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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P씨는 알바노동자이다.

2014년과 2015년 각각 편의점에서 석 달씩 일했다. 대부분 청소년이 그렇듯 P씨도 주휴수당은커녕 최저임금에도 미달하는 임금을 받았다. 언젠가 알바를 그만두게 되면 못 받은 돈을 모두 받으리라고 P씨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자기 친구의 체불임금을 받아냈다는 알바노조를 알게 되었고 본인도 자신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알바노조에 연락을 했다.

P씨는 알바노동자로서는 드물게, 청소년으로서는 더더욱 드물게 사장으로부터 위자료까지 받아냈다. 위자료 청구의 경우, 체불임금을 받아내는 과정에서 협상 카드처럼 사용되어 받지 못하는 게 대부분이고, 오히려 원래 받아야 하는 체불임금이 삭감되기도 한다.

위자료는 고용주가 근로기준법을 위반하여 노동자가 겪은 물질적, 정신적 피해에 대한 배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리고 고용주가 법을 지켰더라면 없어도 됐을 법률비용(우체국에서 내용증명을 발송하고,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넣는 데 투여한 돈과 시간)을 되돌려 받는다는 의미도 지닌다. 때문에 알바노조는 위자료가 선택사항 혹은 협상 카드가 아니라 꼭 받아야 하는 돈이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P씨는 어떻게 했기에 남들은 받지 못하는 위자료를 받을 수 있었을까?

체불 임금 받아내기 1단계, 몸풀기 - 임금 계산

"체불임금이 '원래 주어야 할 돈'이라면, 위자료는 '원래 주어야 할 돈을 주지 않아 벌어진 이 모든 일에 대한 배상'의 의미이다."
 "체불임금이 '원래 주어야 할 돈'이라면, 위자료는 '원래 주어야 할 돈을 주지 않아 벌어진 이 모든 일에 대한 배상'의 의미이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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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건도 처음에는 다른 알바 상담 사례와 별다를 게 없었다.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P씨와 처음 만나서 했던 일은 근무시간표를 확인하고 임금을 계산하는 일이었다. 2014년 7월 말부터 10월 11일까지, 2015년 4월 4일부터 6월 20일까지 주말마다 14시간에서 16시간을 일했다.

많이 일한 주에는 이틀 동안 21시간을 일하기도 했다. 긴 시간을 일했으나 시급은 2014년에도, 2015년에도 5천 원으로 고정되어 있었다. 최저임금보다 낮은 금액이었고, 주휴수당은 지급하지 않았다. 휴식시간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었다. 하나씩 짚어가며 계산해본 체불임금은 적지 않은 금액이었다. 우리는 곧바로 내용증명을 발송하기로 했다.

2단계, 전반전 - 근로기준법 위반 내역 통보

P씨와 함께 내용증명의 내용을 구성한 것은 토요일이었다. 마침 당시 이틀 후인 월요일에 6월 임금이 들어오기로 되어있어서, 내용증명을 보내기 전에 들어오는 임금 액수를 보고 발송내용을 최종수정하기로 했다.

확인 결과 역시나 5천 원으로 계산된 임금이 들어왔고, 마지막으로 손을 본 내용증명을 보냈다. 내용증명에 포함된 고용주의 위법사항은 다음과 같았다.

'최저임금 위반, 주휴수당 미지급, 근로계약서 미교부, 임금지급 원칙 위반, 휴게시간 미제공.'

내용증명을 보냄과 동시에 사장에게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금액만큼 임금을 지급하시고 주휴수당도 지급해주시기 바란다"고 카톡을 보냈다. 이에 대한 사장의 대답은 전형적이었다.

"애초에 니가 (시급)5000원에 일하겠다고 하지 않았느냐? 한 번도 최저임금을 달라고 얘기한 적이 없었으면서 왜 이제 와서 돈을 달라고 하는 것이냐? 저의가 의심스럽다. 그리고 마지막 그만둘 때도 제멋대로 그만둬서 내 손해가 크다."

체불임금을 달라고 하는 알바노동자들의 말에 고용주는 대부분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 우선, 처음부터 최저임금도 안 되는 금액을 받고 일하기로 해놓고 왜 이제와서 돈을 달라고 하느냐고 묻는다. 줄 돈 다 주고 일을 시켜야 하는 것이었으면 애초에 일을 시키지 않았을 것이며, 그래서 자신은 돈을 줄 수 없다는 것이다.

덧붙여서 일하던 중에 있었던 사소한 실수들을 끄집어내며 자신의 정당성을 확보하기도 한다. 불법을 저지른 사람의 반응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파렴치하고 뻔뻔한 반응이지만, 안타깝게도 흔하게 볼 수 있는 장면이다.

