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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에 관심을 가진 부모들이라면 위인전 한 질은 자녀를 위해 사줬을 것이다. 자녀들이 위인들의 훌륭한 삶을 닮길 원해서 일 것이다. 하지만 위인전에 나오는 위인들 대부분이 서양인. 정치인, 자본가, 명망가 등에 편중되어 있어서, 노동자나 이름 없는 독립투사는 아이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는다.

10대 청소년들이 한국 노동사를 바꾸고 민주주의의 씨앗이 된 노동자 전태일이나 6. 10 항쟁에 불씨가 된 박종철, 이한열, 사상의 은사 리영희, 통일을 노래하던 문익환 목사의 이름을 들어 보았을까. 정부는 근현대사에서 제대로 다뤄야 할 위안부 문제, 노동 문제, 민주화 운동에 대해선 제대로 다루지 않고 있다. 게다가 근현대사 부분을 역사교과서에서 더 축소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으니 안타깝다. 역사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바른 역사관을 지니지 못하면 삶이나 사회를 향한 바른 가치관을 세우기 어렵다. 이것이 정치인이 아닌 노동자 전태일이나 박종철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일 것이다.

민주화 운동가들의 위대한 생애

민주화운동가 20인의 생애를 통해 바라본 한국 현대사
 민주화운동가 20인의 생애를 통해 바라본 한국 현대사
ⓒ 철수와 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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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와 통하는 민주화운동가 이야기>(철수와 영희)는 민주화 운동가 스무 명의 생애를 통해 짚어 본 한국 현대사다.

한국 현대사는 외세와 독재와 맞서 싸운 지난한 피의 역사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라는 말처럼 수많은 이들이 분신 투신, 자결 항거, 고문, 투옥과 의문사, 제적, 직장 추방 등 생명을 내놓거나 고문과 고통을 감내하며 민주주의라는 나무를 가꾸고 키워왔다.

책에는 함석헌, 장준하. 송건호, 리영희, 김남주, 윤영규, 전태일, 박종철, 이한열, 김재준, 문익환, 지학순, 김수환, 이병린, 홍남순, 이태영, 조영래, 신익희, 정구영, 김근태 이렇게 총 스무 명이 소개됐다. 책에 소개된 스무 명은 언론, 교육, 노동, 종교, 법, 인권, 정치 분야에서 민주주의를 지켜내고 통일을 지향하며, 노동과 인권을 위해 헌신한 이들로 현대사에서 꼭 기억해야 할 사람들이다.

비폭력 평화주의자로 박정희·전두환 군사 쿠데타 정권과 싸웠던 함석헌, 박정희 군부 독재와 싸우다 의문사한 장준하 , 민주언론의 기수 송건호, 사상의 은사 리영희, 해방과 저항의 시인 김남주는 그 이름만으로도 마음이 숙연해지게 만든다.

언론이 바로 서야 할 때, 바른 말 하는 정론지 하나 없는 현실을 생각하면 30, 40년 후까지 생각하며 글을 쓴 송건호 선생이나 우상과 싸우며 진실의 붓끝을 지켜 낸 리영희 선생의 자취가 더욱 크고 깊게 다가온다.

책은 송건호의 '글쓰기 정신'을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나는 글을 쓸 때마다 항상 30년, 40년 후에 과연 이 글이 어떤 평가를 받을 것인가라는 생각과 먼 훗날 욕을 먹지 않는 글을 쓰겠다는 다짐을 하곤 한다. 크게는 민족을 위해, 작게는 내 자식들을 위해 어찌 더러운 이름을 남길 수야 있겠는가 하는 점을 생각해 본다." -<'민주 언론의 기수 송건호'>에서

리영희 선생의 평생은 진실을 지켜내기 위한 지난한 여정이었으며 그 무기는 바로 글이었다. 수많은 이들을 일깨운 <전환 시대의 논리> <이성과 우상>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 <분단을 넘어서><베트남 전쟁; 30년 베트남 전쟁의 전개와 종결> 등 주옥같은 저서들은 시대의 양심이 되어 잠든 양심과 의식을 일깨웠다.

저자 김삼웅은 <리영희 평전>에 중국인 학자가 쓴 량치차오(양계초)가 쓴 조문을 인용했다. 그 인용문을 소개한다.

