여름에 광명동굴 만한 피서지를 찾기 쉽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평일에도 1만7천여 명의 관광객이 동굴을 찾는 것이겠죠.

자치단체가 직접 개발한 관광지가 이렇게 '대박'을 치는 건 좀처럼 찾기 어려운 사례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덕분에 광명동굴을 전담하고 있는 테마개발과 직원들은 밤낮 없이, 휴일 없이 일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그들의 표정이 밝은 건 동굴이 관광객들로 그야말로 미어터지고 있기 때문이죠.

이런 상황이니 양 시장이 광명동굴은 창조경제 롤모델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이 광명동굴을 방문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는 것입니다. 박 대통령이 광명동굴을 방문한다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로 지금보다 더 많은 관광객이 몰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창조경제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가 되겠죠?

과연 박 대통령이 광명동굴을 방문할까요?


태그:#양기대, #광명동굴, #박근혜, #국산와인, #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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