해당 고용주는 카센터를 운영하는 사람이었다. 체불임금을 달라는 P씨의 카톡에 사장은 "카센터로 찾아오라"고 답했다. 경험적으로 이런 경우에는 알바가 혼자 찾아가 봐야 얻을 것도 없고, 되려 사장의 협박과 회유에 넘어가게 된다. 이런 우려를 P씨에게 전했고, 사장의 '찾아오라'는 말에는 이후에 응하기로 했다.

나흘 후 사장에게서 연락이 왔다. 우리가 발송한 내용증명을 읽고 나서 연락을 해온 것이다. 내용증명에 써놓은 임금체불과 근로기준법 위반에 대한 대답은 여전히 뻔뻔했다.

"내용증명에 들어간 사실 여부와 안 맞는 것들에 대해 다시 내용증명을 발송할 것임. 추가적으로 근로자의 과실에 대한 보상 관련 내용증명을 함께 발송할 것이므로 주소를 알려달라. 월요일 발송할 것이다."

일관된 사장의 태도, 결국 고용노동부에 진정 넣었다

내용증명에 대한 답장을 보내겠다는 사장은 드물다. 사장의 답장이 수상했지만 일단 주소는 보내주기로 했다. P씨의 집 주소가 아닌 노조가 우편물을 받을 수 있는 주소를 알려주었다. 이번 사례의 경우, 알바노동자가 청소년이어서 여러 모로 주의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성인인 고용주가 청소년 알바노동자를 심리적으로 압박할 수도 있다는 염려였다.

다음날 사장이 새로운 주소를 요구했다. 보내준 주소가 주거지가 아니라서 오배송의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내용증명은 배송에 실패할 수는 있어도 엉뚱한 사람에게 가지 않는다. 그런데도 사장은 굳이 집 주소 혹은 학교 주소를 요구했다.

우리는 사장의 이와 같은 요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집주소를 달라는 사장의 요구는 오배송에 대한 염려가 아니라, 사장이 '학교와 가정이라는 우회로를 통해 청소년인 P씨에게 위압을 가하려는 것'으로 알바노조측은 해석했다. 이를 통해 체불임금 요구를 무마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 듯보였다. 실제로 많은 청소년들이 학교와 가정에 알려지는 것(본인이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을 두려워하여 체불임금을 포기한다.

그러나 P씨는 달랐다. 알바노조가 사장의 의도를 설명해주자, "상관없다. 나는 끝까지 내 돈을 받을 것이고, 그 과정에서 학교든 집이든 알려지는 건 신경 쓰지 않는다"며 의지를 내비쳤다.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사장의 횡포가 걱정되었으나 P씨의 말대로 사장에게 학교 주소를 알려주었다. 그리고 다음 날 P씨와 알바노조 집행부는 사장이 오라고 했던 카센터로 향했다.

카센터는 매우 한적한 곳에 있었다. 그렇다고 아주 외딴 곳은 아니었고, 점점 더 많은 건물이 들어서고 있는 개발지역이었다. 우리가 찾아갔을 때 사장은 영수증, 계산기와 수첩을 펼쳐놓고 돈 계산을 하고 있었다.

알바노조 : 안녕하세요. 울산 알바노조에서 왔는데요. P씨가 못 받은 임금 다 정산해서 주셔야 합니다.
사장 : 애초에 쟤가 최저임금보다 낮은 금액에 일하겠다고 했었다. 그런데도 돈을 다 챙겨줘야 하느냐? 그리고 쟤가 일하는 동안 지각도 자주 하고 근무태도가 성실하지 않았다. 그런데 무슨 돈을 더 주느냐? 무엇보다 갑자기 일을 그만두는 바람에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알바노조 : 그건 그거대로 계산하시더라도 근로기준법에 나와 있는 것들은 다 지키셔야  합니다.
사장 : 아, 나는 모르겠고. 내가 입은 손해에 대해서 손해배상 청구할 테니 집 주소 적어놓고 가도록 하시라. 청소년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는 없으니 부모에게 배상을 받아낼 것이다. 지금 부가세 신고 기간인데 이거 문제 생기면 몇천만 원이 왔다 갔다 한다. 바쁘니 상대해줄 시간 없다. 법대로 해결하라.

사장의 태도는 일관되게 '나는 잘못이 없고 손해만 입었다'는 식이었다. 사장의 뻔뻔함도 놀라웠지만, 더 놀라운 것은 P씨의 태도였다. 소송, 손해배상 등의 말들이 오가면 거기에 기가 죽거나 겁을 먹을 만도 한데, 그는 오히려 더 강하게 맞섰다.

"제가 잘못한 게 없는데 뭘 배상을 해요? 일한 돈이나 주세요!"

