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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IT산업의 영토는 남극 빙하와 같아서 언제까지 한 자리에 얼마의 높이로 있을지 누구도 예상할 수 없다. 인터넷브라우저의 강자 넷스케이프를 비롯해 라이코스 등은 국내에서 거의 존재를 감추었고, 국내로 오면 그런 역사 속의 기업이 수두룩하다. 닷컴기업만이 아니다. 핸드폰 제조의 강자였던 모토로라나 노키아, 에릭슨 등도 역사의 뒤안길로 밀려나 언제 다시 날개를 펼 수 있을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지형에서 최근 가장 많이 듣는 기업은 '알리바바'나 '샤오미' 같은 중국 기업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존재가 없는 알리바바나 가성비 좋은 샤오미는 과연 무슨 힘으로 세계 최강의 IT기업으로 등극했고, 그 미래는 어떨까.

알리바바 마윈의 진면목

세상에 어려운 비즈니스는 없다는 부제가 붙은 이책은 알리바바 마윈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
▲ 류스잉 신작 '마윈' 세상에 어려운 비즈니스는 없다는 부제가 붙은 이책은 알리바바 마윈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
ⓒ 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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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업의 과거와 현재가 보고 싶다면 최근 국내에 출간된 <마윈>(류스잉 등 저/ 열린책들 간)과 <참여감>(리완창 저/ 와이즈베리 간)을 읽길 권한다. 사실 두 책을 읽으면 우리기업에게 사라져가는 사업의 추진력은 물론이고 시장이나 고객과의 소통 능력에서 탁월함에 놀랐다.

지난해 9월 19일 나스닥에 상장되어 시가총액 2314억달러를 기록한 알리바바는 올 11월 11일 광군제(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 하루에만 매출 16조 원 가량을 달성하는 등 폭풍 질주를 계속하고 있다. 더욱 관심을 끄는 것은 금융, 물류는 물론이고 최근에는 미디어까지 판도를 넓히고 있다. 이런 행보는 이번에 출간된 <마윈> 평전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저지앙성 항저우 태생인 마윈은 영어강사로 명성을 떨쳤다. 그러던 중 시 정부의 자문역으로 미국을 방문해 그곳에서 닷컴기업의 탄생을 안다. 감금 당해 죽을 뻔한 우여곡절을 겪고 귀국한 그는 1995년 4월 귀국해 '차이나페이지'를 만들면서 벤처에 뛰어든다. 가까운 이들이 그의 사업에 같이하지만 닷컴기업이 그러하듯 수없이 많은 위기를 만난다.

그의 가장 큰 장점은 전략적 사고에 능하다는 것이다. 초반에는 상무부 프로젝트나 광교회 프로젝트 등 단순한 사이트 구축에 주력하지만, 서서히 인터넷이 세상을 바꾼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결국 수차례 기존 틀을 깨고 나와 B2B기업인 알리바바를 만들고, C2C기업인 타오바오를 만들어내간다. 필요에 따라 즈푸바오라는 결제회사를 만들었으며, 최근에는 물류 등을 갖춘 독자적 종합 기업으로 성장해 간다. 밖에서 보면 중국이라는 거함을 탄 그를 무너뜨릴 수 없어 보인다.

그의 성공비결에서 꼽을 수 있는 것은 아마도 적절히 언론을 활용하는 능력 같다. 많은 위기를 겪지만 그는 불가근불가원(멀지도 가깝지도 않는 언론과의 거리)을 지키면서 이슈를 선점해 간다. 또한 자금이나 회계 쪽 인재들은 물론이고 기획 파트의 인재를 받아들여 자금문제는 물론이고 홍콩과 나스닥 상장을 성공해간다.

이런 가능성에는 마윈의 능력을 알아본 손정의나 골드막삭스 같은 통큰 투자자들의 판단과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특히 손정의는 투자 뿐만 아니라 적절한 시기에 사업 방향을 제시해 알리바바의 상장과 더불어 60조 원 가까운 부를 얻을 수 있었다.

그밖에도 그의 장점은 많다. 전문가에 대한 존중, 고객 니드의 파악과 신뢰를 지키는 것, 직원들의 스톡옵션 부여를 통한 이익 나누기 등도 그의 장점이다.

그러나 그 역시 단점이나 실패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초기 손정의 등에게 투자받은 2천700만 달러를 너무 급하게 쓰다가 700만 달러만 남은 상태에서 급히 직원을 내보내는 구조조정을 거친다. 한국, 홍콩 등에 지사를 만드는 국제화 작업을 하지만 성과를 내지 못하고, 결국인 거점인 항저우로 복귀하는 자세를 보인다.

그러나 이런 곡절을 넘어 나스닥의 상장을 이뤄내고, 지속적으로 알리바바를 확장하는 그를 보면 사실 그의 생각을 점치기란 쉽지 않다. 알리바바가 지금 나열한 분야는 전자 기기를 제외한 모든 온라인 사업이 망라되어 있다. 스스로도 전자맹이라 할 만큼 전문지식이 없지만 그는 이런 일들을 콘트롤해내는 게 신기할 뿐이다.

