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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이하 예술회관)이 개관한 지 올해로 21년째다. 1994년 4월 8일 개관한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은 산하에 교향악단ㆍ합창단ㆍ무용단ㆍ극단 등, 시립예술단 4개를 두고 있다. 길게는 50여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교향악단에서부터 짧게는 1995년 재창단해 20년의 역사를 지닌 합창단까지, 시립예술단은 다양한 공연으로 인천시민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해외 공연으로 인천을 세계에 알리는 문화사절단으로서 역할도 해왔다. 단원들의 노력과 저명한 예술 감독 영입 등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 지역문화계의 평가다.

하지만, 최근 시립예술단의 명성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시립극단 내부 갈등이다. 이해 당사자 간 불협화음을 넘어 시민 세금으로 운영하는 시립극단의 재정 비리 의혹까지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재 시립극단에서 벌어지고 있는 내부 갈등과 재정 비리 의혹을 두 차례에 걸쳐 살펴볼 예정이다. - 기자 말

인천시립극단은 1990년 6월, 공립극단으로서는 전국 최초로 창립했다. 1990년 12월 창단공연 '춘향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정기공연 66회를 비롯해 기념공연, 초청공연, 찾아가는 공연 등을 벌여왔다.

시립극단 구성을 보면, 작년에 새로 선임된 주요철 예술 감독과 단원 21명, 사무원 4명이 있다. 주 감독은 시립극단의 여섯 번째 예술 감독이다. 그는 1998년 43세로 경기도립극단 예술 감독을 맡았고, 이후 수원화성국제연극제·서울연극제·서울국제공연예술제 등을 연출한, 우리나라 연극계에서 알아주는 중견 연출가이다.

시립극단 주요 책임자들 서로 징계 요구
   
 인천시립극단 70회 정기공연 ‘로미오와 줄리엣’의 한 장면.<출처·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인천시립극단 70회 정기공연 ‘로미오와 줄리엣’의 한 장면.<출처·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 김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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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5일, <경인일보>는 '예술회관이 시립극단 주요 관계자들의 징계절차에 들어간다'고 보도한 바 있다. 주 감독과 전 단무장인 A씨가 대상자였다. 주 감독은 지난 3월 예술회관 관장에게 A씨 징계를 요구하는 공문을 제출했다. 출장·초과근무수당 부당 취득과 관련한 내용이었다. A씨 또한 주 감독이 예술 감독으로서 역량이 부족, 극단 운영과 관련해 여러 가지 문제점을 보이고 있다며 예술회관 관장이나 관계자에게 작년말부터 징계를 요구했다.

하지만 주 감독은 예술회관이 징계 의지가 없다고 판단, 지난 6월 인천시 감사관에 A씨에 대한 감사를 청구했다. 감사 청구 내용은 예술회관 관장에게 제출한 징계요구 내용과 동일했다. A씨 또한 주 감독의 감사 청구로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주 감독의 문제점을 감사해달라고 요청했다. 시립극단 사무원에게 폭언, 공연계약 위반, 허위 수상경력 기재가 감사 청구 내용이었다.

시 감사관은 양쪽 모두 조사한 후 7월 28일 '인천시립극단 복무 등 제보사항 조사 결과 통보'라는 제목의 공문으로 감사 결과를 통보했다.

감사관은 A씨에 대해 '부당하게 지급된 출장여비 3만 원을 회수하고 부당 수령액의 두 배에 해당하는 6만 원을 가산해 징수하라'는 처분을 내렸다. 주 감독에 대해서는 '공연계약 변경 사정이 생길 시 예산이 낭비되지 않게 주의를 촉구하라'는 처분을 내렸다.

지난 5월 시립극단 70회 정기공연 '로미오와 줄리엣'과 관련해 예술회관은 러시아 공훈예술가인 발리코비치 발레리 로만노비치(이하 발레리)와 연출 계약을 맺었다. 주 감독이 소개해 발레리와 예술회관의 계약이 성사된 것이다. 계약기간이 4월 9일부터 5월 9일까지였는데, 발레리는 계약 내용과 달리 7일이 늦은 4월 16일에 입국했다. 이로 인해 예산이 낭비됐으니, 이후엔 예산이 낭비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게 관계 공무원들은 주의를 촉구하라는 처분을 내린 것이다.

A씨가 제기한 주 감독의 허위 수상경력에 대해서는 '주 감독의 프로필 수상경력 중 연극상 대상·작품상·배우들의 연극상은 연출상과 다르게 예술 감독이 직접 수상한 것은 아니기에, 오해의 소지가 없게 정확한 내용으로 문구를 수정하라'고 주문했다.

감사 결과와 처분에 이의가 있는 경우 통보 후 30일 안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음에도 당사자들은 이의신청을 하지 않았다.

회관 관계자는 "9월 안에 소위원회를 열어 당사자들의 의견을 듣고 징계절차에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시 감사 결과 놓고 또 다시 상반된 반응

A씨는 <시사인천>과 한 전화통화에서 "시립극단에서 일한 지 7년 됐다. 그 전에는 단무장으로 일하면서 외부 활동이 많으니까 판공비로 출장비를 받았다"라며 "예술회관 자체감사에서 지적받아 출장명령서를 작성했다, 시간외수당의 경우도 평일에 정리할 시간이 부족해 딱 두 번 일요일에 나온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감사 결과에서 부당 취득에 대해 문제가 없음이 밝혀졌다"고 덧붙였다. 이의신청을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계약직 감독이라 임기도 얼마 남지 않아서 시끄럽게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주 감독의 반응은 달랐다. A씨에 대한 감사 결과를 인정하지 않지만,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예술 감독과 상의 없이 대리 서명으로 출장명령서를 작성했고, 공연이 없는데도 시간외수당을 탈 목적으로 출근해 외부로 돌아다녔다"면서 "이런 것에 대한 감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시 감사관에 더 이상의 기대도 없어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A씨가 본인의 과실을 이른바 '물 타기' 하기 위해 명분이 부족한 내용으로 주 감독에 대한 감사를 청구했다는 의견도 나왔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 인천시립예술단 시립극단지회 관계자는 "A씨가 서로 흠집을 내 분위기를 진흙탕으로 만들고, 쟁점 사안에서 벗어나 물을 흐리게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주 감독의 수상경력 위조나 공연계약 위반 등, 문제제기한 사안 자체가 억지스럽고 말이 안 된다"고 일축했다. 이에 대해 A씨는 "노조에 일부 주 감독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있다. 일방적으로 '물타기'라는 한쪽의 얘기만 듣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반박했다.

A씨는 지난해 12월 정기 근무성적평정에서 평균 80.68점을 받아 단무장(4급)에서 사무원(6급)으로 강등됐다. 평정은 예술 감독(60%)과 예술회관 관장(40%)이 한다. 박동춘 전 예술회관 관장은 100점 만점을 준 반면, 주 감독은 최하위 점수인 60점을 줬다. 단무장은 평균 92점이 돼야 직을 유지할 수 있다.

이에 A씨는 지난 3월 초 인천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다가 4월에 취하했다.

덧붙이는 글 | <시사인천>에 실림



태그:#인천시립극단, #로미오와 줄리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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