그때였다. 우리는 P씨의 태도를 보고 확신을 했다. 그리고 '더 힘 뺄 것 없겠다. 이곳에서 기 싸움 해볼 필요도 없이 이번 건은 이미 이긴 것'이라고 판단했다. 사장의 일관된 태도와 P씨의 확고함을 확인한 우리는 곧바로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넣었다. 이제 못 받은 돈을 받기까지 몇 가지 절차들만 남겨두게 되었다.

3단계, 하프타임 - 최저임금 위반 정황 확보

P씨가 일하기로 하기 전에 올렸던 구인광고이다. 같은 시간대, 같은 업무임에도 P씨에게는 청소년이라는 이유만으로 시급 5천 원을 지급했다.
▲ 딱 걸린 사장의 꼼수 P씨가 일하기로 하기 전에 올렸던 구인광고이다. 같은 시간대, 같은 업무임에도 P씨에게는 청소년이라는 이유만으로 시급 5천 원을 지급했다.
ⓒ 우새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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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넣고 나서는 한동안 조용히 시간이 지나갔다. 그 사이 P씨와는 기자회견, 언론사 인터뷰를 함께 진행하며 '알바노동'에 관한 이해를 함께 높혀갔다. 편의점 사장은 아직도 보내지 않은 내용증명 얘기를 꺼내며 P씨의 집 주소를 요구했다. 당시의 기세라면 굳이 숨기거나 비밀로 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 집 주소를 알려주었다.

그러던 중, 황당한 장면을 목격했다. P씨가 일하는 시간대의 구인광고를 발견한 것이다. P씨는 2015년 4월 초부터 해당 편의점에서 일을 했다. 지난해에 일했던 P씨에게 사장은 다시 한번 주말 근무를 요청했고, P씨는 이에 응했다. 물론 근로계약서는 쓰지 않았고, 심지어 시급이 얼마인지에 관한 이야기조차 없었다. 일한 후에 받은 월급은 시급을 5천 원으로 계산한 임금이었다. 그런데 P씨가 우연히 발견한 구인공고에는 시급 5600원이 명시되어 있었다.

정황은 단순명료했다. 주말에 일할 사람이 필요했던 사장은 구인사이트에 광고를 올렸다. 인터넷에 대놓고 '최저 시급을 줄 수 없다'고 쓸 수는 없으니 5600원을 적어놓았던 것이다. 그러던 중 작년에 일했던 P씨와 연락이 되어 다시 일할 생각 없느냐고 물었고, P씨가 이를 수락하자 광고를 내린 것이다. 사장의 입장에서는 일해본 적이 있고 돈을 덜 줘도 일했던 P씨를 채용하는 것이 여러모로 이득이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업무를 할 줄 알고 믿을만한 사람에게 일을 시키는 것임에도, 단지 청소년이고, 어리다는 이유로 법이 정한 임금수준도 지키지 않는다는 것은. 수천만 원의 부가세를 신청할 만큼 큰 사업장을 운영하는 하는 사람의 행동이라고 하기엔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4단계, 후반전 - 근로감독관 면담 혹은 삼자대면

사장은 법률용어로 P씨를 겁박하려 했다.
▲ "낙성계약, 현상광고, 손해배상청구권, 사기죄..." 사장은 법률용어로 P씨를 겁박하려 했다.
ⓒ 우새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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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을 넣은 후 과정은 다른 사례와 별다를 것이 없었다. 담당 근로감독관이 배정되고 진정을 넣을 때 제출한 자료들의 신빙성을 확인하는 과정만 남아있었다. 그러나 사장은 아직 포기하지 않은 듯했다.

P씨와 함께 청소년 알바노동 실태조사 선포 기자회견을 했던 날, 사장의 내용증명이 도착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후 함께 식사하고 곧바로 헤어져서 당일 내용을 공유하진 못했다. 각자 집에 도착한 후에 P씨가 보내준 사장의 답장을 볼 수 있었다.

"(전략) 갑과 을은 우선적으로 낙성계약(당사자 사이에 의사표시가 일치하기만 하면 계약이 성립하고 그밖에 다른 형식이나 절차를 필요로 하지 않는 계약)입니다. (중략) 갑은 을이 요구하는 체불금액과 위자료에 대한 금액이 사실에 근거하지 않음을 밝힙니다. (하략)"

4장에 달하는 내용증명에는 생소한 용어들과 허위사실유포, 협박죄, 사기죄 등 P씨를 범법자로 몰아가는 듯한 단어로 가득했다. 그리고 내용증명 끝에 첨부된 사진에는 맥락이 잘린 채로 갈무리되어 P씨를 '일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돈만 밝히는 비양심적인 알바'로 몰아가는 문자 메시지가 찍혀있었다. 아마도 사장은 어렵고 생소한 법률용어로 기를 죽이면, 그리고 너무 오래되어서 잘 기억도 나지 않는 문자를 맥락을 잘라 들이밀면 P씨가 알아서 꼬리내릴 줄로 알았던 모양이다.