그렇다고 알리바바나 마윈의 성공이 영원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중국 증권 용어에는 'BAT risk'라는 용어가 있다.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의 위기라는 말이다. 온라인 시장은 오프라인 시장과 달리 순식간에 뒤집어 질 수 있는 만큼 영원한 강자는 없다. 알리바바 역시 이베이 같은 세계적인 기업의 경쟁을 떨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한 돌파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기업이 그런 힘을 갖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하는 것 만큼 어리석은 일이 없기 때문이다.

반면에 샤오미의 성공에는 기업의 일방적인 사업주도가 아닌 직원, 마니아층, 소비자과의 소통이 있다. 알리바바는 풍문으로 들은 기업이라면 샤오미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는 기업이다. 가성비 좋은 보조배터리나 밴드, 블루투스 스피커 등으로 작은 부분에서부터 우리 마음을 사로잡았다.

"중국 사람은 한국 경쟁자로 생각 안해"

샤오미 마케팅 담당 리완창이 쓴 이 책은 샤오미의 소통 방식과 고객의 중시를 한눈에 볼 수 있게 한다.
▲ 리완창 '참여감' 표지 샤오미 마케팅 담당 리완창이 쓴 이 책은 샤오미의 소통 방식과 고객의 중시를 한눈에 볼 수 있게 한다.
ⓒ 와이즈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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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제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한 한국에서 이런 작은 액세서리로 마음을 사로잡은 하드파워의 초기 전략이 있다면 책 <참여감>은 소프트파워의 본격적인 가동을 알리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는 샤오미 공동참업자 중 하나로 지금도 마케팅과 전자상거래를 책임지는 리완창이 쓴 책이다. 한 마디로 샤오미의 브랜드나 가치를 알리고, 책도 파는 일거삼득의 효과를 가져온 이 책을 보면 우리나라 독자들은 샤오미가 성공한 게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할 것이다.

우선 책의 제목처럼 '참여감'은 소비자가 기업이 주는 일방적인 마케팅의 수단이 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시장이라는 목적을 갖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스타들로 제품을 포장하고, 통신사의 패키지와 같이해 한번에 100만 원 가까운 제품을 사게 만드는 국내 이동전화기의 시장 구조에 지친 기자에게 샤오미의 참여감은 신선함 그 자체였다.

샤오미는 안드로이드 등 기존의 운영체계를 거부하고 MIUI라는 운영체계를 만들어냈다. 이 운영체계의 가장 큰 특징은 소비자 본위라는 것이다. 출시 후 직원, 마니아층, 일반 소비자 등에게 계속해서 인터페이스를 피드백 받아 업그레이드 한다. 결국 이런 소통은 유통이나 기술에서만이 아니다. 디자인이나 서비스 등도 소통을 통해 업그레이드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팸덤 효과는 돼지도 하늘을 날게 할 수 있다'는 신념을 기업 내부와 시장에 심어준 것이다.

샤오미 사장 레이쥔은 제품 시연회에서 스티브 잡스를 모방한 것으로 많은 오해를 받았지만 그들은 애플도 하지 못한 인터액티브한 핸드폰을 만들면서 시장을 장악해갔다. 기자 역시 지난 베이징행에서 중국에서 쓰던 핸드폰을 샤오미의 저가 브랜드인 홍미로 바꾸었다. 이런 상황에서 샤오미가 한국에 진출한다면 결과는 어떨까.

기자는 한국 시장 장악도 시간 문제라고 생각한다. 우선 거대한 중국에서 그랬듯이 6개월이면 샤오미의 상품 인도와 서비스를 담당하는 '샤오미 하우스'를 한국 대도시에 구축하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것이다. 이곳에서 최근 노트 제품인 '홍미 노트 3'를 1000위안 가량(한화 18만 원)에 팔고, 최신 '샤오미 5'를 1999위안(한화 36만 원)에 판다면 100만 원 가까운 우리나라 대기업 제품들이 과연 경쟁력을 가질지 의문이다.

얼마전 중국 금융전문가들의 포럼의 말미에 한 분이 이런 말을 했다.

"중국 사람들은 한국이 중국와 일본 사이에 끼인 샌드위치라는 말을 이상하게 생각합니다. 중국 사람들은 한국을 경쟁자로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한국이 샌드위치라면 아마 일본과 인디아 사이에 끼어있다는 것이 맞습니다."

이런 상황이지만 우리 내부에서는 여전히 중국과 우리나라의 산업 격차가 얼마라는 말이 있다. 우리가 이런 말을 하는 사이에 중국은 이미 멀리 하늘을 날아 구름 속 위를 날고 있다는 것을 이번 책을 통해 더 뼈저리게 확인했다.

○ 편집ㅣ최은경 기자



참여감 - 샤오미가 직접 공개하는 창의성과 혁신의 원천

리완창 지음, 박주은 옮김, 와이즈베리(2015)


마윈 - 세상에 어려운 비즈니스는 없다

류스잉.펑정 지음, 양성희 옮김, 열린책들(2015)


태그:#알리바바, #마윈, #샤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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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이아이테크놀로지 상무. 저서 <삶이 고달프면 헤세를 만나라>, <신중년이 온다>, <노마드 라이프>, <달콤한 중국> 등 17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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