지은 글은 키만큼 높았으나
당대의 젊은이들에게 물어보라
사숙하는 제자 얼마나 많은지
깨치고 이끌어
동시대 영재들을 격동시켰으니
뒤이을 인재 그 뉘인가 -<'사상의 은사 리영희'>에서

전교조 창립의 산모 역할을 한 참교육의 실천가 윤영규 선생의 일대기는, 참교육을 지켜내기 위해 다시금 고난의 길을 걷고 있는 이 땅 전교조 선생님들을 생각하게 한다. 참교육이 목표만 실천 가능했다면 세월호의 아픔도, 미국과 같은 외세에 휘둘리며 평화의 땅 강정을 해군기지로 내놓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인간화 교육
1. 사랑과 믿음과 나눔의 생활
2. 더불어 사는 즐거운 삶
3. 점수보다 사람됨을 중시
4. 인간을 존중하는 생활

민주 교육
1. 민주주의 올바로 알기
2. 민주적 생활 태도 실천하기
3. 민주적인 학교생활, 학생회 활동
4. 자율적으로 생각, 행동하기

민족 교육
1. 우리나라 우리 민족 사랑하기
2. 민족적 자부심과 주체성 찾기
3.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노력
4. 우리 역사 바로 알
-<'참교육의 실천가 윤영규'>에서

전태일의 유서를 생각하며

전태일이 분신항거로 길을 튼 노동은 또 어떤가. 하루 15시간의 중노동에 시달려도 하루 세끼 배불리 먹을 수 없던 열악한 노동 조건이 45년이 지난 지금은 더 나아졌을까. 비정규직, 파견직으로 내몰린 노동자들은 용변을 보거나 점심 한 끼 제대로 먹을 시간조차 없이 여전히 강도 높은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참다못한 노동자들이 '해고는 살인이다' '비정규직 철폐하라'며 고공 농성을 하거나 삼보일배, 삭발, 단식으로 항거하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 노동 현장의 현재다.

1970년 11월 13일 오후 1시 30분경 청계천 전태일 다리(버들다리)에서 일어난 전태일의 분신 항거와 노동자들의 고공 농성은 결코 청소년들의 삶과 무관한 것이 아니다. 노동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청소년들이 성인이 되어서 겪는 노동 환경도 지금과 같이 열악할 것이며, 비정규직으로 노동의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제 노예의 삶을 이어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전태일이 분신 항거하기 전 마지막 남긴 유서는 현재를 살고 있는 노동자들, 앞으로 노동자로 살게 될 대부분의 청소년들에게 남긴 부탁의 말이다. 전태일의 유서 전문을 청소년들의 마음속에 간직할 수 있도록 소개한다.

"사랑하는 친우여, 받아 읽어주게. 친우여, 나를 아는 모든 이여, 나를 모르는 모든 나여, 부탁이 있네. 나를 ,지금 이 순간의 나를 영원히 잊지 말아주게. 그리고 바라네. 그대들 소중한 추억의 서재에 간직하여 주게.

뇌성 번개가 이 작은 육신을 태우고 꺾어 버린다고 해도, 하늘이 나에게만 꺼져 내려온다 해도, 그대 소중한 추억에 간직된 나는 조금도 두렵지 않을 걸세. 그리고 만약 또 두려움이 남는다면 나는 나를 영원히 버릴 걸세.

그대들이 아는 그대 영역의 일부인 나. 그대들이 앉은 좌석에 보이지 않게 참석했네. 미안하네. 용서하게. 테이블 중간에 나의 좌석을 마련하여 주게. 원섭이와 재철이 중간이면 더욱 좋겠네.

좌석을 마련했으면 내 말을 들어주게. 그대들이 아는 그대들의 전체의 일부인 나, 힘에 겨워 힘에 겨워 굴리다 다 못 굴린, 그리고 또 굴려야 할 덩이를 나의 나인 그대들에게 맡긴 채, 잠시 다니러 간다네. 잠시 쉬러 간다네.

어쩌면 반지(斑指)의 무게와 총칼의 질타에 구애되지 않을지도 모르는, 않기를 바라는 이 순간 이후의 세계에서. 내 생애 다 못 굴린 덩이를, 덩이를 목적지까지 굴리려 하네.
이 순간 이후의 세계에서 또 다시 추방당한다 하더라도 굴리는데, 굴리는데, 도울 수만 있다면. 이룰 수만 있다면......"

덧붙이는 글 | <10대와 통하는 민주화운동가 이야기>(김삼웅 글/ 철수와 영희/2015.08/1만3000원)



10대와 통하는 민주화운동가 이야기

김삼웅 지음, 철수와영희(2015)


태그:#민주화운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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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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