알바노조 집행부는 즉시 내용증명 분석에 들어갔다. 내용증명에 쓰인 것들이 분명해서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진 않았다. 명백히 틀린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사기죄, 협박죄 등의 혐의는 성립되지 않는 것들이었다. 증거자료로 제출된 문자들 또한 사실관계를 확인한 결과 사장의 주장과 다르거나, 일치한다고 해도 P씨가 더 해명할 필요가 없는 것들이었다. 분석이 끝난 직후 P씨를 안심시키기 위해 분석내용을 알려주었다. 다행히 P씨는 큰 동요가 없었다. 며칠 후 근로감독관, 사장과의 삼자대면 날짜가 정해졌다.

보통 삼자대면이라고 부르는 이 절차의 원래 이름은 출석요구다. 노동자의 진정을 접수한 근로감독관이 노-사 각자가 주장하는 바의 사실여부를 살피기 위한 자리이다. 꼭 그럴 필요는 없으나 조사의 편의를 위해, 혹은 사건의 진행을 빠르게 하기 위해 노-사 양측을 동시에 부르는 경우가 많아 삼자대면이라 부른다. 많은 경우, 이 자리에서 사장이 줘야하는 돈이 얼마인지, 그래서 노동자는 그 중 얼마를 요구할 것인지 혹은 더 요구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P씨와 같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더 요구'하는 것은커녕 체불된 임금 중 일부만 받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삼자대면 직전에 사장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사장의 남편이 삼자대면에 가기로 했는데 바빠서 그날 못 가고 다른 날 가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근데, 고용노동부에 얘기해보니까 너랑 일단 합의를 보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진정의 단계 상 그리고 정황상, 이는 사장의 말이 거짓말이거나 혹은 소통과정에서 생긴 오해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사장의 말처럼 알바와 사장 간의 합의를 강하게 유도하는 근로감독관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저 흘려들을 수는 없었다.

P씨에게 이 이야기를 듣고는 즉시 해당 근로감독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확인결과, "삼자대면에 못 오시면 합의를 보시면 된다. 서로 합의가 되는 상황이면 삼자대면이 필요 없고,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라도 따로 오셔서 조사를 받으시라"고 말했다 한다. 체불임금 주기가 싫었던 사장이 거짓말까지 해가면서 최후의 반격(?)을 한 것이다.

결국 삼자대면은 무산되고, 다만 P씨에 대한 근로감독관의 면담만 진행했다. 면담 과정에서 근로감독관은 "위자료도 요구하셨던데, 대부분 위자료는 받지 못한다. 위자료를 끝까지 고집할 경우, 원래 받을 돈도 받기 힘들어진다"며 요구사항의 후퇴를 권유했다.

이 말이 거짓말은 아니다. 거의 모든 경우에 위자료는 체불임금을 빨리 받기 위한 협상카드로만 활용되지, 끝까지 받아내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위자료의 정당성이 취약한 것은 아니다.

체불임금이 '원래 주어야 할 돈'이라면, 위자료는 '원래 주어야 할 돈을 주지 않아 벌어진 이 모든 일에 대한 배상'의 의미이다. 당시 P씨는 근로계약서를 받지 못해 불분명한 근로관계에 처했고, 휴식시간을 보장받지 못해 긴 시간 일하면서도 쉴 수 없었다. 또한 최저임금도 되지 않는 돈을 받으며 일을 해야 했으므로 재정계획을 세우는 데에 어려움을 겪었다. 무엇보다 P씨는 못 받은 임금을 받기 위해 절차를 밟느라 시간과 비용을 투여했다. 언뜻 보기에 사장에게 과도해 보이는 위자료는 이런 이유로 정당하게 청구된 것이다.

5단계, 경기 종료 - 체불 임금과 위자료 모두 받아냈다

근로감독관의 설득에도 P씨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알바노조 집행부의 우려와 정반대로 끝까지 자신의 의사를 관철했다. 모든 과정을 곁에서 함께한 우리도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체불된 임금과 위자료는 광복절 즈음해서 입금되었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진행한 인터뷰에서 P씨가 했던 말이 그의 삶을 축약해주었다.

"저는 제가 하고 싶은 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은 반드시 해요. 내 인생을 스스로 찾지 않으면 누가 안 찾아주잖아요."

맞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쉽고 간단한 교훈을 너무 자주 잊고 지내는 것 같다. 우리도 P씨와 함께 체불임금과 위자료를 받아내면서 이 금언을 다시금 되새기게 되었다.

나아가, 이 땅의 500만 알바노동자 모두가 자기 권리에 대한 강한 주인의식을 갖기를 기원한다. 권리는 스스로 지키고자 해야 지킬 수 있으므로.

○ 편집ㅣ곽우신 기자



태그:#알바노조, #울산, #청소년알바, #체불임금, #알바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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